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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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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들이 남한 사람들의 출근길 풍경에 매료된 이유는?

글 | 김수경 탈북자

▲ 사진출처=TV조선 캡처본
최근 북한주민들이 겨울용 동복 매장에 모여든다고 한다. 시장도 그렇고 꽤 비싼 동복이 전시되어 있는 종합상점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질 않는다고 하니 기이하기까지 하다. 농장의 현물분배도 끝났고 무엇보다 다가오는 설날에 동복하나쯤은 입고 나서려는 마음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동복의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조금 괜찮은 것 같아 손에 들고 보면 보통사람 월급(3~5천원)의 10배나 되는 가격이다. 꽤 괜찮아 보이는 중국산 동복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몇 만 원짜리 동복엔 눈길도 주질 않는다고 한다. 어쩌다 사는 동복이라 10년 정도는 입어야 하는 ‘재산’이기 때문이다. 

‘재산으로 구입하는 옷’이라 일단은 비싼 것을 사야하고, 한번 살 때 남들이 보고 부러워할만한 옷을 사 입어야 ‘인격’도 올라간다는 게 그곳 주민들의 이야기다. ‘웬만한 간부’가 아니고서는 좋은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설 여유가 없는 사람들... 사실 1년 중 멋진 동복을 입고 거리에 나설 기회가 몇 날이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남녘처럼 사계절을 자랑하는 한반도의 북쪽이지만 그곳 주민들에겐, 철따라 입는 옷이 고루 있는 게 아니다. 혹시 계절별로 몇 벌의 옷을 장만했다 해도 제대로 입어볼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되어 있질 않다. 그저 유니폼이 딱이다. 김일성의 인민복과 김정일의 점퍼, 세월을 타지 않는 유니폼으론 아직도 군복이 제일인 나라다. 

그래서 언뜻 생각나는 이야기인데, 북한 사람들은 아직도 ‘남한 사람들의 출근길 풍경’에 매료되어 있다. ‘남한 사람들은 출근길에 나섰다가 자기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아무리 바빠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다나 뭐라나...’ 삶의 다양성과 풍요에 대한 갈망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야 하는 주민들은 다시 또 다시 장마당을 배회하다 결국 ‘힘에 부친 동복’과 마주서고야 만다. 그리고 주저하지 않는다. ‘모르면 비싼 것을 사라’는 유행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은 물건을 평가할 때 ‘이게 장마당에서 얼마짜리다’고 나름의 경제력자랑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힘들게 번 돈이고, 다시는 없을지도 모르는 돈이지만 ‘모르면 비싼 것을 사라’는 얼토당토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내 고향 사람들의 모습이 불안 하게 비춰지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1-20 08:41   |  수정일 : 2017-01-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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