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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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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왜 끊기 어려운가?

글 | 김정인 다양성관리연구소 소장   일러스트 | 셔터스톡

조건반사라는 말이 있다.

구소련의 생리학자였던 파블로프(Pavlov)는 개를 상대로 종소리를 들려주고 곧바로 음식을 주는 실험을 했다. 처음에 종소리만 들려주었을 때 개는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만 보았다. 그러던 개가 ‘종소리+음식’이라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 경험한 후에는 음식을 주지 않고 종소리만 들려주어도 침을 흘리는 것이었다.

개에게 종소리는 음식과 같이 무조건 침을 흘리게 하는 자극의 역할을 하였고, 그 개는 종소리와 음식의 결합, 즉 종소리가 음식을 제공하는 단서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학습심리학에서는 ‘조건화’라고 부른다.

이러한 결합에는 음식처럼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기충격과 같은 혐오적인 것과의 결합도 있다. 서커스의 코끼리 묘기가 바로 그 예이다. 코끼리는 어떤 식으로 훈련이 가능할까? 코끼리의 경우 훈련을 위해 먼저 그 크기에 맞는 방을 만들고 앞발이 닿는 바닥에는 스위치를 조작해 약한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깔아 놓는다. 그런 다음 조련사는 코끼리와 함께 북을 메고 들어간다. 처음에 ‘둥 둥 둥’ 소리를 들려주면 코끼리는 아마도 무심히 소리가 나는 북을 응시만 할 것이다. 이후에 조련사와 조수는 북소리를 들려주면서 동시에 앞발에 전류를 흘려보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코끼리는 북소리가 발바닥에 전기 충격을 주는 단서임을 인식하고 앞발을 들고 두 발로 서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사실 우리는 코끼리가 북소리에 맞추어 묘기를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끼리 입장에서는 혐오적인 자극을 피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인간도 이러한 혐오 혹은 공포 조건화를 일상에서 경험한다. 항상 건강해야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몸이 불편하여 병원을 가게 되면 어른이든 아이든 병원 특유의 냄새와 함께 왠지 두려운 느낌을 갖게 된다. 왜 그럴까? 병원에서의 분위기와 냄새, 거기서 경험한 고통이 결합하여 이후 병원을 방문하게 되면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특히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들의 경우 치료 과정에서의 고통과 구토 경험이 결합하여 집에서는 괜찮다가도 병원에 들어서기만 하면 특유의 냄새들 때문에 헛구역질 반응을 보인다. 이것 역시 조건화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혐오를 자극하라


이러한 조건반사의 원리는 다른 행동들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2018년 무술년을 맞아 많은 사람이 연초에 담배를 끊어보겠다고 결심을 한다. 그러다 금연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설을 맞아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자 한다.

왜 담배 끊기가 어려운 것일까? 애연가들은 담배와 관련해서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사건과의 결합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글을 쓸 때 거의 습관적으로 무는 담배, 고된 훈련을 마치고 피우는 한 개비 담배의 위로, 아침에 일어나 멍한 정신을 각성시키는 효과 등등.

특히 애연가들이 담배에 가장 강한 욕구를 느끼는 때가 바로 식사 직후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도 시간과 식사의 결합, 즉 시간에 대한 조건반사이다. 아마도 대부분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면 배고픔을 느낄 것이다. 식사를 하지 않아서도 그렇지만 이때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심리적으로 배고픔을 더 느끼게 한다고 볼 수 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3시나 4시쯤 돼도 그렇게 배가 고픈가? 사실 시간상으로 보면 배가 더 고파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왕 늦은 거 저녁 먹는 것으로 갈음하지 하면서 넘겨버린다. 식사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한 배경은 애연가들이 흡연욕구를 가장 강하게 느끼는 때가 바로 식후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흡연자들이 ‘식후 불연초는∼’을 거론하면서 흡연의 정당화를 말한다는 사실은 식후의 포만감과 흡연이 매우 강력하게 결합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오랜 기간 형성되어온 이러한 강력한 결합은 이때 흡연자들로 하여금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담배를 피우도록 부추긴다고 볼 수 있다.

만일 담배를 끊고자 한다면 어떻게든 이 결합의 고리를 끊거나 흡연과 혐오자극을 결합해야 할 것이다. 예전 금연껌이나 금연침이 바로 이 원리, 즉 혐오자극과 결합을 위해 생겨난 것이다. 금연껌을 씹거나 금연침을 맞고 난 후 흡연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면 입안이 불쾌해지고 속이 메스꺼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 담배만 보아도 입안과 속이 불편해져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멀리하게 된다는 원리다. 이와 비슷한 예로 어린아이들의 손가락 빨기를 들 수 있다. 어른들만 흡연이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습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부모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손가락 빨기 같은 버릇이 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의 손가락 빨기는 당연히 없애고 싶은 버릇이다. 그래서 예전에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주 빠는 손가락에 몸에 해롭지 않고 쓴맛을 내는 물질을 묻히곤 했다. 아이 입장에서는 위안을 받고자 혹은 단순히 습관적으로 손가락을 입에 넣었는데 쓴맛을 경험한다면 매우 불쾌할 것이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손가락 빨기를 멀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조건화의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사실 인간과 동물은 이러한 방식, 즉 자극(종소리)과 자극(음식)의 결합을 통해서만 학습하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 스키너(Burrhus F. Skinner)는 쥐를 가지고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그는 자신이 고안한 상자 안에 쥐를 넣고 쥐가 상자 안에 설치된 막대를 누르면 먹이가 나오도록 만들었다. 배가 고팠던 쥐는 우연히 막대를 눌렀는데 뒤이어 먹이가 나왔다. 그 후 막대를 누르면 먹이가 나온다는 사실을 학습하고는 쥐는 먹이를 얻기 위해 그 행동을 반복하더라는 것이다.


