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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낚는 어부 김상수의 바다방랑

임자, 임자도 섬새우젓 맛을 아시는가? (1)

섬 사람들은 새우젓 이야기만 나오면 왕년의 임자도, 왕년의 전장포를 내세워 목청을 돋우다가 끝내는 아쉬워한다. 이런 서운함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기 위해 '새우탑'이며 전장포 아리랑 시비도 세워 놓았으나 이들의 속내를 달래기엔 부족하다.

글·사진 | 김상수 해양다큐멘터리 사진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3-11-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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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 앞장불 모래밭에 널브러져 있는 왕년의 새우잡이 목선
 
딱히 김장철을 앞두었다 해서 임자도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여름 민어잡이가 한창일 무렵 취재차 동승하면서 만났던 배임자와의 약속이행이 첫 번째 목적. 취재당시 촬영했던 사진도 전해줄 겸, 질 좋은 추젓도 구입할 겸 해서 건너간 길이다. 지도읍 점암포구에서 출발한 도선은 잠깐 사이에 임자도에 닿는다. 곧바로 짭짤한 갯내가 온몸에 스며드는 듯하다. 새우젓 냄새기도 하고 소금밭에서 따가운 볕 아래 바닷물이 천일염으로 성글며 뿜어내는 습기까지 머금었다.
 
늦가을, 임자도에 발을 내딛은 선객은 대부분 지긋한 아주머니들. 도선이 닿자마자 한 방향으로 몰려가니 전장포다. 왕년에 소문났던 전장포 새우젓부터 구입하려는 것이겠다. 대부분 남도아낙들인 이 관광객들도 안다. 요즘은 신안군 뭍 끄트머리에 세운 송도위판장에서 젓새우파시가 선다는 것을. 지도읍 송도에서 구입하는 값이나 전장포나 엇비슷하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전장포를 찾는 것은 맛에서 비롯되는 추억 때문이라 했다. 이르되, 토굴새우젓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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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건조대 한쪽 끄트머리에 높여 세운 장대에 갈매기 한 마리가 죽은 채 묶여있다. 생선을 노리는 갈매기 떼에게 경고하는 의미라 했다.
 
왕년에 새우젓으로 유명세를 탔던 전장포. 그 '앞장불' 백사장에 널브러져 있는 세 척의 어선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현역시절, 이 무렵이면 어부들을 태우고 신안바다를 누비며 추젓용 젓새우깨나 잡아냈을 큼직한 목선이 모래밭에 옆구리를 기댄 채 하릴없이 낡아간다.
 
마을 안길, 건조대 위에 가지런히 널려있는 생선들이 보인다. 그런 건조대 귀퉁이에 장대가 세워져있고, 그 끝에 매달아놓은 죽은 갈매기 한 마리. 갈매기들이 시도 때도 없이 건조 중인 생선을 낚아채가니 협박용으로 세워놓은 듯하다. 백령도 등 다른 어촌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봤으니 효과가 있는 모양이지만,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어판장에 물 마르면 어부들 주머니에 돈 마른다’는 말이 우리 어촌에 있다. 살기 팍팍하니 넉넉했던 인심까지 사나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토굴 새우젓은 한참 뒤에 유명해진 얘기다. 섬사람들이 ‘앞장불’이라 부르는 옛 이름대로 문만 나서면 펼쳐져 있는 ‘평평한 모래마당’이 전장포 새우젓의 숙성장이었다. 그 모래밭 어디라도 젓항아리 늘어세우고 독 안에 밖엣 양반이 잡아온 젓새우를 넘칠락 말락 채운 뒤, 이웃 염부가 땡볕에서 긁어모은 천일염 넉넉히 부어넣고 버무리면 젓 담그는 일은 끝. 나머지 일은 자연이 도맡아 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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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새우의 80퍼센트 이상을 잡아내는 신인군 어부들의 조업현장. 이들이 애써 잡아낸 젓새우는 곧바로 선상에서 소금에 버무려 저장한다. 소금은 같은 신안군 염부가 일구어낸 천일염이다.
 
신안군 어부들 중에서도 임자도 어부들이 잡아내고 소금에 절여낸 새우젓 양이 반 이상 훌쩍 넘어서면서 새우젓 섬이라 불러도 과장 없다던 섬 임자도. 본디 임자도는 어염시수(魚鹽柴水) 중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고루 풍족하게 나는 것으로 주변 다른 섬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살 정도였다. 특히 소금이 넉넉하게 났기에 임자도 사람들은 바다에 넘쳐나는 젓새우 뿐만 아니라, 많이 난다 싶은 물고기면 천일염 넉넉하게 뿌려 깊은 맛 나는 젓갈을 담가 왔던 것이다.
 
요즘 새우젓은 대부분 닻자망 등 젓새우잡이 선상에서 승선 어부들이 잡아낸 즉시 담근 것이다. 이들은 하루에 네 번의 물때 곧 간조와 만조가 시작되기 30여분 전에 각기 두 번씩 양망을 하면서 그물에 걸린 젓새우를 거둬들인다. 잡어를 골라내고 깨끗한 바닷물에 몇 번씩 세척을 한뒤에 천일염에 버무렸다가 이물간 아래 미리 장만해둔 드럼통에 옮겨 놓고서야 잠깐씩 한숨을 돌린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김상수 해양다큐멘터리 사진가

어촌과 어부들을 주제로 하는 해양수산 전문월간지에서 기자로 출발해 편집장까지 지내며 30여 년간 바다를 다녔다. 사진 낚는 어부라는 닉네임은 월간GEO에 해양다큐멘터리를 연재할 무렵 송수정 편집장이 붙여줬다. 아시아 어부들의 바닷살이와 특유의 민속을 지속적으로 기록해오고 있다.

등록일 : 2013-11-05 23:00   |  수정일 : 2013-11-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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