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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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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窓] 희귀병 현우에게서 배우는 것들

글 |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 사진출처=조선DB / 일러스트=이철원
작년 5월 할러포르덴-스파츠병이라는 희귀병을 앓는 현우가 우리 학교에 전학왔다. 특수교사 10년 차인 나조차 처음 들어본 병명이라 전공서적과 인터넷을 뒤적이다 현우의 사연을 전하는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현우는 아홉 살 때까지는 또래 친구들처럼 밝고 적극적이며 활동적인 아이였다. 그런데 아홉 살 겨울에 접어들 무렵부터 자꾸만 넘어지면서 다치기 시작했다. 결국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면서 온갖 검사를 받은 끝에 유전병이 발병했다는 걸 알게 됐다.
   
   현우는 마비 증상으로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인지는 가능하다. 무엇보다 외모가 다른 현우가 다른 학생들의 놀림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 우선 선생님들에게 현우의 상태를 알리기로 했다. “15살인 조현우라는 학생이 4학년으로 전학을 왔는데 할러포르덴-스파츠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지닌 학생입니다. 이 희귀병은 10세에 발생하는 유전병인데 열 살이 되면 걸을 수 없게 되고 몸의 근육이 마비됩니다. 지금 현우는 휠체어를 타고 목과 복부에 관을 꽂고 있습니다. 말을 하지는 못 하지만 상대방의 말을 다 알아듣고, 손을 움직임으로써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놀리거나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도록 사전에 지도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현우의 새 출발은 쉽지 않았다. 철없는 몇몇 동생들은 현우를 ‘괴물’ ‘좀비’ ‘장애인’ 등으로 불렀다. 그럼에도 현우는 동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웃어 보였다. 차라리 화를 내거나 울면 속이라도 시원할 텐데 동생들이 놀려도 반갑다고 웃음 짓는 현우를 보니 더 마음이 아팠다. 더 이상 현우가 놀림거리가 되게 방치할 수는 없어서 아이들에게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했다. 아이들에게 아홉 살 때의 건강한 현우 모습과 휠체어에 앉아 있는 지금의 현우 사진을 동시에 보여주며 비교하게 했다. 이후 현우가 앓고 있는 희귀병에 대해 알려주자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민철: 선생님, 현우 형이랑 놀면 저도 저렇게 돼요?
   
   희진: 말을 할 줄 알아요?
   
   주연: 현우 오빠는 혼자 화장실에 갈 수 있어요?
   
   성진이는 “현우 형이 다시 우리처럼 건강해질 수 있느냐”는 반가운 질문을 했지만 차마 진실을 말해줄 수는 없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할러포르덴-스파츠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은 대개 청소년기를 넘기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당연히 나을 수 있고 여러분이 도와주면 더 빨리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처음 현우가 학교에 와서 한 일이라곤 산책과 입, 목에 고여 있는 침과 가래를 의료용 흡입기로 빼내는 일이 전부였다. 하지만 점차 현우가 손짓이나 눈빛으로 의사를 전달하려는 게 눈에 띄었다. 그래서 4조각 퍼즐 맞추기, 블록 쌓기 등의 학습을 시켜봤더니 너무나 잘했다. 그날 이후부터 미끄럼틀 타기, 글씨쓰기, 낚시놀이 등 새로운 과제에 계속 도전하게 했다. 근육 강직으로 몸이 뒤틀어지고 이마엔 식은땀이 났지만 현우는 최선을 다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장애를 이겨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요즘은 현우에게서 오히려 내가 삶을 배운다. 함께 산책을 하면서 만나는 한 줌 햇살과 바람에 미소 짓고, 친구들의 인사에 굽어진 손을 힘껏 흔들며 화답하는 현우를 보면서 내가 감사함을 느낀다.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1-10 15:06   |  수정일 : 2017-01-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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