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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노의 통쾌한 경제 이야기

부의 역사

글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4-12-1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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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중인 송도 신도시. /조선DB

인류가 신분제 사회에서 벗어난 것은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 오랜 시간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결정된 신분에 따라 살아야 했고, 그들에게 신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허락되지 않았다.
 
신분에 따른 불평등이 해소되기 시작한 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하면서부터다.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하며 권력자만이 독점했던 부를 수평적 경쟁으로 누구나 취할 수 있게 됐다.
 
누구나 부를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신분에 의해 결정되던 개인의 존엄도 평등하게 변화했다.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자본주의는 실은 신분제 사회를 무너트린 일종의 혁명이었다.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인류의 삶은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다. 개인의 노력에 따라 자신의 삶이 좌우되고 부를 가질 수 있는 자유의 시대. 여기서 생성된 부는 또 다른 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현대 인류의 삶을 이끌고 있다.
 
부, 귀족의 것에서 모두의 것으로
 
과거에 귀족이나 왕이 독점하던 부는 소수 권력층의 삶만을 살찌웠을 뿐, 보통 사람들의 삶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기존 권력자 사이에서만 돌고 도는 부는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기도 했다.
 
이렇게 소수에게 집중된 부에 대한 인식은 미국 노예제 폐지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미국 링컨 대통령은 내전을 불사하면서까지 노예제 폐지를 밀어붙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노예의 생산성은 낮았고 이러한 비효율성은 미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었다. 남부의 농업 자본가들도 노예제가 오래갈 수 없으리라 직감하고 있었다. 노예를 유지하는 것보다 해방시키고 그들이 노동력을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폭넓은 부를 창출하리라는 기대가 확산됐다. 링컨이 아니었다고 해도 노예제 폐지는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부가 전처럼 일부 계층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부의 자유로운 이동과 축적이 정당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본주의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나갔다.
 
기업의 등장, 부를 사회적 재산으로 바꾸다
 
전근대 사회에서 생산 수단은 주로 땅이었다. 땅을 소유한 귀족이 모든 이익을 거두었고 권력에 따라 땅을 재분배했다. 근대 이전 인류의 역사는 땅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적 투쟁의 역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땅은 여러 생산 수단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부를 창출하는 다양한 길이 펼쳐졌다. 이른바 산업 혁명이 일어나면서 등장한 ‘기업’이 이끈 변화였다. 새로운 산업이 생겨날 때마다 사람들의 삶은 획기적으로 나아졌다. 기업가들은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조하며 엄청난 사회적 발전을 이끌었다. 기업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물건을 생산하는 경쟁의 주체가 됐다. 기업가 본인은 물론 기업의 구성원들 그리고 사회 전체가 그 이익을 함께 나누었다. 증기 기관의 발명 이후 제조업은 새로운 생산 방식의 지평을 열었고, 포드는 자동차 산업의 새 시대를 열었다.
 
포디즘이라 불리는 대량 생산 방식은 자동차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춰 귀족이나 탈 수 있었던 자동차를 일반 시민이 탈 수 있게 했다. 기업의 부가 단지 물질적 가치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생활과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는 새로운 사업에 성공한 기업가들이 기업의 부를 사회적 재산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사람들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이 같은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기업가와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명명했다.
 
기업의 부를 개인이 공유하는 시대
 
또한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업적은 여왕들에게 더 많은 실크 스타킹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공장 여직공들이 노력을 덜 해도 실크 스타킹을 신을 수 있게 한 데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자본주의가 소수 특권층이 누리던 소비를 일반 대중이 누리도록 한 것을 설명한 말이다. 기업은 가치 창출을 위한 지식 공동체이며 부를 공유하는 협력체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 하의 기업으로 인해 개인은 생활의 편리함 같은 간접적 이익 외에도 기업이 얻은 경제적 이익까지 직접 소유할 수 있게 됐다.
 
기업가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로부터 자본, 기술, 노동력, 자원 등을 제공받아 그 혜택을 함께 나눈다. 향신료 무역이 성행하던 17세기, 네덜란드에서 기업끼리 다툼이 심해지자 정부가 나서서 ‘동인도회사’라는 기업으로 통합하고 여기 참여한 기업에 각각의 지분을 나눠줬다.
 
이것이 주식회사의 시작이다. 이후 동인도회사는 기업가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그 지분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오늘날에도 많은 기업이 주식회사를 통해 일반 투자자와 함께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누구나 부를 가질 수 있는 시대를 만들고 있다.
 
부, 새로운 부를 창출하다
 
자본주의 초기에는 절약을 통해 아끼고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 부를 갖는 대표적 방법이었다. 하지만 IT 혁명 이후 지식 사회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가 이루어져야 했다. 일본처럼 정부가 지출을 늘리고 국민이 저축에 매달려서는 새로운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저성장을 벗어날 수 없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막대한 투자 자금을 모으기 위해 이웃 나라 군주들을 설득해냈고, 지금 관점에서 보면 다국적 벤처 사업의 성공 신화를 이루었다. 하지만 투자에는 분명한 목적이 전제되어야 한다. 콜럼버스보다 70년 앞서, 당시 세계 최고 부국이던 명나라는 해외 원정대를 일곱 차례에 걸쳐 파견했다. 영락제의 명을 받은 정화는 수십 척의 배를 이끌고 해외 원정을 떠났다. 엄청난 규모였다.
 
하지만 국가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음에도 분명한 목적이 없었던 탓에 이 대항해는 명의 위신을 높이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개인 간의 경쟁으로 각 개인이 성장할 수 있듯이, 기업 역시 경쟁을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한다. 대기업의 부 창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지만 이러한 창출이 있어야만 또 다른 투자가 가능해지며 이로써 현대의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최승노 이코노미스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인 자본주의를 지지하며 자유기업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 10권의 책 저술을 통해 누구나 시장경제원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등록일 : 2014-12-17 22:40   |  수정일 : 2014-12-1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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