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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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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부끄럽게 만드는 아이들

글 |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 서울 강서구에 옛 공진초 부지에 들어서기로 예정된 특수학교가 지역 주민에 반대에 부닥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상빈 기자 / photo by 조선DB
‘우리 지역에 몰아넣는 야비한 특수학교 설립, 절대 반대.’
   
   우리 학교 교문 앞에는 ‘특수학교 설립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우리 학교는 내년에 대대적인 변동을 앞두고 있다.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단지 내 49개 학급의 대형학교 형태로 바뀌게 된다. 지금의 초등학교 자리에는 특수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 역시 님비현상으로 골이 깊다.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장애우 학부모가 무릎까지 꿇은 서울 강서구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지만, 우리 동네엔 안 된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장애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학교에서 장애인의날을 맞이해서 장애체험교육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시각장애체험(눈을 가리고 흰 지팡이로 보행하기), 청각장애체험(말소리 내지 않고 대화하기), 지체장애체험(휠체어 타고 학교 둘러보기), 시지각장애체험(거울로 비치는 미로 통과하기) 등이다. 체험 후 학생들의 소감문을 보면 내용은 엇비슷하다. ‘장애는 불편한 것이다’ ‘장애인들이 불쌍하다, 그래서 도와줘야겠다’가 대부분이다.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는 이런 내용의 소감문을 보면 마음이 안 좋다. 장애인을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해 시작했던 장애체험교육활동이 결국 장애는 불편하고 가져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갖게 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학년 유경이가 쓴 소감문은 조금 달랐다.
   
   “같은 반 우석이를 보면서 말 없이 친구를 때리고, 수업 중에 소리를 질러서 생각주머니가 작아서 동생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장애를 가졌다고 생각하니 우석이의 행동이 이해되었다. 나라면 내 자신이 너무 싫어서 웃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우석이는 언제라도 웃고, 수업시간에 재미있는 행동을 한다. 하느님께서 우석이를 만들 때, 생각주머니를 작게 만든 대신에 마음주머니는 크게 만드셨나 보다. 왜냐하면 우석이는 언제나 친구라도 울거나, 힘든 순간에 먼저 뛰어가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유경이의 소감문을 보면서 답을 찾았다. 장애학생들을 지도하고 만나다 보면 아이들을 통해 배울 때가 많다.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할 일 하고 정리정돈을 잘하는 민서, 늘 함박웃음을 짓는 우석이, 희귀병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과제를 땀을 흘려가며 해결하려는 현민이, 넘치는 식탐에도 불구하고 동생들에게만큼은 먹을 것을 양보하는 우준이…. 항상 조건 없이 친구들을 좋아하고, 순수한 아이들을 보면서 작은 것에 욕심내고,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내가 이해하고 싶은 대로 이해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있다.
   
   학부모 중 한 분이 말씀하셨다.
   
   “저 플래카드 문구는 누가 썼을까요? 저 사람들은 과연 하루라도 이 아이들과 함께 지내본 적이 있는 걸까요?”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11-13 09:25   |  수정일 : 2017-11-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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