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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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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한류, 혐한류, 그리고 헐리웃의 문화 침략

세상 일을 전쟁처럼 생각하는 것은 야만의 본능에 사로잡혀 있는 탓

글 |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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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 역을 맡은 주연배우 김수현이 2014년 3월 8일 중국 강소성(江蘇) 남경(南京)을 방문해 인기 예능프로그램 ‘최강대뇌(最强大腦)’녹화에 참가하고 있다./ 중국 웨이보
항(抗)한류라는 말 들어보셨는지요? 중국 내의 한류에 저항하고 폄하하는 분위기를 말합니다. 항한류의 일본판인 혐한류는 더 심각하다지요. 중국과 일본의 식자층이 자국민들 사이에 한국의 드라마와 케이팝의 인기가 높아지는 현상을 일종의 문화침략으로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충분히 이해할만한 일이지요. 우리 자신도 그랬으니까요. 2006년 7월 이었던가요?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1만 명 집회가 있었던 것 기억하시죠? 그 집회의 명분이 바로 미국 문화의 침략을 저지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장동건, 안성기 같은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모두 나왔죠. 1인 시위 릴레이도 했고요.
 
참 안타깝습니다. 누가 누굴 침략한다는 거죠? 중국 사람이 한국의 '별 그대’를 보는 것은 '별 그대’의 침략이 아닙니다. 중국인들이 전지현과 김수현을 보고 싶기 때문에 보는 것이죠. 천송이와 도민준은 중국을 침략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시청자들을 기쁘게 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비빔밥은 일본인의 식단을 풍부하게 만들어주었고 싸고 좋은 한국의 스마트폰은 미국인의 주머니 사정을 좋게 해줬습니다.
 
외국 영화를 보고, 외국어를 쓰고, 외국책을 읽는 것은 각자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일뿐 침략이나 정복과는 거리가 멉니다.
 
중국 사람이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식의 취향을 가지게 된다고 해서 중국이 한국의 식민지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인도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미국이나 영국의 식민지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죠. 침략은 진실을 정반대로 왜곡하는 단어죠. 침략이 아니라 봉사입니다.
 
이런 논리는 한국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우리가 한복 대신 서양식 옷을 입고 있다고 해서 서양이 한국을 점령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 각자가 좋아서 서양 스타일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한복 이외의 대안을 가질 수 있어서 우리의 생활이 편리해졌습니다. 피자를 먹을 수 있어서 우리의 식탁은 풍성해졌고, 디즈니 영화가 있어서 주말의 취미가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이탈리아 문화와 미국 문화가 한국인의 문화를 다채롭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문화의 전파를 전쟁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한류는 한국 문화가 중국과 일본을 정복한 쾌거이고 헐리웃 영화는 한국을 침략하는 거라는 식입니다.
 
자발적인 문화의 선택에 침략과 정복 공략 같은 단어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정복과 침략, 공략은 총과 칼로 짓밟는 일입니다. 당사자가 싫다는 데도 힘으로 강요하는 것이 침략이고 정복입니다. 외국 영화를 보고 외국 음식을 먹는 일은 강요된 것이 아니죠. 우리 자신이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외국 것들이 있음으로 인해서 우리의 선택폭이 넓어지는 것이죠. 정복도 아니고 침략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전쟁 프레임을 들이대는 것은 유전자 속에 깊이 각인된 본능 때문일 것입니다. 낯선 것, 외부인과는 항상 전쟁을 했던 유전자가 이어져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공략’이라는 단어를 곧잘 씁니다. 생각해 보면 그것만큼 잘못된 단어가 없는 데도 말입니다. 물건을 잘 팔기 위해선 누구를 '공략’해서는 안되죠. 고객의 마음에 들도록 친절하고 상냥하게 봉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쉽게 전쟁 용어인 '공략’이라는 단어를 쓰곤 합니다. 그만큼 전쟁 프레임을 극복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본능이라 해도 틀린 것이라면 고쳐야 하지요. 모든 남성들은 일부다처의 본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그 대로 살면 큰 일 나지요. 문명화된 사회는 한 남자가 한 여자와만 살 것을 요구합니다. 본능을 억누르고 일부일처에 순응해 사는 것이 현대를 사는 모든 남성들의 의무입니다.
 
전쟁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본능도 자제되어야 합니다. 현대는 침략하고 정복하는 야만의 시대가 아니라 거래하고 선택하는 문명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일을 전쟁처럼 생각하는 것은 야만의 본능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죠.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다보면 정말 침략하고 정복하는 야만의 시대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자국민에 의한 평화적인 문화의 선택을 외국에 의해 침략, 정복당한 것으로 착각하는 야만적 지력이라면 진짜 침략으로 대응할 수도 있을테니 말입니다. 이 세상의 문명을 지키기 위해 우리 자신부터 문명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겠습니다.
 
 
프리덤팩토리 대표  김 정 호
출처: 프리덤팩토리 www.freedomfactory.co.kr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4-04-01 09:33   |  수정일 : 2014-04-0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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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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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달  ( 2014-04-02 )  답글보이기 찬성 : 16 반대 : 23
중국인들 사고방식이 독특하네요.ㅋㅋ
유진석  ( 2014-04-02 )  답글보이기 찬성 : 6 반대 : 3
공감합니다. 우리 인류는 오랜 수렵채집 생활의 유산으로 '공격과 전쟁'의 유전자 못지않게 '협력과 분업'의 유전자를 물려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본성은 어떤 집단의 협력과 귀속감을 강화시켜 주는 긍정적 역할을 하지만 집단 내부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다른 집단에 배타적일 때에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지금 동아시아에 일고 있는 거센 내셔널리즘의 물결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글로컬리즘 시대에 우리끼리, 우리 민족끼리의 벽을 넘어 세계시민으로서의 마인드와 에티켓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기태  ( 2014-04-01 )  답글보이기 찬성 : 8 반대 : 17
한때 우리도 팝송이 음악을 지배했던 시절이 있지요. 하지만 지금 어떤가요? K-POP에 온세계가 열광하고 있습니다. 문화 침탈이 아예 없는것은 아니지만 문화는 인간에게 새로운 기쁨과 행복을 주는게 맞습니다.
김선율  ( 2014-04-01 )  답글보이기 찬성 : 13 반대 : 12
명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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