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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노의 통쾌한 경제 이야기

헤지펀드 ‘먹이’가 된 한국기업들...경영권보호 위한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도입해야

글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5-07-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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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에 회사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조선DB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의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6월 4일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 매입하여 7.12%를 확보하면서 공개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다. 지분 5% 이하의 단순투자자에서 갑자기 3대주주로 올라서며 경영권다툼을 시작한 것이다. 엘리엇은 1977년 설립 이후 연평균 14.6%의 높은 수익률을 내는 국제금융시장의 큰손이다. 정치·사법 수단까지 동원해 기업을 압박하는 투기자본이다.
 
장기전 돌입한 엘리엇의 공세
 
엘리엇은 표면적으로는 주주가치를 내세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다. 속셈은 경영권을 위협하는 단기투자를 통한 시세차익이다. 삼성주식을 사서 이런저런 이슈를 통해 붐을 조성하거나 법률 다툼을 불사하면서 비싸게 팔고 나가려는 것이다. 더욱이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중 4.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경영권은 곧 삼성전자의 지배를 의미한다. 엘리엇이 경영권공격에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의 경영권까지 노릴 수 있다는 말이다. 삼성물산 합병이 무산될 경우에도 합병비율재산정의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엘리엇은 어떤 경우에도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
 
현재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KCC로의 자사주처분에 대한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면서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엘리엇은 소송이 계속되고 장기전으로 갈 경우 경제적 손해를 입는 것은 자신들이 아닌 기업 쪽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속셈인 듯하다. 실제로 우리금융시장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개방된 상태이고, 이미 여러 차례 외국계 헤지펀드의 투자 성공사례가 있었다. 대규모 지분매입 후 다시 매각하여 큰 차익을 남기는 것으로 대표적인 사례는 소버린자산운용이다.
 
2003년 SK는 최태원 회장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소버린의 공격을 받았다. 지금의 삼성과 비슷한 처지다. 당시 소버린자산운용은 SK를 상대로 투명경영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경영진 퇴진을 추진함과 동시에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소버린의 공격에 끌려다니던 SK는 가까스로 경영권은 지킬 수 있었으나 소버린에게 약 1조 원이라는 시체차익을 내어주었다. 소버린이 1조 원의 시체차익을 얻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의 기여가 컸다. 국내 경영권제도의 미비함을 교묘하게 파고든 소버린과, 그 뒤를 지원해준 참여연대의 반(反)재벌 투쟁이 헤지펀드의 엄청난 수익을 가능케 했다.
 
KT&G와 칼 아이칸의 사례, 삼성물산과 헤르메스매니지먼트의 사례도 다를 바 없다. 2006년 당시 칼 아이칸은 KT&G의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주주자격으로 사외이사 1명을 확보했다. 사외이사는 이사회에서 자회사매각 등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한 후 지분을 매각하여 1500억 원의 시세차익을 냈다. 헤르메스는 2004년 삼성물산의 경영에 간섭하며 경영권분쟁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삼성물산의 주가는 급등했고 헤르메스는 약 380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고 떠났다. 두 사례 역시 기업의 경영권이 쉽게 공격 받을 수 있는 제도상의 허점과 대기업에 대한 반감이 만든 기업지배구조의 허술함에 기인한 것이었다.
 
외국계 헤지펀드 공격에 쉽게 흔들리는 경영권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경영권 보호제도가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들에 비해 미비하기 때문이다. 동아시아국가 중에서도 경영권 보호가 허술한 우리나라는 외국 투기자본의 천국과도 같은 나라가 됐다.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수단들이 소액주주가 아닌 투기자본의 공격방법으로 악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기업 간 또는 기업과 자본 간 경영권분쟁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경영권 보호 장치가 거의 없는 국내에서는 공격과 수비가 공정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 따라 기업계에서 경영권 방어 장치의 신속한 마련을 요구하고 있으나 순탄치 않다. 2010년 법무부에서 포이즌필 제도의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폐기됐다. 포이즌필은 경영권분쟁 시 기존주주가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권리를 말한다. 당시 이 제도는 경제민주화의 정치적 흐름에서 벗어나 채택되지 못했다.
 
소버린, 엘리엇과 같은 사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얼마나 무방비한 상태에 놓여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제2의 엘리엇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기업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야한다. 우선으로 마련돼야할 것은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제도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포이즌필보다 한층 강력한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의 주식에 대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추가적으로 황금주 제도의 도입도 고려해야한다. 황금주 제도는 1주 만으로도 주주총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제도 개선과 함께 반기업 정서를 앞세운 시민단체의 공세나 여론몰이 또한 자제돼야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각종 규제가 중첩하여 나타나는 이유는 대기업에 대한 반감이 높기 때문이다. 반기업정서가 만든 반기업 규제를 해소하는 미래 지향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번 사태가 우리산업 발전에 치명적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국내기업들이 외국계 헤지펀드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하루빨리 경영권을 방어하는 제도들을 도입하고 활성화해야한다. 더불어 반기업정서 해소까지 이루어진다면 기업계의 손실을 줄일 뿐만 아니라 경쟁력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최승노 이코노미스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인 자본주의를 지지하며 자유기업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 10권의 책 저술을 통해 누구나 시장경제원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등록일 : 2015-07-16 16:05   |  수정일 : 2015-07-1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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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식  ( 2015-07-16 )  답글보이기 찬성 : 22 반대 : 11
헤지게 패면 된다.법을 악용하여 기업 목에 빨대를 꼽고 피를 빨아 마시는 吸血鬼는 그저 너덜너덜헤지게 패는 게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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