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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자연과 문화와 커피가 블렌딩된 강릉

글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3-05 09:31

-커피의 메카로 우뚝서다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다. 커피콩(豆) 한 알 한 알에는 가난한 원주민들의 삶과 고뇌와 전통과 문화가 눈물처럼 배어 있다. 그리고, 배에 실려 지구촌 곳곳으로 팔려가는 커피콩의 여정도 난마(亂麻)처럼 얽혀있다.
 
필자는 2011년 식인종의 나라로 소문난 파푸아뉴기니의 커피 농장 취재를 계기로 ‘커피가 단순히 즐겨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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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콩을 따는 파푸아뉴기인들의 모습

더불어 프랑스 백작 ‘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의 말처럼 커피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좋은 커피란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수하고, 그리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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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본사와 커피 박물관
내친김에 일본의 고베(神戶)에 있는 ‘UCC 커피 박물관’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이 박물관은 ‘UCC’ 커피회사가 1987년에 설립한 곳으로 기업 소유시설이다. 박물관장의 인사말을 다시금 옮겨본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문화의 보전(寶殿)으로서 이용해주시기를 바라며, 커피가 지니고 있는 풍부한 생활의 제안을 통해서, 지역사회와 대화하는 기업 박물관인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친숙해진 기호음료인 커피에 학술의 빛을 더했습니다. 자연의 풍부한 은혜와 커피(나무)를 키우는 사람들의 훌륭한 지혜와 창조력을 느끼시고,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한 층 넓어지는 장소가 되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필자는 ‘자연의 풍부한 은혜와 커피(나무)를 키우는 사람들의 훌륭한 지혜와 창조력을 느끼라’는 말에 특히 공감이 갔다.
 
바다와 함께하는 커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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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강릉 커피거리

삼일절 연휴를 맞아 강릉의 커피거리를 찾았다. 안목 항(港) 근처에 다다르자 서울의 러시아워보다 차량들이 많았다.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가까스로 커피숍 뒤편에 숨어있는 주차공간에 차를 대는 행운을 얻었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 쪽은 일층, 이층, 삼층 모두 선점돼 있었다.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비즈니스 석(?) 정도에 자리를 잡았다. 이 또한 행운이었다.
 
“독도는 우리 땅!”
 
삼일절 100주년을 맞아서인지 안목 항에서 울릉도와 독도를 오가는 여객선의 옆구리에 붙어 있는 슬로건이 더욱 진하게 다가왔다.
 
드넓은 백사장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 청춘 남녀들은 모래밭에 털썩 주저앉았으며, 어린아이들과 강아지들은 아예 뒹굴었다. 바다 저 멀리에 하얀 돛을 단 요트들은 유유자적 흐름을 이어갔으나, 물살을 가르며 곡예하는 제트보트들은 인정사정없이 갈매기들을 허공으로 내몰았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이 신선하고 감동적이었다. 진한 커피 향처럼.
 
산골짜기의 커피 박물관으로 달려
 
카페라테(Cafe Latte) 한잔을 길게 마시고서 승용차로 8분 거리의 ‘커피커퍼 뮤지엄’을 뒤로하고 강릉시 왕산면(王山面)에 있는 ‘커피 박물관’으로 달렸다. 친절한 내비게이션은 ‘33분 걸린다’고 안내했다. 강릉사람들이 알고 있는 왕산은 외진 산골이다. 하지만, 이곳은 고려 32대 우왕(禑王, 1365-1389)이 유배됐던 관계로 ‘제왕산(帝王山)’으로 불렸다. 후일 ‘왕산(王山)’이 된 것이다.
 
왕산으로 가는 길은 좁았으나 길목마다 매화가 반겼고, 목련들은 꽃망울을 터트리기 위한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다.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들도 봄이 왔음을 알리는 듯 ‘콸콸’ 활기가 넘쳤다. 자연을 즐기며 달린 관계로 지루함 없이 커피 박물관에 도착했다. 박물관은 산 속 깊은 곳에 다소곳히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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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커퍼 커피박물관(왕산점)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이다?’
 
필자는 자연이 아름다운 것에 놀랐고, 산 속의 커피 박물관에 관람객들이 많음에 한 번 더 놀랐다.
 
2000년에 설립된 박물관의 공식 명칭은 ‘커피커퍼 커피박물관(Coffee Cupper Coffee Museum)’- 2011년 문화관광부에 등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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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미국에서 사용된 커피머신
‘커피커퍼(Coffee Cupper)’는 커피감별사의 의미와 ‘커피커핑(Coffee Cupping)’ 전문가를 지칭하기도 한다.
 
