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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노의 통쾌한 경제 이야기

국민을 호갱님으로 만든 가격 정책 두 가지는?

글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5-01-19 05:58

▲ 단말기유통법(단통법)이 시행된 뒤 서울 종로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 단통법 시행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자유국가에서 국민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갖는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자유의 핵심이며,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경제에서도 이런 자유로운 선택행위를 통해 경제문제를 해결한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팔고 사고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세상은 시장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켜왔고 풍족한 삶을 만들 수 있었다.
 
가격통제가 부른 참화
 
정부가 사람들의 자연스런 선택을 방해하게 되면 시장의 질서는 깨진다. 권력을 이용해 사람들로 하여금 억지로 선택하도록 만들면 세상은 부자연스러워지고 억압이 더해지면 삶이 곤궁해진다. 권력자들은 선의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목표를 국민에게 강요하지만 그런 강제는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만다.
 
미국의 독립전쟁이 한참이던 1777년 겨울이었다. 워싱턴의 군대는 힘겨운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혹독한 추위에다 극심한 식량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식량부족으로 거의 아사상태에 빠졌다. 이를 돕겠다며 펜실베이니아 주 의회가 나섰다. 식량과 군수물자의 가격을 통제하는 법을 제정한 것이다. 입법의도는 멋졌고 명분도 그럴듯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오히려 워싱턴 군대를 무력화시켰다.
 
시장에서 가격은 통제되었지만, 암암리에 거래되는 곡물 가격은 폭등했다. 농부들은 통제된 가격에 불만을 품고 식량을 내놓지 않았다. 심지어 적군에게 식량을 팔기까지 했다. 워싱턴 부대는 수많은 아사자를 내며 혹한을 견뎌내야 했다. 처참한 입법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미국은 1778년 의회를 통해 결의문을 채택한다. “물품에 대한 가격통제는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심각하게 떨어뜨리므로 다른 주에서도 이와 비슷한 법령을 제정하지 말기 바란다.”
 
역사 속에서 정부가 국민을 위한다며 가격을 통제하고 시장을 규제했던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 모두 실패로 귀결되었지만 그런 정치실패는 여전히 반복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이 원하는 것은 기본원리에 어긋나도 하겠다고 나서는 정치인의 인기 영합적 태도, 자신들은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정부의 지적 오만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단통법은 소비자 피해 부른 정책실패의 예
 
필요한 규제가 있고, 필요하지 않은 규제가 있다.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고 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좋은 규제들이다. 반면 나쁜 규제들은 공공성이라는 애매한 목적을 앞세우며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들이다. 정부 또는 권력자가 임의로 정한 공공성을 위한다며 만들어진 것들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정치적 통제 그 자체일 뿐이며 규제에 따른 실익이 없다. 개인의 선택을 제한하기 때문에 시장을 보호하기보다 시장을 억압해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
 
이번에 미래창조과학부(미창부)가 강행하고 있는 단말기유통법(단통법)이 그렇다. 모든 국민이 차별없는 가격으로 단말기를 사도록 하겠다며 여야 정치인들이 합의해서 통과시켰다. 어떤 사람은 단말기를 싸게 사고 어떤 사람은 비싸게 사서 문제라는 오해가 부른 잘못된 법이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해서 모든 사람이 정부가 정한 가격에 사도록 하겠다고 한다.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평등정책의 확장판이다. 가격도 평등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참담한 실패다.
 
국민들은 모두가 똑 같이 비싼 가격에 핸드폰 단말기를 사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소비자들은 평등해진 가격에 행복해할까? 당연히 국민들의 불만은 폭발하고 있다. 핸드폰을 바꿀 때가 되었지만 비싼 단말기를 사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이다. 사람들은 언젠가는 정책이 폐지되겠지 하며 기다리기도 하고, 편법을 찾아 여기저기를 찾아다니고 있다.
 
동일한 물건이라도 가격은 누가 파느냐에 따라 다르다. 인터넷 쇼핑가격과 백화점 판매가격이 같을 수 없다. 시내 중심지와 외곽지역의 가격도 당연히 다르다. 이런 가격차이를 정부는 차별이라고 부르면서 가격을 통제하려 하다니 정부가 이렇게까지 무지할 수 있을까 싶다. 안타깝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는데, 그런 사람들이 모여 가격원리의 기본을 외면한 채 정책을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정부가 단말기를 비싸게 팔라는 단통법을 만들고, 국민들은 정부의 뜻대로 비싸게 사야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이렇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단말기가 너무 싸서 국민들이 낭비를 하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이 바람에 국민들은 호갱(stupid customer)님이 되고 말았다. 호갱은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 마디로 봉이라는 뜻이다.
 
국민을 호갱님으로 만든 단통법은 당연히 폐지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무오류의 존재가 아니다. 이제라도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가격통제에 대한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정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희생양을 찾는 일에 익숙한 존재다. 또 다른 이유를 들며 정부실패를 은폐하고 시장실패라고 말할 것이다. 아마도 통신사 또는 제조사에게 정책실패의 책임을 넘기고 자신들의 정책에는 문제가 없다고 할 것이다. 이 법을 통과시킨 정치인들은 미창부 장관을 불러 호통을 칠 것이고, 미창부 공무원들은 다시 기업을 불러 호통을 칠 것이다. 결국 기업들은 불법 보조금를 지불했다며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처럼 또 다른 이유로 벌금을 내야 할 것이고 여론의 질타를 받을 것이다.
  
규제해소가 경제성장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
 
이와 비슷한 규제가 최근 추가되었다. 바로 도서정가제다. 책값을 할인해서 팔지 못하게 규제한 것이다. 서점과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고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다. 우리 경제의 활력이 없는 곳에는 항상 규제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규제가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규제만능주의가 가장 심한 곳이 금융분야이다. 관치금융의 폐해로 금융서비스 경쟁력이 낙후된 상태이지만 규제를 해소하기보다 늘리려 한다. 심지어 금융기업의 지배구조를 정부 마음대로 강제하겠다며 모범규준을 만들고 있다. 황당한 일이다. 지금도 규제로 신음하는 곳에 규제를 더 하겠다니 우리 금융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다. 정부가 돈을 풀고 씀씀이를 늘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의 돈은 공짜가 아니다. 국민들이 언젠가는 갚아야 할 돈이다. 한마디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일이다. 경제를 살리려면 규제를 해소하고 혁신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경제활력의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걷어내는 일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최승노 이코노미스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인 자본주의를 지지하며 자유기업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 10권의 책 저술을 통해 누구나 시장경제원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등록일 : 2015-01-19 05:58   |  수정일 : 2015-01-1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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