보상은 행동을 강화한다

핵심은 특정 행동에 뒤이어 먹이와 같은 보상이 주어지면 그 행동이 반복되고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조작적 조건화라고 부른다. 조작적 조건화의 예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수족관에서 행해지는 돌고래 쇼다. 돌고래 쇼를 보다 보면 돌고래가 높이 매달려 있는 링을 통과한 후에 어김없이 헤엄쳐 가는 곳이 있다. 바로 조련사의 앞이다.

조련사는 돌고래의 행동을 보고 만족스러운 듯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작은 통에서 생선을 한 마리 꺼내 돌고래에게 던져 준다. 생선을 맛있게 먹은 돌고래는 수족관 안을 빙빙 돌다가 또다시 수면을 힘껏 박차고 올라 링을 통과하고는 조련사에게 간다. 아마도 돌고래 입장에서 말을 할 수 있다면 우리 인간에게 ‘참 먹고살기 힘드네’라는 푸념을 늘어놓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실험의 결과는 동물에게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우리가 직장에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매월 월급을 받는 것도 어찌 보면 돌고래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돌고래가 더 멋진 묘기를 원하는 관람객들의 욕구에 맞춰 더 높은 링을 죽을힘을 다해 뛰어올라 통과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월급을 주는 사장님이 더 많은 실적을 올리라고 하는 요구에 맞춰 죽을힘을 다해 뛰지 않나.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바로 조작적 조건화로 형성된 여러 가지 행동을 마주하게 된다. 언젠가 TV의 모 프로그램에서 김치를 잘 먹는 여자아이가 등장한 내용을 보게 됐다. 사실 이 아이의 행동 역시 조작적 조건형성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어른들은 아이가 피자나 햄버거도 아닌 김치를 싫어하지 않고 잘 먹는다는 사실에 매우 기특해했을 것이다. 그러한 어른들의 관심과 칭찬이라는 심리적 보상이 아이의 김치 먹는 행동을 강화했을 것으로 본다. 아이는 ‘내가 김치를 잘 먹으면 어른들로부터 관심과 칭찬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하여 행동을 반복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에 대한 칭찬, 그 효과는?

우리는 주변에서 남다른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종종 보게 된다. 평범한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매우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아이들의 재능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선천적 요인도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역량을 보여주면서 주변 사람들이 보인 관심과 칭찬이 아이들의 재능을 더 촉진하고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주목받는 것이 즐겁고 또한 타인들의 칭찬은 아이가 자신의 재능에 더 집중하도록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 교육 혹은 행동 형성에서 관심과 칭찬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키너는 조작적 조건 형성과 관련하여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하였다. 비둘기를 자신이 고안한 상자 안에 넣고 비둘기의 행동과 무관하게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먹이를 주었다. 그러자 비둘기는 먹이가 제공되는 시간에 우연히 하고 있었던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더라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는 명절 때 가족끼리 모여 고스톱을 치는 와중에 종종 목격된다. 지금이야 많이 줄었지만 과거에 가족끼리 명절에 마땅히 즐길 거리가 없을 때 고스톱을 많이 쳤다. 고스톱을 치다 보면 패가 풀리지 않는다고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화투를 귀에 꽂고 친다거나 자신이 먹은 화투 중에 광을 하나 골라 뒤집어 놓는다든가 하는 식이다. 그런 와중에 그들이 화투판에서 운 좋게도 아주 큰 점수가 나게 되면 자신의 이런 행동이 큰 행운을 가져왔다고 생각하여 이후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특히 화투판에서 패가 풀리지 않는다거나 큰 점수를 기대할 경우 그와 같은 행동을 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결국 우연히 어떤 행동을 했는데 예상치 않게 큰 보상을 받은 경우 동물이건 인간이건 그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러한 경험은 이후에 내가 그와 같은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믿음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를 심리학에서는 미신적 행동(superstitious behavior)이라고 한다.

우리는 해마다 부모들이 자녀가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얻도록, 혹은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에 가기를 희망하면서 행하는 다양한 미신적 행동들을 목격한다. 수능이 임박해지면 부모들은 명산이나 암자를 찾아 기도를 드리고, 특히 자녀가 입시를 치르는 대학을 찾아가서 정문에 정성스럽게 엿을 가져다 붙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부모들이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과거 경험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사전에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기도나 기원이 매번 통하지는 않았지만 가끔은 자신에게 아주 커다란 기쁨을 가져다주었기에 그 행동은 지속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듯 매번 보상을 가져다주는 행동보다 간헐적으로 불규칙하게 보상이 제공되었던 행동을 없애기가 더 어렵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간헐적 강화(보상)라고 부른다. 아이들의 떼쓰기 행동도 이러한 보상의 원리가 적용되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런 떼쓰기 행동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트에서 아이가 무엇을 사달라고 부모에게 심하게 떼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처음부터 계획에 없는 소비는 안 된다는 기준을 확실히 세우고 아무리 떼를 써도 사주지 않는다거나 혹은 아이가 사고 싶어 한다면 굳이 안 사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여 매번 사주면 아이가 한 번쯤 떼를 쓰더라도 포기시키기가 쉽다. 그러나 아이의 떼쓰기로 인한 난감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일관성 없이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떼쓰기로 간헐적 보상을 받은 아이는 쉽게 그 버릇을 고치기가 어려워진다. 떼를 쓰면 언젠가는 통한다는 생각과 ‘이번에는’ 하는 기대감이 아이의 떼쓰기를 부추긴다(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도박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간헐적 보상 때문이다). 부모들이 아이들 훈육 시에 일관된 기준과 행동을 보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2-23 08:07   |  수정일 : 2018-02-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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