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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장애 아이들의 남다른 이야기

[남다른 아이들 이야기]낯선 3번 방, 꼬마들과의 긴 마라톤 시작

한 때 한국의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다가 현재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의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입니다. 올해는 다운증후군과 언어장애나 행동장애로 인해 학습 장애가 있는 TK(Transitional kindergarten)와 K(kindergarten) 그리고 1학년 아이들이 함께 있는 3번 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남다른 아이들 이야기'는 미국학교의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면서 만나는,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의 가슴 아프지만 소풍같이 두근두근한 이야기입니다.

글 |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3-19 10:07


개학과 함께 예상치 않은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곳은 '3번 방'이었다. 한 때 가르치는 삶이 인생의 대부분이었던 내게 한 번도 가르침의 대상이 된 적 없는 꼬맹이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올망졸망하고 자유로운 3번 방 꼬마들과 첫날은 앞으로 난데없이 뜬금없이 불어닥칠 토네이도급 흥미진진한 학교생활을 예측 가능하게 했다.
 
개학 첫날, 어느 나라, 어느 학교나 개학 첫날은 정신없고 분주한 날이다. 조금 서둘러 출근하는 길, 다른 초등학교 아이들이 등교하는 분주한 모습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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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반 두려움 반,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학교 초입에 들어섰다. 아뿔싸! 차들이 길게 늘어서서 아무리 고개를 빼고 내다봐도 주차장에 들어갈 길이 안 보인다. 부모들은 다 같은 마음인지라, 평소 같으면 Drop Off 구역에 아이만 내려주고 갔겠지만 새 학년 첫날은 내 아이의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을 보고 싶어 번거롭더라도 주차를 하고 아이와 함께 등교하고 싶은 학부모들로 주차장이 가득했다. 학년 말 몇 달의 경험으로 학년초 상황까지 예상하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10분 아니 5 분만 더 서둘러 나올 걸. 오늘이 어떤 날이야. 더 서둘렀어야지. 내 머리에 꿀밤 한 대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빈 자리를 찾을 수 없는 주차장을 두 바퀴나 돌고 나서야 겨우 차를 대고 헉헉대며 사무실에 들어섰는데 가야 할 곳을 모르겠다.  방학 동안 등록일이 이미 있었는데 꼭 지정된 등록기간에 안 하고 마지막 순간의 스릴을 즐기는, 사무실을 가득 메운 학부모들과  아이들  때문에 사무실 직원들 혼이 반쯤 나간 상태로 보여 눈도 못 맞출 형편이었다.
 
이럴 땐 알아서 찾아가는 센스를 보여주자. 지난 학년에 근무한 3~5학년 특수학급 교실로 갔다. 반갑게 작년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교실에 있는 아이들을 챙기고 있는데 교장 Mr. F가 나를 찾아왔다. Mr. F가 그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는 걸 종종종 따라서 간 곳은 교실 번호 3번이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풋풋함이 마구 솟아나는 여교사가 학부모들에게 학교 스케줄과 학급 운영에 대해 설명 중이었다. 그 주변에서 귀여움과 장난이 가득한 얼굴의 꼬마들이 교실을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교사의 설명과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자 모두 함께  Drop Off 하는 곳(등교 시 내려주는 곳)과 Pick Up 하는 곳(하교 시 아이를 차에 태우는 곳)을 확인하러 이동했다. 유치원 반은 개학 첫날 조기 귀가라는 교사의 안내에 학부모들이 각자 아이들 손을 잡고 학교를 나섰다. 부모들 손을 잡고 신나게 떠들며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을 배웅한 후 아이들이 휩쓸고 간 흔적만 남은 교실에서 나는 내가 온 곳이 어딘지 듣게 되었다.
 
3번 방은 TK(Transitional Kindergarten)와 K(kindergarten)  그리고 1학년이 섞인 열 다섯 명의 아이들이 함께 하는 통합반(Combo Class)이었다. 일반 학급 열다섯은 적은 숫자이지만 행동장애로 수시로 돌변하는 아이들과 언어 장애나 다운증후군이 있는 아이들, 그것도 TK와 K, 1학년은 발달단계가 크게 차이나는 시기이니 열다섯은 한 학급에 함께 있기에는 적지 않은 숫자일 수 있다.
 
3번 반 담임교사는 작년에 Student Teacher(교생 실습)을 마치고 첫 발령을 받은 신규교사였다. 어쩐지 풋풋한 기운이 퐁퐁 솟아나더라니. 함께 일하게 될 네 명의 동료 보조 교사들과 잠깐 인사를 나눴다. 보조교사가 나를 포함해 5명이지만 Full Time 보조교사는 나 하나뿐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작년에 같은 반에서 일했던 Part Time 보조교사 Ms. D와 Ms. S가 함께 일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너무도 낯선, 조그만 아이들과 새로운 교실에서의 시작에 긴장했는데 아는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 무척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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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른 특별한 열 다섯 꼬마들과 남들과 다를 바 없는 다섯 명의 교사들이 앞으로 함께 할 3번 방

 
초임 교사와 Full Time 보조 교사 한 명, 그리고 한 아이가 대여섯 명의 몫의 말썽도 거뜬히 부릴 수 있는 열다섯 아이들. 네 명의 Part Time 보조교사가 있지만 올망졸망 쪼끄만 아이들의 소란스러움과 부산스러움이 앞으로 우리의 혼을 빼놓을 거라는 예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우리는 환하게 웃으며 "See you tomorrow."라 인사했다.
 
새학년에 대한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흥미진진했던 오늘, 잘해보자고 씩씩하게 파이팅을 외쳤지만 내일부터 맞게 될 변화무쌍 버라이어티한 스쿨 라이프가 두려운 마음으로 기대되는 퇴근길이었다.
 
이 한해를 통해 나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꼬마들, 그것도 남다른 특별한 꼬마들과 함께 지내는 법을 충분히 배우리라. 상황과 여건이 어떠하든 감당해야 할 일이고, 3번 방 가족들과 1년을 무사히 지내야 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다. 그러니 날마다 새로운 경험이 다가올 것에 대한 즐거운 기대감을 가지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오늘을 마무리하자.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미국학교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들려주는, 가슴 아프지만 소풍같이 두근두근한 "남들과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

등록일 : 2019-03-19 10:07   |  수정일 : 2019-03-1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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