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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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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식탐, 프래더윌리증후군에 걸린 학생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글 |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 / photo by 조선DB
“영주가 이번에는 교장실 냉장고까지 열어서 드링크 음료와 교장선생님 약을 먹었어요.”
   
   “학교 냉장고는 영주가 다 꿰고 있네요. 모든 냉장고에 열쇠를 달아야겠어요.”
   
   교사들 사이에서 오간 대화다. 4학년 영주는 ‘프래더윌리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지녔다. 넘치는 식탐을 주체 못 해 교무실이며 연구실 곳곳의 음식을 찾아 먹고 급식시간에는 친구들 반찬을 몰래 먹는다. 현장체험학습 때에는 냉면에 넣는 설탕을 전부 퍼먹기도 하고 카페에 있는 시럽을 종이컵에 따라 먹는 것을 제지해야 했다.
   
   프래더윌리증후군(Prader-Willi Syndrom)은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희귀병으로, 정신지체와 과다한 식욕 증세를 보인다. 이 병이 있는 아이들은 신생아 시기에는 힘이 없어 모유나 우유를 잘 먹지 못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성장도 늦다. 하지만 자라면서 음식에 대해 지나친 욕심을 부려 비만해지는데 체중에 비해 키가 자라지 않는다. 대부분 비만이어서 심장병과 당뇨병, 뇌혈관 질환, 수면장애 등의 합병증이 우려된다. 외모는 다운증후군 아이들과 비슷하다. 지능지수는 낮은 편인데 40% 정도는 정상에 가까운 지능을 보이기도 한다.
   
   프래더윌리증후군 아동을 지도할 때는 아이가 생활 중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학교 급식시간에는 영양사 선생님의 엄격한 지도 아래 정해진 양만 배식을 받는다. 그렇다 보니 다른 친구들의 반찬에 손을 대기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이면 더 달라고 화를 내기도 한다.
   
   나는 영주를 지도하는 초기에는 음식을 통제하고 혼을 냈다. 그러다 그 방법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늘 영주를 따라다니며 감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았다. 보는 사람마다 못 먹게 하고 핀잔을 주면 아이는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끼고 욕구불만이 돼 버린다. 그래서 영주가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다는 기분이 들게끔 하기로 했다. 무언가 성취를 했을 때 그에 대한 보상으로 아주 소량만 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자 영주는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선생님! 이 과제 잘하면 저기 있는 초콜릿 먹을 수 있어요?”라고 물으며 문제행동을 줄여갔다. 먹을 것을 안 준다고 화를 내거나 다른 친구들에게 화풀이하는 횟수도 줄었다. 어떨 때는 참는 모습도 보였다. 무언가 먹고 싶으면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이 영주의 식탐을 조금 누그러뜨린 것 같았다.
   
   식욕은 인간의 기본욕구다. 식탐이 많은 아이는 감시하고 혼내기보다 아이의 식탐을 이해하고 소량의 먹을거리로 지도하면 효과가 높다. 영주의 집에서도 문제행동이 줄어들었다. 아직 영주의 집 냉장고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만, 곧 뗄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길 들었다. 또 하나, 프래더윌리증후군 아이들은 수면장애를 겪는데 가족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아 기분 좋은 날에는 웃으며 편하게 잔다는 얘기도 들었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보면, 물에게 사랑한다는 긍정의 말을 들려주면 한결 아름답고 신비로운 결정체를 보인다고 한다. 프래더윌리증후군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훈계와 질책보다 사랑과 이해로 대할 때 더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랄 수 있다.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5-12 09:34   |  수정일 : 2017-05-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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