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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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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성형수술 최고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강남역 꽃할머니

글 | 진세훈 진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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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이철원 / photo by 조선DB
환자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의사로서 제일 행복한 일이기도 하고, 보람있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물론 수술하다가 전혀 예상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지만 외과의사로서 합병증이라는 것을 완전히 피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선배들이 말씀하신다. 교과서에도 ‘No Operation, No Complication(수술을 하지 않아야 합병증이 없다)’라고 수록해 둘만큼 외과의사로서 완전히 피할 수만은 없다. 단지 그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합병증에 항상 신경을 쓴다. 수술결과가 좋아서 환자에게 칭찬받는 건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영광이다. 특히 성형외과 수술의 경우는 수술 직후 얼굴에 수술 결과가 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일반외과나 정형외과 환자의 경우에 수술을 몸속에 하지만 성형환자는 밖의 흉터로 의사의 수술실력을 판단하기도 한다. 그만큼 밖에 드러나는 부분이 중요하다.
 
요즘은 인터넷 시대이고 SNS로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을 하는 시대이다 보니 우리 병원 홈페이지를 보고, 드물긴 하지만 미국, 일본, 중국, 아주 멀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오신 분도 있어 감동한 적도 있다. 여드름흉터가 종기흉터 같이 심한 40대 초반의 여자분은 함몰흉터 치료를 위한 ‘자가진피재생술’을 받은 뒤 수술 결과를 확인하고선 모녀가 너무 감격해서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한다. 어머님은 “네가 여드름흉터 때문에 지금껏 시집도 못가고 있는데, 내가 돈도 좀 많고 일찍 이런 수술에 눈을 뜨고 널 수술을 시켜 줬으면 시집이라도 갔을 텐데…”라며 우시고, 수술 받은 따님은 “얼굴의 흉터도 좋아져서 행복하지만 가슴속에 돌멩이 같은 시커먼 덩어리가 없어진 것 같이 후련해서 한없이 울었다”고 한다.
 
이런 많은 분들의 칭찬 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자랑스런 환자는 주름수술을 받은 강남역의 노숙자 형상의 가난한 꽃 할머니다.
 
내가 강남역 사거리에 진성형외과를 개업한지 만 28년이다. 강남역 사거리의 성형외과 중에 최고 고참이다. 강남역 사거리 11번 출구가 하루 유동인구 20만 이상의 상업지역이지만 이곳 주변 전체업소 중에 저희 병원보다 오래된 업소가 단 3곳이다. 그 중에 한분이다. 이 분은 30여 년 전부터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들통에 꽃을 담아 파는 분이다. 집은 없다고 했고, 남편은 묻지도 못하게 해서 존재조차 알 수 없다. 잠은 얼마 전까지 ‘사랑의교회’ 교육관 바닥에서 잠을 잔다고 했다.
 
자신이 사는 형편이 노숙자 같다보니 여자의 몸이지만 샤워를 못해서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걸 알고는 수술 받는 날 뿐 아니라 치료 받으러 오는 시간도 간호사에게 언제가 환자가 제일 없는 때이냐고 물어서 환자가 없을 때 얼른 치료를 받았다. 못 배우고 가난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은 박사학위가 무색할 만큼 넓고 깊다. 추운날씨에 밖에서 추웠을 할머니를 생각해서 커피 한 잔을 드리면 길바닥 생활하는 자신의 먼지가 소파에 묻을 새라 언제 준비하셨는지 주머니에서 신문지를 꺼내 소파에 깔고 앉아서 드신다.
 
할머니는 “자신이 워낙 어렵게 모은 돈이고 자신을 위해 처음으로 큰 돈을 쓸 계획을 하다 보니 사전조사를 정밀하게 했다”고 말씀하셨다. 이런 분의 귀한 돈으로, 자식을 위해 할 일 다 했으니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돈을 쓴다는 이 분의 수술이 어찌 생사를 다투는 판문점 귀순 북한병사의 수술보다 정성이 조금이라도 부족할 수 있겠는가.
 
제 정성 때문인지 꽃할머니의 심정이 하늘에 닿았는지 결과가 좋아서 의사 칭찬을 끝없이 하셨다. 그리곤 자식 2명을 길거리 양동이에 담긴 꽃을 팔아서 대학 공부까지 시켰고, 모두 결혼을 해서 변두리지만 18평짜리 집을 사줬다는 걸 가장 큰 자랑으로 여기시는 분이었다.
그러면서 자랑하시기를 “내가 강남역 길바닥에서 어렵게 돈을 벌어서 공부시키고 시집보내고 집도 사줬지만 한 번도 자식들에게 공부해라, 나중에 나한테 효도해라, 그런 소리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난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내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행복했고, 평생 집도 없이 교회 복지교육관 마룻바닥 귀퉁이에서 잤지만 자식들 따스운 데 눕혀 놓으면 얼음장 같은 교회 마룻바닥이 돌침대보다 따뜻했어. 그걸로 내가 지금도 살고 있어”라고 하셨다. 
 
 우리 부모님도 저 꽃할머니의 심정으로 나를 키우셨음을 이제야 깊이 느낀다.
 
저런 성인의 심정으로 자식을 키웠고, 항상 주변을 배려하는 꽃할머니가 지금도 가끔 강남역 지하도에서 눈을 마주치면 변함없이 ‘엄지 척’하는 방법으로 칭찬을 해주신다.
이 맛에 강남역 수많은 성형외과 중에 내가 제일 수술 잘한다고 착각하며 산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1-08 15:50   |  수정일 : 2018-01-0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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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진세훈 진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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