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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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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가 있는데 영어를 굳이 배워야 하나?

글 | 정채관 박사(교육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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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화진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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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교대 심창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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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채관 박사


  지난 5월 19일(금) 오후 2시부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회의실에서 '4차 산업혁명과 영어교육: 미래 영어 교과서'를 주제로 두 번째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영어전공실(실장 박지선)이 주최하고, 한국영어학회(회장 안성호),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회장 노경희)가 공동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지난 4월 21일(금)에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영어교육: 미래 영어과 교육과정' 세미나에 이은 연속 세미나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화진 부원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이번 세미나는 230명 이상이 사전 등록을 할 정도로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김영우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영어 교과서'에 관한 과거, 현재, 미래의 변화상을 집중적으로 강연하였고, 이어 경인교대 심창용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래 초등 영어 교과서', 한국외대 김해동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래 중등 영어 교과서'에 관해 강연하였다.

  종합토론 시간에는 한국영어학회 학회장인 안성호(한양대) 교수, 서울대 언어교육원 원장인 권혁승(서울대) 교수, 한국멀티미디어언어교육학회 회장인 황종배(건국대) 교수, 한국영어학회 부편집위원장 겸 연구이사인 정채관(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사의 토론과 잉글리시 헌트 한정림 CEO,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소속 초등학교 교사, 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등 다양한 배경의 참여자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영어교육에 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세미나의 이슈 중 하나는 구글 번역기였다. 항간에 실시간 번역이 되는 구글 번역기가 있는데 영어를 왜 배우나? 예전에는 구글 번역기 성능이 볼품없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무료다. 최근 소개되고 있는 실시간 통역기 성능을 보라. 이제는 영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 영어를 배우는 과정이 힘들고, 또 배운 영어를 유지하는 건 힘드니까 더는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를 배우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왜 영어로 괜히 아이들을 괴롭히냐는 얘기다.

  전자계산기가 있는데 수학은 왜 배우나? 우리 집에도 전자계산기가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스마트폰은 말할 것도 없고, 예전에 쓰던 2G폰에도 계산기 기능이 있어서 밥값 계산할 때 요긴하게 사용했다. 내가 살면서 로켓을 만들 것도 아니기 때문에 미적분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알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에 무료로 달린 계산기 정도면 사는 데 지장 없다. 학창 시절 수학을 배우는 이유를 몰랐다. 고심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그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였다.

  수학 전공자들에게 아이들이 왜 수학을 배워야 하냐고 물으면, 더하기 빼기 같은 단순 연산이 아니라 수학적 사고와 태도를 통해 상식의 연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학적 사고 능력', '수학적 사고법', '수학적 사고의 힘', '수학적 소양', '수학적 사고방식' 등 수학을 배우면 사는 데 무척 도움이 될 것 같다. 수학 전공자들은 계산기 따윈 필요할 때 잠시 사용하고, 그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학술지에 투고할 논문을 쓰면서 논문 초록을 한글로 쓴 다음 구글 번역기에 입력하여 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을 해봤다. 구글 번역기는 기대 이상의 번역 결과물을 내놓았다. 하지만 구글 번역기가 내놓은 번역 결과물을 유심히 살펴보니, 여전히 한계가 보였다 구글 번역기는 문맥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계적인 번역을 하였다. 아직은 적절한 대체 단어를 제시하지 못했고,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물론 나는 구글 번역기 성능이 계속 좋아지길 바라는 사람이다.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구글 번역기가 있는데 아이들이 왜 영어를 배워야 하냐고 묻는다. 구글 번역기는 입력된 영어를 기계적으로 한국어로 바꿔주는 일을 한다. 아무리 자연어 처리에 가깝게 하더라도, 내가 알고 싶은 단어, 구, 문장, 절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활자 이외에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식으로 사용되며, 또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다르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전자계산기가 연산만 하는 것처럼 구글 번역기도 단순히 기계적인 번역만 한다는 얘기다.

  오늘 새벽 우연희 조선일보 「윤희영의 News English」을 읽다가, 아래 번역 문장을 보고 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대통령을 해고하는(remove the president without shedding single drop of blood..."

  간만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에서 'single drop'이라는 말이 주는 임팩트가 느껴졌다.

  언어로 인해 사회가 변하고, 사회는 언어로 인해 변한다. 성능 좋은 구글 번역기를 자주 사용하다 보니 게을러졌다. 스스로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구글 번역기를 돌린다. 가장 큰 문제는 생각하는 것조차 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전화번호 기억하기 싫어 스마트폰에 저장해놓는 것처럼, 영어로 쓰기 귀찮으니 한국어로 쓰고 번역기를 돌린다. 수학 전공자들이 하는 말처럼 '영어적 사고법', '영어적 사고의 힘'까지는 아직 대답하기 어렵지만, 영어를 안 하니 머리가 굳는 건 분명한 것 같다.

23 May 2017
정채관 박사(교육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BEng(Hons) Birmingham MSc Warwick EdD Warwiick Cert Oxford
Email: ckj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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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5-24 09:20   |  수정일 : 2017-05-2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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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정채관 박사

⊙ 정채관 박사(교육학). 현역만기제대. 영국 버밍엄대(공학학사), 영국 워릭대(이학석사), 워릭대(교육학박사). 버밍엄대 한인학생회 부회장, 워릭대 한인학생회장, 영국 코벤트리 한인회장. 月刊朝鮮 영국통신원·전문가칼럼니스트.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선임연구원, 연세대 영어영문과·교육대학원 시간강사, 인하대 영어교육과 강의교수, 버밍엄대 영어과 외부교수.

⊙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과정·교과서본부 부연구위원. 영국 English Today(Cambridge University Press, SSCI) 편집위원, 한국영어학회 부편집위원장 겸 연구상임이사, 한국영어교육학회 연구이사. 조선뉴스프레스 교육칼럼니스트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저서 「한 눈에 들어오는 이공계 영어기술글쓰기(2007)」, 「코퍼스 언어학 입문(2012)」, 「2020 한국초중등교육의 향방과 과제: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2013)」,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교육정책, 교육과정, 교과서(2015)」, 「원자력 영어: 핵심 용어 및 실제 용례(2016)」, 「코퍼스 언어학 연구(2017.8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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