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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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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로 다닐 때 안전에 대한 의식이 더욱 사라지는 아이들

글 |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 / photo by 조선DB
과학수업이 시작됐지만 철이와 민이(가명)가 과학실에 오지 않았다. 학생부에 불려갔다고 한다. 학급 회장이면서 평소 반듯한 행동을 하던 철이와 밝고 착한 민이에게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아이들에게 물어봤더니 생각지도 못한 얘기가 들려왔다. 두 학생이 급경사인 하수구에서 썰매를 타려다가 걸렸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산의 경사를 끼고 건물을 세웠기 때문에 2층 현관으로 나가면 1층으로 이어지는 경사가 있다. 경사지만 나무와 풀이 자라나 있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 옆 얼어붙은 경사진 하수구를 아이들이 타고 내려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좁은 하수구에서 썰매를 타고 내려갈 생각을 하다니.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어떻게 그곳에서 썰매를 타 볼 생각을 했지? 타고 내려가기 전에 발각돼서 천만다행이야!”라고 얘기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일부 학생들이 “와! 너무 재밌겠다! 나도 해보고 싶다!”라며 목소리 높여 교사들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나는 과학시간에 이 사건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과학적 해석을 곁들여 설명했다. “얼어 있을 때에는 저항을 못 받기 때문에 가속도가 엄청 붙어. 스스로의 의지로 제어가 어려울 것이고 멈출 수 없지. 1층 유리창이나 콘크리트 벽에 심하게 부딪치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남자 중학교에 근무하다 보니 참 놀라운 일들을 많이 본다. 아이들이 계단의 손잡이를 엉덩이로 타고 내려와 아주 쉽게 착지를 하는가 하면 슬리퍼만 신고 전력질주하며 축구하고 농구한다. 콘크리트 복도에서 격하게 뛰고 넘어뜨리며 노는 것은 물론 사물함 위에 올라가 큰 대(大) 자로 잠을 자기도 하고 뛰어내리기도 한다. 몇 년 전엔 과학실 창밖을 보다 정말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학교 옆 산기슭에 공사 때문에 연결돼 있던 고압전선에 플라스틱 끈 하나를 달랑 걸고 두 손으로 잡은 채 하강하고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창문 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뛰어나갔지만 아이들은 보란듯이 하강에 성공한 후 웃고 있었다.
   
   무모한 아이들의 장난과 도전이 있을 때마다 교사들은 놀라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를 반복한다. 설마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아이들 사이에서는 너무 쉽게 여겨지고 행해진다. 그렇다고 학교가 안전교육을 등한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정기적으로 교육하고 행사 때마다 사전에 또 하고 교사들은 안전 관련 연수를 의무적으로 받고 있다.
   
   문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의 안전교육은 귀찮은 잔소리로 들린다는 것이다. 들었던 말을 듣고 또 들으니 내용이 식상하고 무뎌져 안전 불감증이 생기는 것 같다. 나는 과학교사 입장에서 과학적 해석으로 접근해 보곤 하지만 그때뿐, 남학생들의 흥미로운 놀이거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학기말이 되면서 다양한 체험들이 교외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단체로 다닐 때 아이들은 안전에 대한 의식이 더욱 사라진다. 거리를 단체로 걸으니 차가 알아서 서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친구들이 옆에 있으니 나 하나쯤은 휴대폰을 보며 걸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도로로 서로 미는 장난도 서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안전에 신경을 쓰게 만들 수 있을까? 오늘도 교육의 한계를 느끼며 조바심을 내 본다.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12-29 09:03   |  수정일 : 2017-12-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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