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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엘빈 토플러, "일본은 미국의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것 있다."

글 | 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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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빈 토플러 / photo by 조선DB
 1991년 4월경 미국의 콴티코에 있는 FBI 아카데미에서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가 백여 명의 수사관이나 각국의 안보분야 관리들을 놓고 강연을 하고 있었다. 변호사인 나는 그 자리에 나이가 지긋한 일본의 공안 조사청 사무관과 함께 참석했었다. 영어실력이 짧은 나는 미국의 중견관리들만 모이는 그 자리에서 주눅이 들었다. 그래서 세미나장의 맨 구석을 은근히 찾았다. 나보다 훨씬 나이가 든 일본 관리는 영어발음조차 나보다 못한 것 같았다. 나 같은 마음으로 함께 구석에 앉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였다. 그는 강연장 맨 앞쪽 줄에 앉아 연사인 엘빈 토플러와 시선을 마주칠 수 있는 곳에 앉는 것이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일본의 동경에 갔었습니다. 일본은 우리 미국의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더군요. 미국은 그런 일본의 숨겨진 무기를 주시해야 합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일본은 미국의 핵무기에 의해 죄 없는 국민이 한순간에 도시가 날아가고 수십만이 타 죽었다. 동경을 비롯한 도시가 벽 하나 남은 것 없이 초토화된 패전국이었다. 미국의 사령관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못 들고 있는 나라로 알고 있었다. 패전직후에 제작된 일본영화나 소설을 보면 동경의 노상에서 일본여자가 미군에게 강간을 당하는 모습도 자주 등장한다. 오히려 위안부를 자청하며 미군에게 몸을 바친 경우가 많았다.
  
  핵무기로 엄청난 일본 사람들을 살해한 행위는 선이고 나치의 유태인 학살은 악이라는 이분법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일본 사람들은 우리가 친일파나 일본에 대해 원색적인 감정을 표현하듯 그렇게 해 오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더 철저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모습이었다. 그런 일본에 어떤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미국의 석학 엘빈 토플러가 미국의 관리들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때 맨 앞줄에 앉아있던 유일한 동양인 일본관리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엘빈 토플러 교수가 그에게 말을 하라고 기회를 주었다.
  
  “일본에는 핵무기가 없습니다. 개발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숨겨놓은 병기가 있다고 하는 것인지 답변해 주셨으면 합니다.”
  
  더듬거리는 일본 관리의 영어실력은 형편없었다. 그러나 그는 잘하려고 하지 않았다. 당당하게 그러나 겸손하게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전하는 모습이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엘빈 토플러 교수가 빙긋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동경에 가서 서점들을 들려봤습니다. 일본의 미래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 서적들이 넘쳐났습니다. 인내하고 연구하며 기술을 축적하고 경제를 부흥시켜 국가를 부강하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백 년 앞을 보고 이백 년 앞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패전국이고 미국에 대한 원망이 있었을 텐데도 전쟁에 진 후 바로 미국의 석학들을 동경의 대학에 초청해 강의하게 하며 일본의 미래를 다지고 있는 것도 봤습니다. 저는 그런 일본의 미래에 대한 계획과 연구가 미국이 가지고 있는 많은 핵무기보다 무섭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말씀드린 겁니다.”
  
  한국인인 나는 일본 관리의 당당한 태도와 비교하면서 자존감이 없는 내가 부끄러웠다.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국제사회에서도 내 틀 안에서 머물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철저한 지혜로 대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미국에 사는 김평우 변호사가 방송에 나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미국 등 강대국들은 자기네들이 핵을 보유하고 그룹을 이루고 있지만 다른 작은 나라가 핵을 보유하는 건 절대 인정하지 않아요. 탈레반이나 이슬람 원리주의자처럼 테러조직 취급을 해서 바로 쳐서 무력화시켜 버리는 거죠. 저는 트럼프가 북한을 반드시 공격할 거라고 봅니다. 만약 한국이 북한 김정은과 대화를 하고 관계를 유지하면 무역을 해서 먹고 사는 남한을 세계적인 왕따로 만들어 버릴지도 몰라요.”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은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사이에서 장기판의 졸 같은 신세라고 한다. 그리고 그건 모든 약소국의 공통된 운명이라고 탄식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쪽에든 붙어야 한다고 한다. 그건 이념의 문제도 자존심의 문제도 아니고 생존의 문제라는 것이다. 산다는 게 무엇일까. 쓰러져도 중심은 잃지 않는 그런 삶은 없을까.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11-08 10:55   |  수정일 : 2017-11-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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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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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석  ( 2017-11-09 )  답글보이기 찬성 : 6 반대 : 8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사는 김평우 변호사는 틴핵을 탄핵한다의 저자같은데..엘빈토플러 얘기하다가 갑자기 그분말을 인용하신 것에서 솔직히 확깨네요.
변희선  ( 2017-11-09 )  답글보이기 찬성 : 8 반대 : 1
악산 바위에 자란 적송은 크기는 작아도 수백년 넘도록 모진풍파를 견디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아주 조금씩 자란다. 유일한 생존법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인간종족들이 생존하는 방법도 자연의 법칙 내에서 이루어진다. 약육강식 그리고 인간의 초월적 노력이 자연법칙이기도 하다. 일본의 승부사 기질을 배우라!
zzag  ( 2017-11-09 )  답글보이기 찬성 : 6 반대 : 9
자존감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한 사례를 들어놓고 결론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쪽에든 붙어야 한다고 한다”..? 이런사고를 갖고 사느니 차라리 김정은 쪽에 붙고 말지.. 차라리 죽고말지와 같은뜻입니다.
박승두  ( 2017-11-08 )  답글보이기 찬성 : 17 반대 : 0
우리는 늘 소프트웨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언제쯤에나 빈 껍데기를 버리고 속알갱이에 신경 쓰는 국민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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