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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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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작전’?...미국이 북한을 때린다면 혼신의 힘을 다할 것

글 |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지난해 4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이 일본 자위대 소속 구축함들과 동해서 합동훈련을 벌이고 있다. photo AP
201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미국을 마음껏 능멸했다. 김정은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핵 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북한의 문전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는 또 북한은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의 평화와 안전을 지켜낼 것이며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데도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국가 핵 무력 완성으로 공화국은 되돌릴 수 없는 전쟁억제력을 보유하게 됐다”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은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며 미국을 협박했다. 김정은은 이어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면서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의 언급은 과장도 있지만 핵전략의 상궤를 크게 벗어나고 있다는 게 더욱 큰 문제다. 우선 김정은의 언급 중에서 결코 간과하면 안 되는 부분은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협박이다.
   
   선제공격능력이란 핵전략 이론가들에 의해 ‘First Strike Capability’라고 지칭되는 능력으로 미국도 소련도 결코 가져보지 못했던 꿈의 능력이다. 선제공격능력이란 상대방을 먼저 공격함으로써 궤멸시키고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미국과 소련도 영어로는 ‘Second Strike Capability’라고 지칭되는 ‘보복공격능력’을 갖추고 있었을 뿐이었다. 보복공격능력이란 상대방이 먼저 전면 공격을 가한다 할지라도 살아남아 보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즉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를 지상에서 발사하는 미사일,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 그리고 하늘에서 투하할 수 있는 폭격기에 분산 배치함으로써 상대방이 아무리 먼저 공격을 한다 해도 자국의 핵 무력이 다 파괴되지 않고 일부가 살아남아 복수를 할 수 있는 능력, 즉 보복공격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과 소련은 어느 나라도 상대방을 공격해서 전멸시키고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 즉 선제공격능력을 보유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은 핵전략이론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미국이 보기에 허풍임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을 그대로 놓아둘 수 없는 정신 나간 인물로 보게 만들었을 것이다. 일부 우리 국민들은 “북한이 오랜만에 대화의 장으로 나왔는데 미국은 왜 자꾸 북한을 향해 무력공격 위협을 가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지 모르지만 미국의 시선에서는 정당한 질문이 아니다. 미국은 이제 김정은이 더 이상 핵을 개발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결국 미국 정부 일각에는 김정은을 더 이상 그대로 놓아둘 수 없고 무력공격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정책결정자들이 존재한다고 봐야 하며 그들이 제시한 방안 중 하나가 최근 논란을 빚은 이른바 ‘코피 터트리기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월 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처음 소개된 이 작전은 김정은을 제거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김정은에게 모욕을 주기에는 충분한 수준의 공격을 가함으로써 큰 전쟁을 회피하면서 김정은으로 하여금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코피작전이라는 군사개념은 다양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미 이 계획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빅터 차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의 자리를 박탈당하는 ‘사고’조차 발생했다. 그렇다면 코피 터트리기 작전이란 무엇이고 미국은 북한 핵을 어떻게 해결하려는 것일까.
   
