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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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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장소라고 해서 달리기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달리기가 오직 시간만이 목적지일 뿐, 끝없이 이어지는 발걸음의 연속일 수 있다. 일상에 바쁜 사람들이 아침마다 학교 운동장을 달리는 것이 그런 것이다. 어떤 장님이 원을 그리고 순환하는 길을 끝없이 걷고 있다. 어떤 사람이 묻는다. 왜 그 길만 그렇게 걷는지?를.

글 |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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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달리다 좀 적적하거나 힘들거나 안정이 안 될 때면 추억의 옛 노래를 부르거나 시를 읊기도 한다. 이렇게 풍경이나 대상이나 사람을 향햐 시나 노래를 부르는 일은 험한 길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거쳐간 공간과의 친화력을 새롭게 한다. 

때로는 달리기가 오직 시간만이 목적지일 뿐, 끝없이 이어지는 발걸음의 연속일 수 있다. 일상에 바쁜 사람들이 아침마다 학교 운동장을 달리는 것이 그런 것이다. 어떤 장님이 원을 그리고 순환하는 길을 끝없이 걷고 있다. 어떤 사람이 묻는다. 왜 그 길만 그렇게 걷는지?를. 

그 길에는 장애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다른 길로 나가 자신의 두 다리를 잊어버리지 않으면서도 세상과 냄새와 바람결을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라 대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습관의 궤도 밖으로 나서는 모험을 하지 못한다. 끝없이 걷기만 할 뿐 어디에도 이르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위해, 모든 발걸음의 종착점인 죽음을 향해서 느릿느릿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위해 걷고 있다는 것이다. 한 곳을 뱅뱅 도는 것의 또 다른 면도 있다. 잡초들이 자욱하게 웃자란 정원 안에 오솔길 하나가 천천히 만들어진다. 

그런 길은 마치 수많은 나그네들이 밟고 지나간 길만 같아 보인다. 그만큼 발자국이 낸 길이 깊게 파여가는 것이다. 하루 이틀 수많은 날들이 지나면서 세계 일주의 거리도 넘어서고, 그렇게 세계 일주가 끝나면 다시 반대 방향으로 여행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사막도 건너고 바다를 끼고 걷거나 고개를 넘고 숲을 통과하기도 하면 눈이 내리고 추위에 떨기도 하고, 비가 내리거나 더위에 지치면 아름다운 강물에 풍덩 빠져 신나게 수영을 더위를 식히기도 할 것이다. 이런 걷기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우선 병들거나 약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운동이다.

집이 바로 옆에 있고 추위에 떨 걱정이 없으며,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휴식의 기회를 충분히 줄 수 있다. 공간이 비록 협소해 보이지만, 그래도 매우 다양한 훈련이 가능하다. 좁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도 타원형 운동장의 긴 거리는 전력질주를 하고, 짧은 주로는 천천히 휴식해도 된다.

아니면 대각선을 전력질주하고 짧은 거리나 긴 거리는 휴식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나는 예전에 이런 대각선을 전력질주하고 짧은 거리는 휴식하고, 다시 만나는 대각선을 질주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지그재그로 빠르게 달리고 천천히 휴식하는 방식도 괜찮다. 심지어 집 거실에서도 가능하다.

내가 돌아다니는 것은 작은 물리적 공간이지만, 내 마음 속에는 우주가 들어 있다. 아무리 작은 공간에서도 걷기는 충분하고 제자리 달리기도 가능하다. 집 안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보행자라고 해도 적어도 옴짝할 수 없다고 여겼던 부동의 상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노력할 수는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이 어떻하든 물리적 공간에서 정신을 해방시킴으로써 현실의 속임수에 불과한 부동의 상태에서 벗어나 그곳을 탐험과 명상의 장으로 탈바꿈시켜 그 장소에서 장기간에 걸친 미시적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12-24 09:29   |  수정일 : 2018-12-2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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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장

이동윤외과의원장

전 한국달리는 의사들 회장
Lee Dong Yoon, President of the Korean Practicing Surgeon's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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