커피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1관은 가화(Gahwah)·카화(Qahwah)·카베(Kahve)·카페(Cafe)· 아라비아 와인 등 커피의 어원에서부터 커피의 역사가 자세하게 전시돼 있었다.
 
커피 로스터 & 그라인더를 소개한 2관은 초기의 로스터기를 시작으로 180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 사용됐던 커피 로스터 등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커피 추출관인 3관은 우수한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가진 커피 추출도구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놨다. 세계 각국의 커피 추출도구들이 각기 다른 모양새를 선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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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는 4관-관광객들이 커피 묘목을 살펴보고 있다
 
커피나무 재배관인 4관은 1만여 그루의 커피나무들이 키 재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기후 상, 커피나무가 자라기 어렵다. 하지만, 요즈음은 ‘관계자들의 지혜와 창조력과 열정’으로 커피나무가 재배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국산 커피콩의 생산량도 제법 많다. 커피 시음과 뮤지엄샵으로 구성된 5관에는 커피와 관련한 각종 용품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연간 4-5만여 명이 찾는 관광명소
 
이 박물관은 연간 10만 여명이 다녀갔으나, 요즈음은 4-5만 여명이 찾는단다. 유사한 시설들이 여기저기 생겨난 이유이기도 하다. ‘커피커퍼 뮤지엄 경포 본점’도 같은 맥락일 수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건물이 스마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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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Cupper  Museum
에스프레소(Expresso) 한잔을 마신 필자는 다시 차를 돌려서 ‘커피커퍼 뮤지엄(경포 본점)’으로 향했다. 강릉 시내는 여전히 차량들이 많았다. 해안 쪽으로 다가가자 소나무 숲 앞길에 멋진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경포 본점은 영어로 ‘Coffee Cupper Museum’이라고 쓰여 있었다. 뮤지엄 안으로 들어갔다.
 
1층은 로스터리 카페, 2층은 아트 갤러리, 3층은 커피의 기원과 커피 로스터 & 그라인더관, 5층은 커피메이커스 관(館)으로 구성돼 있었다. 왕산점보다 더 많은 커피도구들이 세련미를 과시하고 있었다. 핸드드립, 초콜릿 만들기, 나만의 컵 만들기 등 체험관도 인기 만점이었다.
 
‘이토록 많은 커피 관련 도구들을 어떻게 모을 수 있었을까?’
 
커피앤틱 수집가인 김준영 씨의 열정에 의해서다. 그는 강릉 커피 박물관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그가 이러한 도구들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커피메이커스, Coffee Makers>의 저자 이태리의 ‘엔리코 말토니(Enrico Maltoni)’와의 운명적인 만남도 큰 힘이 됐다. ‘엔리코 말토니’는 세계 곳곳에 산재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한자리에 결집시킨 수집가로 유명하다. 그와의 인연으로 김준영 씨는 2014년 <커피메이커스>의  번역서도 출간했다. 이 책에는 2,700개의 커피메이커의 이미지와 2,080개의 기술묘사, 커피 메이커에 대한 역사가 세세하게 담겨있다.
 
커피 내리는 박물관장...먼 길 손님에게 맛있는 커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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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정 대표
필자가 종업원에게 ‘최 대표가 근무하는 사무실이 어디냐?’고 물었다. 아뿔싸! 최 대표는 1층 로스터리 카페에서 직접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박물관 대표가 커피를 직접 내린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울에서 오시는 손님들의 경우 5-6시간 차를 타시고서 먼 길을 오시지 않습니까? 그분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해 드리기 위해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직접 커피를 내립니다.”
 
대답이 커피처럼 따뜻했다. 최금정 대표가 안목 항에서 커피숍 1호점을 낸 이유도 심플했다.
 
“바다가 아름답지 않습니까?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면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장소-  ‘그곳이 바로 여기다’라고 생각하고 커피숍을 차렸습니다.”
 
그렇다. 한 여인의 소박한 생각이 밀알이 되어 오늘날 ‘강릉 커피거리’라는 관광명소로 우뚝 선 것이다.
 
“커피 맛이 너무 황홀해서 마치 컵 안에서 신의 얼굴을 본 것 같았다”는 마이클 와이즈먼의 저서 <신의 커피>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Coffee Cupper Museum’을 나왔다. 경포 해변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오타줄리아(공저)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등록일 : 2019-03-05 09:31   |  수정일 : 2019-04-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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