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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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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투성이 성호 달래기

글 |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선생님, 억울해요. 애들 좀 혼내주세요!” 성호가 다급하게 교무실로 뛰어들어와 마구 소리를 질러댄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라 교사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분한 맘을 삭이지 못하고 두서없이 말을 쏟아내는 성호에게 의자를 내주고 겨우 앉게 한다. 좋아하는 사탕을 줘도 받아놓기만 하고 입에 넣지 않는다.(사탕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약과 같은 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사탕이나 초콜릿을 입에 넣고 있으면 흥분을 쉽게 가라앉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학생들 당만 높여주어도 사고가 확 줄어들 거라는 농담 같은 말도 있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들어주니, 소리가 조금 작아지면서 주변 교사들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이때쯤 사탕도 입에 넣는다. “성호야, 많이 억울하고 화도 났어?” “네, 정말 분하고 화나요.” 조금 진정된 목소리로 겪은 일을 하소연한다. 성호에게 필요한 것은 훌륭한 조언이나 해법이 아니다. 다만 화가 풀리도록 들어주는 것이다.
   
   성호는 자기 주장만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소리를 지르거나 싸우려 들고 분노 표출로 주변 친구들을 힘들게 한다. 이날처럼 교무실로 달려와 반 학생들을 혼내 달라고 소리도 지른다. 화를 풀 대상을 찾지 못하면 잘 놀고 있는 친구들을 훼방 놓는다. 그래서 주변 학생들은 성호를 싫어하고 같이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성호는 평소 부모님이 자신의 말을 귀담아들어 주지 않고 일방적이어서 불만이 많았다. 무시당하거나 감정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자란 학생은 대개 남의 의견도 수용하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도 잘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서 늘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이 자기 말을 무시하고 자기들 마음대로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성호는 이런 억울함을 반 친구들에게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교사들에게도 늘 불만이 쌓여 있다. 언젠가 성호와 준이가 다퉜다. 준이에게 먼저 다툰 이유를 묻자, 준이는 비교적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성호에게도 질문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성호는 “다 필요 없어요, 내 편은 없어요, 선생님도 똑같아요”라며 자리를 뛰쳐나갔다. 선생님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준이 이야기를 먼저 듣자 어차피 자기가 이야기를 해도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 지레짐작하고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성호에게는 더 많은 배려와 관심으로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학습능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집에서부터 배려받고 이해받으며 사랑받는다는 충분한 체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방학은 성호에게 더욱 소중한 시간이다. 작은 것에서부터 성호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쌓아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일어나는 시간, 밥 먹는 시간, 공부 시간 등 시간관리에서부터 사소해 보이는 치약, 비누, 학용품 등의 선택도 학생의 의견을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성호가 강아지를 좋아하니 강아지와 교감을 나누게 하거나 식물을 선택하고 돌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선택은 본인 몫이다. 성호는 변할 수 있다. 변할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가 한 번에 확 일어나지는 않는다. 조금씩 서서히 일어날 것이다. 배려받고 이해받음이 쌓이고 쌓여 자존감이 생기게 되면 어느 순간 ‘아! 우리 아이가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2-08 08:40   |  수정일 : 2018-02-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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