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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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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공연 관람으로 북한 주민의 마음을 한 번 더 농락한 김정은

아무리 힘없는 백성들을 업신여겨도 그렇지···

글 |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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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가수들의 평양 1차 공연이 끝난 후 김정은이 손을 흔들고 있다. 옆에서 박수치는 이는 도종환 문체부장관./ 평양공연 공동취재단

1995년 4월, 일본의 프로레슬러 출신 참의원인 안토니오 이노키가 릭 플레어 등 스타선수들을 대거 이끌고 평양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곤 모란봉 기슭의 5.1경기장에서 여보란듯이 ‘국제프로레슬링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당국자들은 ‘민족최대의 명절인 4.15일을 기념하기 위해 진행되는 국제적 규모의 체육대회’라고 했지만 주민들은 한편에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식 자본주의를 비판할 때마다 들고 나오던 바로 그 ‘프로레슬링경기’가 평양에서 열렸기 때문입니다.
 
승패가 이미 정해져 있는 줄도 모르고 가슴 조이며 안토니오 이노키를 응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경비중대장이 영창에 들어갔는데, 이유인즉 그 ‘프로레슬링경기’를 녹화한 테이프를 주변 친구들에게 돌리다가 ‘비사회주의 그루빠’에 걸렸다는 것입니다.
 
그보다 먼저인 1983년 10월, 군단선전대(문선대)의 한 친구가 ‘비사회주의’에 걸려 출당당하는 변고가 일어났었습니다. 오로지 노동당입당 때문에 10년간의 군복무를 묵묵히 견뎌온 친군데 출당이라니, 더하여 생활제대라니! 주변 사람들이 속상하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 친구의 출당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에서 그렇게 하지 말라던 주패(카드)를 어디서 배웠는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손수 그림을 그려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밤새 놀다가 그만 중앙당 검열조에 걸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출당당할 만 하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듬해 설날, 그러니까 그 친구가 출당당한지 꼭 3개월 만에 전군에 김정일의 ‘선물주패’가 보급되었습니다. 소대당 한세트씩 공급됐는데 부대들엔 주패를 놀 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 출당당한 친구에게서 주패놀이를 배웠던 ‘비사회주의분자’들이 구분대로 내려가 날밤을 새워가며 주패놀이를 전수해 주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출당당한 친구가 부대를 찾아와 ‘복당시켜 달라’고 오열하던 기억도 납니다.
 
이번엔 남조선 노래가 문제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김정일이 남조선 노래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는 소문을 통해 들었었지만, 역시 비공개였고, 북조선 인민들의 정서에 대놓고 반하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도 남조선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는 못할 거란 관측도 내 놓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일자 노동신문엔 김정은이 ‘남조선 예술인들의 공연을 보았다’는 소식과 함께 ‘남조선 음악인’들과 찍은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실렸습니다. 공연 당일인 1일자 신문에선 ‘자본주의 예술은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양식을 류포시킨다’고 비난했음에도 말입니다.
 
과거엔 주민들의 기강을 바로잡겠다며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침해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한다’는 내용의 포고문을 시도 때도 없이 발포하던 김정은이었습니다. ‘남조선 드라마를 보거나 노래를 부르다 적발되는 경우 현장에서 체포해 엄정히 처단하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죠.
 
이랬던 김정은이 ‘남조선 노래’를 듣고 ‘남조선배우’들과 기념사진까지 찍었으니 ‘비사회주의’의 왕초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힘없는 백성들을 업신여겨도 그렇지 어떻게 백주에 ‘너희가 안 되는 걸 나는 해도 된다’고 시건방을 떠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북조선 인민들의 생각도 저와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엔 남조선 노래에 맞춰 머리 위로 손을 흔들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는데, 그렇게 온 나라 국민의 행동을 조작하고 마음까지 농락하는 김정은 정권이 정말 오래갈 수 없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나는 아무행동이나 할 수 있고, 말을 마구 뒤바꿀 수 있으며 북한 전역을 거짓말의 왕국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정말로 어디까지, 얼마나 갈 줄은 지켜봐야하겠지만 말입니다.

김성민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4-03 17:40   |  수정일 : 2018-04-0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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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전 북한군 대위(예술선전대 작가), 현 자유북한방송국 대표.

현재 ‘한국논단’ 편집위원, 민주평통 자문위원, 국가인권위 ‘북한인권포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고향의 노래는 늘 슬픈가”(시집), “10년후 북한”(공저)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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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 2018-04-04 )  답글보이기 찬성 : 3 반대 : 4
남한보다 더 자유스런거 같은 느낌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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