   
▲ 지난 1월 30일 미 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photo 뉴시스

   유례를 찾기 힘든 작전
   
   코피작전이라는 개념은 군사작전으로 확립된 개념이 아니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이 상용하는 용어도 아니며, 군사 용어로 정립이 된 말은 더더욱 아니다. 1월 9일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이후 언론 등에 갑자기, 흔히 나타나고 있는 용어일 뿐이다. 용어 그 자체도 통일되어 있지 못한 상태다. ‘코피타격(Bloody Nose Strike)’이라는 말도 있고 ‘코피공격(Bloody Nose Attack)’이라는 말도 있으며 ‘코피전략(Bloody Nose Strategy)’이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코피작전, 코피전략, 코피공격 등 용어를 일관성 있게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언론들이 보도하는 바에 의하면 코피전략이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을 제거하기 위한 방편으로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하나의 옵션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군사력 사용에 관한 다양한 방식 중에서 아주 약한 단계, 즉 김정은 정권 혹은 북한의 핵시설 등을 파괴하는 대신 문자 그대로 코피를 흘리게 하는 수준의 공격을 가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구상을 말한다. 북한과 대규모 전쟁을 벌이기보다는 아주 제한된 군사 공격을 통해 북한 정권에 ‘미국이 정말로 공격을 하는구나’라는 겁을 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고 궁극적으로는 대화 등 외교적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코피작전은 개념적으로 현 북한 정권의 멸망 혹은 붕괴를 전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김정은(정권)의 건재를 가정한다. 겁을 주어 김정은을 굴복시킴을 목표로 하는 것이지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코피작전은 논리적으로도 그럴듯해 보이지는 않는다. 전쟁 사상 코피작전과 유사한 경우를 찾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극도의 적대감을 노정하며 장기간 으르렁거렸던 두 나라 중 한 나라가 상대방에 약하게 한 방 가볍게 맞은 후, 즉 코피가 난 후 꼬리를 내리고 항복한 경우를 찾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의 옛 이야기 중에 원숭이를 겁주기 위해 닭의 목을 자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코피작전과 개념적으로 비슷하기는 하지만 코피작전은 겁을 먹어야 할 대상이 직접 공격을 받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1993년 미국과 이라크전쟁 당시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 대통령에게 48시간 내에 가족들과 이라크를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발했지만 후세인은 이를 무시하고 버텼다. 오히려 한판 붙어보자는 식으로 행동했다. 북한의 경우 적어도 이제껏 김정은이 미국에 대해 한 말들만 본다면 코피가 났다고 뒤로 물러설 것으로 보기는 아주 힘들다. 코피작전은 북한이 미국에 공격당한 후 되받아치지 못하는 경우, 그리고 더 이상의 도발을 포기하는 경우라야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유사한 경우는 레이건 대통령 당시 미국이 가다피의 텐트를 포격, 가다피의 수양딸을 죽인 경우를 꼽을 수 있는데, 그것도 사실은 딸을 죽이려던 작전이기보다는 가다피를 표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코피작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현재 다수의 평론가들은 코피작전을 위험한 작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코피작전을 위험하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코피작전이 확전의 서막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즉 위기 상황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아니라 위기를 전쟁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군사전략은 비관론적 관점에서 수립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타당한 비판이다.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되었다가 철회된 빅터 차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한 글에서 코피공격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20만 이상의 미국 시민들의 목숨을 위험하게 한다는 논지를 펴며 반대했다. 다른 비판도 빅터 차 교수의 논리와 비슷하다. 이들의 주장은 미국이 북한에 어떤 종류의 군사공격을 가할 경우라도 그것은 당연히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데서 그 한계가 있다고 보인다. 코피작전은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코피작전보다 훨씬 강한 ‘참수작전’은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반발의 주체가 제거되는 것이니 말이다.
   
