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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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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환자

글 | 진세훈 진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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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깜짝 놀랄 정도의 미남 청년이 얼굴 전체에 콩알 크기와 그 두께만큼의 여드름 흉터가 수도 없이 깔렸다. 본래 이렇게 흉터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어렸을 적부터 노래를 좋아했고 잘한다고 칭찬도 들었던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말에 부모님 덕에 잘생긴 얼굴로 우리나라 최고의 연예기획사에 스카우트됐다. 연습생으로 숙식하며 분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아껴 쓰며 4년 간 각고의 세월을 갈고닦아 아이돌 데뷔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깨끗했던 얼굴에 왕여드름이 나기 시작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최고의 치료를 한다는 성형외과 여기저기를 찾아 치료했다. 하지만 그 노력과 보람도 없이 채 1년도 안 돼 수두자국보다 더 흉한 함몰흉터가 온 얼굴에 생겼다.
 
흉한 패인 흉터가 현실적으로 치료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본인뿐만 아니라 기획사 사장까지 알게 된 어느 날, 여드름 흉터가 자신의 인생 모든 것을 파괴해버린 듯 처절한 심정으로 짐을 싸들고 기획사를 나왔다. 흉터가 너무 심해 도저히 메이크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염증 치료를 끝낸 뒤 여드름이 잦아든 듯했다. 여드름흉터를 없애기 위해 레이저 박피든, 프락셀이든 할 수 있는 치료는 거의 다 받았다. 최고의 치료결과를 얻기 위해 피부에 좋고 흉터 재생에 도움이 된다는 음식이며, 연고며, 그리고 피부로션까지 인터넷뿐만 아니라 피부과 전문의사 선생님께 물어서 메모해 가며 전부 실천했다. 오로지 어린 시절 만 4년 간 온갖 노력을 쏟으며 꿈꾸던 연예인이 되기 위해 3년의 긴 시간동안 절벽에 서있는 기분으로 절박하게 치료했다. 피부가 붉고 튀어나온 흉터는 어느 정도 좋아졌지만 패인흉터는 그대로였다. 레이저든 고주파치료든 박피술이든 어떤 치료를 받아도 시술직후에만 좋아진 듯하다가 부기가 빠지고 나면 원상태로 돌아왔다. 레이저치료를 받으면서 제일 답답했던 건, 부기가 빠지고 나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시술 직후 부었을 때의 상태를 보며 병원 간호사들이 합창하듯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해 줄 때였다. 그들이 마치 영혼 빠진 합창단 같이 미웠다. 실망을 거듭하다보니 연예인이 될 수 있는 기회보다 제발 혐오감을 주는 흉터만 갖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나를 만났다. 7년 이상 여드름함몰흉터 위주로 치료해 온 내가 보기에도 극심하게 패인 흉터였다. 아마도 내 얼굴에 어느 날 갑자기 그런 흉터가 생겼다면 정상적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젊은 친구가 무척 밝았다. 성격이 곧은 모습이 참 신선했다.
 
흉터 자가진피재생술을 시술했다. 이산화탄소 가스와 히알루론산을 미량씩 함몰된 흉터 바로 아래 진피층에 주입했다. 진피층을 올리고 미량씩 주입된 이산화탄소가스와 히알루론산이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인 자극을 유도하여 패인 부분에 다량의 콜라젠 조직을 생기도록 했다.
 
그런데 환자가 그동안 수차례의 시술에서 많은 실망을 했을 터이니 얼굴 전체를 하지 말고 심하다고 느끼는 일부분만 먼저 해본 뒤 시술 결과를 확인하고, 그 결과에 만족하면 나머지 부분을 시술하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왜냐하면 수술 후 갑자기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아예 흉터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자들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순차적으로 시술을 마쳤다. 여태 어느 시술보다 치료는 성공적이었다. 요즘은 한국 최고의 전자회사의 CF모델도 하고 영화도 찍었다고 자랑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길을 가다가 그 친구가 등장한, 좌절을 극복한 광고 사진을 보면 내가 수술한 친구라고, 내가 수술한 의사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다.
 
이 친구는 연예인임에도 자신의 수술전후 사진을 공개해도 좋다고 허락해줬다. 어떻게 연예인이 자신의 수술전후 사진을 공개하도록 허락 할 수 있었냐고 물었다.
 
“원장님은 포기했던 연예인의 길을 다시 도전하게 해준 분이기도 하지만 제가 그동안 수많은 치료로 인해 의사에 대한 불신과 실망으로 가득했을 때 의사의 권위를 내세워 ‘무조건 믿으라’ 혹은 ‘무조건 수술해라’ 하지 않으시고, 제가 수술 결과를 확인하도록 해주시는 동시에 그 결과를 보고 믿고 따를 때까지 기다려주신 유일한 의사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흉터는 사람에 따라 흉터 크기와 상관없이 마음의 상처로 훨씬 커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친구는 의사들에게 받은 자신의 마음의 상처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의사인 내가 그동안 환자에게 받았던 상처를 단숨에 치료해주는 내 마음의 의사로 자리매김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3-07 13:18   |  수정일 : 2017-03-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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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훈 진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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