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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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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자존감 높이기

글 |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 일러스트 이철원 / photo by 조선DB
“선생님! 어려워요. 못 하겠어요.” 오늘도 수학 문제 거부 운동을 하는 지환이. 나는 “이건 지환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까 풀었던 문제를 보고 다시 풀어보자”라며 격려했다. 그러자 지환이는 이번엔 “우석이가 방해해서 문제 못 풀겠어요!”라며 거부한다.
   
   지적장애 3급인 지환이는 받아올림이 있는 두 자릿수 덧셈을 공부하고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쉬운 문제만 풀려 하고, 어려워 보이는 과제는 일찌감치 포기해 버린다. 받아쓰기나 형성평가의 점수가 낮게 나오면 “나는 바보 멍청이예요!”라며 떼를 쓰고 울기 시작한다. 감정이 격해지면 주변 친구들을 때리거나, 자신에게 시련을 준 학습지들을 찢어 교실 바닥에 뿌리기도 한다. 부정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짝의 것을 몰래 보기도 하고 채점을 할 때 답을 적고는 100점이라고 우기기도 한다.
   
   반면 같은 장애가 있는 헌재는 늘 혼자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받아올림이 있는 두 자릿수 덧셈 문제를 풀 때 10이 넘어가는 올림을 해야 하면,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확인을 하고 한 번 더 검산한다. 헌재는 또래와의 놀이나 체육시간에도 열심히 하고, 잘 안 되는 것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다시 한 번 알려달라고 한다. 나는 늘 이런 헌재의 놀라운 과제 집중력과 높은 자존감이 과연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했다.
   
   처음 지환이와 헌재가 도움반에 왔을 때 둘의 학습수준은 비슷했다. 오히려 지환이가 상대적으로 수개념 이해가 빨랐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헌재가 훨씬 잘한다. 도대체 비결이 뭘까? 그렇다고 헌재가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의 힘을 빌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 학예회를 보러 오신 헌재 부모님과 헌재의 대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헌재가 부모님께 학예회를 준비하며 있었던 일들, 시시콜콜할 일상을 이야기할 때마다 헌재의 부모님은 진심으로 귀담아 들어주고 웃으며 반응해 주었다. 헌재의 표정에서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부모님은 항상 퇴근 후에 헌재의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들어준다고 하셨다. 헌재가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랬어?” “그 다음은 어떻게 됐어?” 하며 진심으로 재미있게 헌재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자존감’과 ‘하브루타’라는 두 단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헌재가 어려운 공부를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비결은 그의 높은 자존감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헌재의 자존감은 항상 자신을 믿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지지해주는 부모님 덕분에 형성됐다. 어려움을 겪더라도 나를 사랑해주고 믿어주는 부모님이 있다는 데서 오는 확신이 헌재를 성장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께 그날의 배운 내용을 이야기하면 하브루타처럼 묻고 답하면서 배웠던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또래 아이들보다 느리고 부족한 헌재의 이야기가 답답하기도 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기다림과 믿음으로 경청하며 아이가 스스로 살아갈 힘인 자존감을 길러주는 헌재 부모님의 모습은 교사라는 이름으로 자만했던 나를 고개 숙이게 했다. 지환이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며 그의 성장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1-26 10:03   |  수정일 : 2018-01-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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