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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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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발길 끊이지 않는 호찌민의 북한 식당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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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호찌민 거리 풍경_사진은 내용과는 관계 없음. / 사진출처=조선DB

 
2016년 11월 9일 오전 11시30분, 택시를 타고 베트남의 수도 호찌민의 중심인 통일궁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빨간색 바탕에 노란색 글씨가 쓰인 간판 하나가 눈에 띄었다. 호찌민의 유일한 북한 음식점인 ‘조선류경식당’이었다. 북한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평양관과 조선류경식당을 운영하기도 한다.
 
 
  외교부 출입 자제 권고에도 북한 식당에 한국인들 드나들어
 
  택시에서 내려 식당 안을 들여다봤다. 점심때인데도 식당은 한산했다. 중년 남성 5명이 한자리에서 술을 곁들여 식사하고 있었다. 음식 먹는 모습, 술 마시는 모양새를 봤을 때 한국 사람처럼 보였다.
 
  그들 옆엔 북한 여종업원 2명이 서 있었다. 빨간색 치마에 하얀색 상의를 입은 이들은 연방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손님이 비운 잔에 술을 채웠다. 그중 낯선 시선을 느낀 남성들이 고개를 돌려 기자를 쳐다봤다. 미소가 만개(滿開)했던 그들의 얼굴에 돌연 긴장감이 감돌았다.
 
  식당 앞을 계속 기웃거리자 경비원 3명이 쳐다봤다. 이들을 피해 맞은편에 있는 베트남 음식점 야외에 자리를 잡고, 북한 식당을 살폈다. 5분 후, 30대 남성 두 명이 북한 식당을 바라봤다. 그중 한 사람은 통화를 하면서 우리말을 썼다. 이들은 식당 간판을 휴대전화로 찍고선 주위를 한참 동안 두리번거리다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흰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 한 명이 나타나 뒤따라 들어갔다. 약 1시간30분 동안 호찌민의 ‘조선류경식당’을 드나든 한국인은 총 8명이었다.
 
  외교부는 북한의 도발에 따라 남북 관계가 경색될 때 재외공관을 통해 교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북한 식당 출입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북한의 자금줄 차단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북한 식당을 이용할수록 김정은의 주머니만 채워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북한 노동당은 세계 각지에서 130여 곳의 북한 음식점을 운영한다. 각 식당에서 올린 수입은 북한 노동당 39호실로 송금된다. 39호실은 김정은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곳이다. 39호실이 관리하는 비자금은 핵미사일 개발이나 김정은의 치적 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쓰인다. 주호찌민총영사관의 경우 올해 2월 19일, 6월 27일, 7월 27일, 8월 5일, 9월 12일 등 5회에 걸쳐 북한 식당을 이용하지 말라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북한 여종업원, 매상 올리려 음식·술 주문 강권
 
  당일 오후 8시30분, 숙소에 가던 도중 북한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동양인 남성 한 명과 백인 남성 네 명, 동양인 남성 5명, 동양인 남녀 등 세 무리가 있었다. 그들의 국적이 궁금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북한 여종업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질문만 몇 개 하고 떠나려 했지만, 분위기상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종업원이 다가와 주문을 받으면서 혼자 온 사람에게 음식 여러 개를 시킬 것을 권했다. 북한 술을 장황하게 소개하며 50% 할인해 4만2000원에 팔 테니 마셔보라고도 했다. 계속 강권해 “이렇게 매상 올리면 돈 좀 떨어지느냐?”고 물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기자 바로 옆 테이블의 남녀는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 이들은 하노이에 있는 북한 식당도 자주 가는 것처럼 보였다. 북한 여종업원에게 “지난번에 하노이 식당에서 본 적 있지 않으냐?” “기억하느냐?”면서 얘기를 걸었다. 그 옆에서 맥주를 마시며 떠드는 남성 5명도 한국인이었다. 이들도 북한 식당을 자주 출입한 듯 종업원들을 편하게 대했다. 담배를 피우면서 얘기를 나누는 서양인 무리에 낀 동양인의 국적은 확인하지 못했다.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에게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느냐?”고 묻자 “남조선 사람들이 제일 많이 옵니다. 남(베트남의 북한식 발음), 일본 사람도 자주 옵니다”란 답이 돌아왔다.
 
  북한 식당을 출입하는 한국인들 상당수는 자신이 내는 식대가 북한 독재 정권을 공고히 하는 데 쓰이고, 언젠가 우리 머리 위에 떨어질 핵폭탄이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북한 식당에 드나든다. 그토록 북한이 궁금한 이들이 과연 국내에 3만명이 넘는 탈북자와 김정은 독재 정권의 인권 유린에 힘겨워하는 2500만 북한 주민들에겐 얼마나 관심을 가져왔는지 궁금할 뿐이다.⊙
 
[월간조선 2017년 1월호 /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1-02 08:39   |  수정일 : 2017-01-0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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