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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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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대회에서 걷기는 부정행위가 아니다. 진정한 목표는 무엇?

글 |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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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대회는 말 그대로 마라톤 코스인 42.195km를 쉬지 않고 달려 그 성적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는 장거리 달리기 대회다. 그래서 처음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주자들의 가장 큰 걱정이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와 '중간에 걸으면 어떡하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 걱정하지 마시라! 어떻게 해서든 완주시간인 5시간 안에 결승선을 통과하기만 하면 성공이다.

혹시 5시간 안에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공식 대회기록으로 인정을 받지 못할 뿐 완주한 것에는 틀림이 없으니까 말이다. 소위 말하는 비공식기록일 뿐이다. 5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생애 최초로 마라톤을 완주하고도 실패했다고 느낀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까지의 고생과 수고로움이 그야말로 말짱 헛수고가 되고 만다. 

장거리 훈련을 잘 마치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서 성공적으로 완주했다면 상당히 큰 만족감과 자신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이런 최고 절정의 행복감도 스스로 성공했다도 느낄 때만 가능하다. 주자의 개인적인 마라톤 대회 완주의 정의가 중요한 이유다.

마라톤 대회는 한 사람의 우승자는 딱 한 사람밖에 없지만, 완주하는 모든 주자가 승리자가 되는 운동이다. 우승자도 성공한 것이지만, 승리자도 성공한 것이다. 다만 성공의 정의가 다를 뿐이다. 나는 지금까지 20년에 걸쳐 거의 200회 가까이 마라톤 대회를 완주했지만, 한 번도 우승을 완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완주 그 자체가 성공의 정의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단 한 사람 뿐이 우승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아마도 한 번도 완주에 성공하지 못하고, 달리기의 즐거움을 지금까지처럼 즐기지도 못하는 불행한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마라톤대회에서는 우승자가 되기보다 우리 모두 함께 승리자가 되어, 그런 기쁨을 공유하는 데서 대회가 잔치판이 되고 축제장이 되는 이유다. 

특정한 시간 기록에 목표를 정해두고 달리던 주자들 중에 지금까지 달리고 있는 사람들은 없으며, 승리로 목표를 바꾼 주자들만이 아직도 주로 위에서 마라톤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시간에 목표를 정해두면 그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훈련하고 빨리 달리다가 부상을 입고 마라톤 대회에는 참가하지도 못할 수도 있다.

다행히 부상 없이 대회에 참가한다고 하더라도 목표 시간 이내 완주하기 위해 1km 당 균등한 속도로 전 구간을 달리려 할 수도 있지만, 30km 넘어 가면서 '마라톤 벽'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체력저하에 부딪혀 주행속도가 점점 줄면서 마침내 완주에 대한 의욕을 잃고 어차피 목표시간 내의 완주가 어렵다며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처음에는 조금 빨리 달리고 나중에 힘이 들면 조금 속도를 늦춰 천천히 달리자는 생각으로 빨리 달리다 보면 더 빨리 마라톤 벽에 부딪치게 된다. 비틀거리며 걷다 달리다 반복하지만 마침내 종아리에 쥐가 나 주로 옆에 주저앉아 역시 중도 포기자가 된 신세를 한탄하고 있을 수도 있다.

모든 마라톤 대회에서 이런 모습의 주자들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오히려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마라톤 대회는 우승이 아니라 승리하기 위해 참가하여 달리는 것이다. 나는 다음 날 일과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힘을 비축하며 달린다. 힘들면 걸으면 된다. 

마라톤 대회에서는 걷기가 부정행위가 아니다.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걸을 때도 낙오병 자세가 아니라 머리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나는 아직까지 결승선을 향해 잘 나아가고 있음을 주위의 걱정스런 눈길들을 안심시키며 간다. 마라톤 대회는 완주가 목표다. 그래서 "나는 해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12-01 09:04   |  수정일 : 2017-12-0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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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이동윤 이동윤외과의원장

이동윤외과의원장

전 한국달리는 의사들 회장
Lee Dong Yoon, President of the Korean Practicing Surgeon's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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