   필자도 작금 논의되고 있는 코피작전은 위험한 것이라고 보는 편인데 북한이 약한 공격을 당했을 때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까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코피작전은 북한이 약하게 당한 후 반격을 포기할 것을 전제로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선택되어야 할 표적을 찾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이 어느 날 밤에 정밀폭격을 통해 인명피해는 전혀 없이 김정일과 김일성의 동상을 파괴해 버렸다고 가정해 보자. 이것은 아마도 그럴듯한 코피작전의 표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김정은은 어떻게 반응할까. 미국에 백기를 들 것인가 혹은 반격을 할 것인가. 북한이 미국 제국주의자들에 대해 거둔 승리라고 자랑하며 대동강에 정박, 전시하고 있는 미국의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를 폭격하는 방안도 어떤 전문가가 말하는 것을 들은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아무리 사정이 급박해도 자국의 선박을 폭격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필자는 어느 경우에도 김정은 정권이 코피가 터지는 공격을 당한 후 대화를 통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결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그런 표적을 찾기 대단히 어렵다고 보는 편이다. 김정은 본인이 표적이 되는 방안도 있지만 그럴 경우 코피작전은 더욱 성공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핵 시설, 미사일 시설, 핵실험 시설 등 핵개발 관련 군사시설을 공격하려 한다면 그것은 코피작전 수준으로 ‘제한’하기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북한에는 여러 개의 핵 관련 군사시설이 있을 터인데, 그중 1~2곳 정도를 파괴하는 것이 코피작전일 것이다. 북한이 1~2곳 파괴되었다고 모든 상황을 포기할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필자가 코피작전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더 중요한 이유는 그토록 심각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에 코피작전은 그 심각성(seriousness)이 약해 보이는 방안이라는 점이다. 사자나 호랑이는 먹이를 사냥할 때 그 먹이가 작은 토끼이든 큰 사슴이든 혼신의 노력을 다해 공격한다. 미국이 궁극적으로는 평화적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결국 북한을 ‘모욕’함으로써 성패가 판가름될 코피작전은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며 오히려 상황을 꼬이게 만들지 않을까 염려된다.
   
   
   ‘선택한 전쟁’ vs ‘필요한 전쟁’
   
   학자들은 위기가 작은 전쟁이 되고 작은 전쟁이 큰 전쟁으로 비화하는 과정에 대해 오랫동안 공부해 왔다. 이 같은 과정을 확전(擴戰·Escalat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전쟁은 과거와 달리 신속함과 그 강도가 빠르고 강하다. 소련이 망한 후 미국은 쿠웨이트 해방을 위한 걸프전쟁, 9·11 테러 이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 등 자신보다 약한 상대와 몇 차례 전쟁을 치렀다. 학자들은 미국이 하지 않아도 될 전쟁을 했다는 의미에서 이들 전쟁을 ‘선택한 전쟁(war of choice)’이라고 말한다. 하지 않을 수 없는 전쟁, 즉 ‘war of necessity(필요한 전쟁)’에 대치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 ‘선택의 전쟁’을 할 때도 완벽하게 준비했고 혼신의 힘을 다해 공격했다. 걸프전쟁, 아프간전쟁, 이라크전쟁에서 코피작전과 같은 살살 때리기는 없었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은 북한의 핵을 평화적인 수단으로 막을 수 있다는 데 대해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 그래서 무력공격의 대안을 항상 열어두고 있는 것이며 “북한 핵의 위험은 더 이상 과장할 수가 없다”는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언급, 혹은 “북한과의 전쟁은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을 방치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던 포드 합참의장의 언급 등이 나온다. 이러한 발언들은 미국의 북한 핵 제거를 위한 공격을 ‘필요한 전쟁’의 범주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든다.
   
   즉 미국은 평화적인 수단으로 북한 핵 문제가 해결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북한을 무력공격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미국은 여러 차례 북한을 향해 평화적인 해결 방법이 원칙임을 강조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장기간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지 말아야 하며, 핵을 포기할 의사를 우선 밝히라는 대단히 어려운 조건을 걸었다. 폼페오 중앙정보국 국장은 김정은 정권을 향해 “이번 미국 정부는 북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과거 오바마·클린턴 정부와 다르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화가 원칙이지만 회의적이며, 기다려 보겠지만 마지막 심판은 미국이 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미국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에 시간을 줄 테니 잘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림픽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보겠다고 했다. 미국은 기다릴 것이다. 코피작전은 실제 시행될 작전이기보다는 말싸움이라고 보는 편이 더 낫다. 미국은 북한 핵을 막기 위해 무력 사용을 결심할 경우 북한의 코피나 터트리는 수준으로 작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공격할 것이며 북한이 아예 반격할 수 없는 공격 작전을 전개할 것이다. 코피작전은 미국의 학자들이 연구해서 밝혀낸 미국인의 전쟁 방식(American Way of War)에도 맞지 않는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2-14 09:08   |  수정일 : 2018-02-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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