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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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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면 온 몸의 감각이 세상을 향해 열린다

달리기는 감각의 예술이다. 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느낌이 감각을 더욱 생생하게, 더욱 기억에 남게 만들어준다. 살아 있음을 열정적으로 느끼고, 인간의 조건이 무엇보다 신체 조건임을, 독립적으로 움직여 구태의연한 습관에서 벗어나면서 얻는 기쁨이 세상의 기쁨임을 절대 잊지 못한다.

글 |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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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이리저리 몸을 흔들 기회들을 제공할 뿐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자유를 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축소되는 느낌을 받게 하기도 한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간편하게 차려입은 차림새처럼 짐만큼 평소의 습관을 버린 주자는 더없이 보잘 것없는 수준으로 돌아간다.

본질적으로 거의 반라의 관능적인 달리기는 감각적 습관의 변화이며, 주로를 달리는 동안 호기심과 직관을 통해 의미와 가치의 지표들을 끊임없이 깨닫고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개방적인 과정이다.

익숙한 환경 특유의 무의식적인 자동성과는 거리가 멀어진 야외 달리기는 낯선 지각에 속하는 새로운 감각적 차원에서 보고, 맛보고, 만지고, 느끼고, 들으면서 끝없는 놀라움과 즐거움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세상은 풍부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정신에서 감각을 먼저 거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각각의 인식은 무수한 다른 인식들과 공명하며 무궁무진한 제안들처럼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끊임없이 주어진다.

나의 몸과 세상의 피부 사이에 영원한 연속성이 맺어지고, 외부 환경은 관능적으로 살아 숨 쉬며 위협하고, 피 흘리고, 몸을 흔들거나 잠이 드는 제2의 육신이다. 세상이 아무리 풍부한 아름다움을 과시하더라도 단순한 시선이 아니라 냄새와 소리, 촉감 속으로 침잠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오솔길을 달리다 갑자기 나타나는 계곡이나 강물을 만나면 시원해 보이는 맑은 물살에 두 손과 발을 담그고 세수하며 땀을 훔치고 싶어지는 뿌리치기 힘든 욕구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계절과 장소에 따라 여러 가지 과일과 열매들을 따먹고 싶은 식탐이 세상의 풍미와 만나기도 한다.

장거리 달리기를 마칠 때쯤이면 피곤하고 나른함을 에너지 겔 한 봉지와 몇 모금의 물로도 충분히 기억에 남을 만하다. 야생의 향기와 졸음을 몰고 오는 풀벌레들의 소리에 파묻힌 열기로 숨 막힐 듯한 하늘의 참을 수 없는 위대함에 두 눈과 가슴을 열게 된다.  

세상이 아낌없이 조는 선물을 주자 또한 과도하게 탐닉하지 않고 적절히 받아들인다. 모든 달리기는 감각을 통한 전진이며, 관능으로의 초대이다. 행복한 감각들은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그리고 무엇보다 달리고 있는 그 순간 내가 거기에 있음을 수없이 확인시켜 준다.

달리기는 감각의 예술이다. 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느낌이 감각을 더욱 생생하게, 더욱 기억에 남게 만들어준다. 살아 있음을 열정적으로 느끼고, 인간의 조건이 무엇보다 신체 조건임을, 독립적으로 움직여 구태의연한 습관에서 벗어나면서 얻는 기쁨이 세상의 기쁨임을 절대 잊지 못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10-04 09:30   |  수정일 : 2018-10-0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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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장

이동윤외과의원장

전 한국달리는 의사들 회장
Lee Dong Yoon, President of the Korean Practicing Surgeon's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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