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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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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착한 의사와 흉터에 착한 의사

글 | 진세훈 진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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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여드름이 생기지만 모든 사람이 다 생기는 것도 아니고, 여드름이 생긴다하더라도 모두의 얼굴에 전부 흉터를 남는 것은 더욱 아니다. 흉터가 생긴다 하더라도 같은 모양의 흉터가 생기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마에 흉터가 많이 생기는 사람도 있고, 양쪽 볼에 분화구를 험악하게 남기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피부도 비슷할 것 같지만 수십 년 간 피부흉터와 노화예방에 집중하며 진료해서 얻은 결론은 청계천 광장시장 원단 천의 종류만큼 다양하다는 걸 느낀다.
 
어느 환자는 여드름 나기 전 매끈하고 백옥 같은 피부를 가졌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간이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교육 받았고,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구호를 군대생활이나 이를 예능화 한 TV프로그램 등에서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환자는 수많은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지금의 송곳 같이 파여진 얼굴 여드름흉터를 6년째 치료 하고 있다.
 
의학교과서에 나온 레이저 박피 서브시전(흉터 밑을 찢어주는 방법) 등은 4년 전에 치료를 끝냈고, 너무 효과가 없어서 송곳같이 파인 흉터를 치료하기위해 이젠 자신이 전국의 숨은 명의를 찾아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우연한 기회에 ‘자가진피재생술’이라는 걸 듣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흉터가 더 심한 친구가 자가진피재생술을 받고 피부가 너무 좋아진 걸 확인하고 방문했다는 분이다.
 
그분의 얼굴에 넓게 퍼져있는 송곳형 흉터는 많은 치료에도 효과가 없다고 이미 알려져 있다. 본인이 직접 세계에서 처음 개발해서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 특허를 얻어 7년째 시술하고 있는 자가진피재생술도 함몰흉터에 효과가 좋긴 하지만 송곳으로 찌른 듯한 흉터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
 
단지 좁은 송곳형 흉터에 부식성 약물을 정확히 집어넣어 치료하는 도트필링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잘 안 될 뿐만 아니라 주변에 부작용만 생겼다. 그래서 치료하기 어렵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갑자기 언성이 높아지면서, “내 친구는 흉터가 더 심해도 결과가 좋던데 왜 자기는 안 되냐”며 “꼭 수술을 받겠다”고 우겼다. 이에 “흉터 모양에 따라서 치료방법과 결과가 다르니 더 이상 무리한 치료를 받지 말고 이젠 그만두라”며 “어떤 치료를 받아도 당신이 원하는 피부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간곡히 얘기했다. 그 순간 갑자기 눈물을 폭포수 같이 쏟으며 “의사로서 자질이 없다”고 질책을 했다. “섭섭하게 해드려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어렵게 달래서 보내긴 했지만 마음이 참 갑갑하고 쓰렸다. 사실 송곳형 흉터는 치료 자체가 어렵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매끈했던 옛날 빛나는 피부를 떠올리며 막무가내 도전을 하는 형편이다.
 
얼마 전에 봤던 ‘말해서는 안 되는 너무 잔혹한 진실’이라는 책의 구절이 떠오른다. 고대 사회에서 불행한 소식을 전한 사자(使者)는 참수를 당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개인을 상대로 나쁜 소식을 전하면 미움 받고, 집단을 상대로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자는 집단에서 배척당한다. 다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분 좋은 이야기만 들으려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나도 환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달콤하게 들려주고, 환자의 마음을 상처받지 않도록 했으면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러나 환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달콤하게 들려 줄 수는 있지만 그 달콤한 이야기대로 수술을 하면 그건 의사가 아니다. 사기꾼보다 더한 악마다. 왜냐하면 그런 경우는 상담 시 환자의 마음만 잠시 편하게 했지 곧이어 돌이킬 수 없는 흉터를 얼굴에 남기기 때문이다. 비록 환자가 상심하더라도 안 되는 건 분명히 안 된다고 얘기를 해야 한다.
 
그래도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는 이유는 말을 안 듣고 무리한 수술에 도전했다가 부작용이라는 난관을 만나면 오히려 나를 인정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도 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3-21 09:02   |  수정일 : 2017-03-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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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진세훈 진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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