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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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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트럼프 정부... 대북(對北) 정책 어떻게 풀어갈까

글 | 김연호 미국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SAIS) 한미연구소(USKI) 선임연구원

▲ 사퇴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photo EPA·연합
북한이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시험발사한 지난 2월 11일 토요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 라고(Mara Lago)’ 리조트에서 만찬 도중 보고를 받고 참모들과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어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 규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인 일본을 100% 지지한다며 양국 간의 안보동맹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주말이 지나면서 미국 언론의 관심은 북한 미사일보다는 ‘토요일 저녁 마라 라고 리조트에서 생긴 일’에 집중됐다. 두 정상이 야외 테라스에 마련된 식탁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웨이터가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불빛으로 문서를 검토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근처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이 관련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미국 언론은 백악관의 보안 불감증을 질타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공화당 소속 제이슨 샤페즈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은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해명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이 줄곧 보여준 미숙함의 주요 사례로 주목받을 만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샤페즈 위원장의 서한이 전달된 날 미국 언론의 관심은 전날 밤 사직한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의 ‘러시아 스캔들’로 이미 옮겨가 버렸다. 백악관이 미숙함과 무능력을 넘어서 ‘혼란과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새 행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백악관의 외교안보 난맥상이 언론을 통해 속속 드러났다.
   
   플린의 후임자를 찾는 과정에서 백악관 외교안보팀의 ‘혼돈’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로버트 하워드 예비역 제독을 낙점했지만 자기 사람을 데려올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하워드가 고사한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인사 결정을 ‘명령’으로 받아들이는 미국 군 출신 인사들의 전통을 깨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프리버스 비서실장과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을 제치고 백악관의 최고 실세로 떠오른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가 국가안보회의(NSC)의 권력구도 변화를 강력히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하워드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취임할 경우 현역 시절 상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트럼프의 측근들이 이를 강력히 저지한 것이다.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의 주요 외교안보 정책결정은 백악관 측근들이 전담했다. 외교정책 경험이 없는 측근들이 기존 제도·절차·외교안보 전문 관료 등을 모두 무시하고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상황이 바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내에서 강력한 저항과 정치적 대립을 불러일으킨 반이민 행정명령,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 철회가 대표적 사례들로, 매티스 국방장관, 틸러슨 국무장관은 정책결정 라인에서 배제됐다. 두 장관은 취임 후 동맹국들을 순방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존 안보공약을 재확인하는 역할에만 치중했다. 정책을 입안하고 백악관과 조율하기 위해서는 부장관 이하 고위직 인선이 마무리돼야 하는데 백악관은 느긋할 뿐이다. 두 거물 장관에게 서둘러 힘을 실어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선 기간 중 ‘트럼프 저지 운동(Never Trump)’에 공개적으로 참여한 공화당 인사들은 기피인물로 낙인찍혀 인재풀이 바닥난 상황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경우 엘리어트 에이브럼스 전 국무부 차관보를 낙점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3자회동까지 가졌으나 에이브럼스 전 차관보가 대선 기간 중 트럼프를 비판한 전력 때문에 대통령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정책입안 실무를 담당하는 차관보는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지명되지 않아 대행체제가 이어지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국무부 일일 언론브리핑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이 속도대로라면 적어도 6월까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라인업 구성이 어렵고 대북정책 재검토 역시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워싱턴 조야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러시아 스캔들, 이란과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등 당면 현안들이 산적하지만 아직까지 국가안보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우선순위에 대해 명확하게 대답해줄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를 일종의 금지선으로 설정한 것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 정작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일본을 지지한다”는 짤막한 발언에 그쳤다. 지난 1월 30일 이란의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플린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와 이란에 대해 강력 경고하고 대이란 추가제재를 발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 입안을 마냥 미룰 수는 없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고,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에 대한 직접적 군사위협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인식에는 워싱턴 조야에서 이견이 없다. 그러나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데 미국의 고민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 아래에서 북핵 문제가 장기 답보 상태에 빠져 ‘북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가 거듭되자 대북제재 강화론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강력한 금융제재뿐만 아니라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은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으며 대화론자들 역시 제재 강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고 유엔 대북결의를 계속 위반한 북한을 눈감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붕괴시킬 정도의 강력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는데 정작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 협조할 가능성은 없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핵능력 고도화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커지자 대화론자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북한이 ‘생존 티켓’인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는 만큼, 핵능력 제한에 1차적으로 목표를 두고 협상을 서둘러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재개론과 제재강화론의 대안으로서 북한의 비핵화·인권문제·한반도 평화협정 등 광범위한 의제를 놓고 대화를 재개하는 한편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군사 도발을 감행할 경우 협상을 전면 중단하고 대북 군사억지력 강화로 방향을 전환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가 대표적 인물이다. 주목할 대목은 대화론자들 역시 ‘군사적 수단’을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갈루치 전 특사는 특히 북한이 핵확산을 시도할 경우 정권 자체가 파멸에 이를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화론자인 빌 페리 전 국방장관 역시 북한의 ICBM 시험발사는 반드시 막아야 하며 공해상에서 격추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 선제공격론은 제2의 한국전쟁 가능성 때문에 워싱턴 조야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북핵 해결방안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이 핵탄두가 탑재된 ICBM을 발사대에 올려놓는 순간 미국은 자위권 차원에서 선제공격에 즉각 나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북핵 시계는 그만큼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3-02 08:49   |  수정일 : 2017-03-0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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