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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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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가 더 아름답다?’...시모다(下田) 온천의 석양

글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日 석양 100選, 시모다(下田) 온천에서
 
“로마인들은 목욕을 사회적 측면뿐만 아니라 의학적 영역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목욕은 육체적·정신적으로 피로를 회복시켜 줄 뿐만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개념을 발달시킨 것이다.”
 
역사학자(西洋史) 설혜심(薛惠心) 박사의 저서 <온천의 문화사>에 담긴 로마 시대의 목욕 이야기다. 저자는 ‘목욕이 그 시대에 문명화된 로마인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는 사회적인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원형경기장과 더불어 공중목욕탕은 공간을 초월하는 로마문화의 대표적인 상징물로서 자리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즐겨 찾는 온천도 같은 맥락에서 진화를 거듭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피로를 회복시켜 줄 뿐만 아니라, 질병의 치유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백로(白鷺)가 날개의 상처를 치료했던 곳
 
지금은 육지로 변했으나 규슈 구마모토(熊本)현의 끝자락 아마쿠사(天草)의 시모다(下田) 온천도 목욕과 치유의 개념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곳 중의 하나다.
 
구마모토에서 버스로 두 시간 반을 달리면 아마쿠사 (天草)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거기에서 우리의 마을버스 같은 소형 버스로 갈아타고 한 시간여를 가면 시모다(下田) 온천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 안의 손님은 대체로 고령의 할머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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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다 온천마을 전경

시모다 온천은 일본의 여느 온천과 달리 사람들이 붐비지도 않고 비싼 호텔이 있는 곳도 아니다. 시끄러운 세상을 떠나 힐링할 수 있는 소박한 온천 마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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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마을을 흐르는 작은강
시모다 온천의 탄생도 전설적이다. 지금으로부터 700여 년 전 날개에 상처를 입은 백로가 치료를 위해서 어느 한적한 곳을 찾았다. 두리번두리번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자리를 잡았는데, 그곳에서 온천수가 솟아오르고 있었단다.
 
‘온천수가 솟아나오고 있다!’
 
뒤이어 사람들은 백로가 상처를 치료한 곳에서 온천수가 나오는 것을 알고 환호했다. 결론적으로 시모다 온천을 최초 발견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백로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시모다 천변(川邊)의 둑에는 백로가 많이 그려져 있다. 백로에게 감사의 표시로.
 
단아하고 한적한 온천...질병 치료에도 효능 있어
 
조용하고 단아한 온천마을-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어촌이었으나 골목마다 온천의 향기가 묻어났다.
 
마을 어귀에는 누구나 발을 담글 수 있는 족탕(足湯)이 있었고, 저 멀리 산에서 계곡을 타고 흐르는 냇물이 바다를 향해서 속도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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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마을 입구에 있는 족탕(足湯)

이곳의 온천수는 섭씨 51.3℃로 지나치게 뜨겁지 않아서 수돗물이나 지하수를 섞는 양이 적어 온천수의 효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무색투명, 무미, 무취인 시모다의 온천수는 나트륨·탄산수소염·염화수천이다. 굳이 이곳 온천수의 특징을 든다면 만성 소화기병이나 간장병, 당뇨, 통풍 치료에 효능이 있단다.
 
온천지대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이 드물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대개는 고령자  뿐이었다. 냇가에 즐비한 나무들도 옹색한 돌 틈에서 거대한 몸집을 과시하며 역사를 대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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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장의 내부

온천 여관의 내부는 과거 막부시절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견디어낸 기독교 정신이 배어있는 듯 흡사 교회처럼 스테인드글라스(Staind glass) 문양으로 장식돼 있었다.
 
삐꺽삐꺽 소리가 나는 계단을 올라 2층 방에 짐을 푼 필자는 서둘러서 로비로 내려갔다.
 
“식사 시간이 곧 다가오는데 어디를 가시나요?”
 
“네, 일몰을 보러 가려고 합니다.”
 
“구름이 많아서 해님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빨리 가셔야 합니다. 지는 해는 속도가 빠르잖아요.”
 
일본에서 아름다운 석양 100선(選)에 올라
 
종업원의 조언으로 필자는 숨을 몰아쉬며 해안으로 뛰어갔다. 간헐적으로 비까지 뿌린 터라 서쪽하늘은 검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필자가 허탈해 할 즈음 검은 구름들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바람의 응원에 의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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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마을의 석양(1)

잠시 후 구름을 밀치고 태양이 얼굴을 내밀었다. 석양은 한폭의 그림이었다. 태양이 흔적을 남기려는 것일까. 찬란한 태양의 자태는 바다를 건너 필자의 목전까지 눈부시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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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마을의 석양(2)

‘지는 해가 더욱 아름답다?’
 
시모다(下田) 온천의 석양을 두고 한 말인 듯싶다. 석양이 너무나 아름답고 눈부셨기 때문이다. 필자는 도로 옆의 전망대에서 발길을 옮겨 방파제로 내려갔다. 방파제 아래에서도 금물결 파도가 일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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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마을의 석양(3)
아마구사(天草)의 서해안에 면한 시모다(下田) 온천은 동지나해(東支那海)를 한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동지나해는 제주도 남단에서부터 타이완에 이르기까지 서태평양에 연해 있다. 일본인들은 이곳을 히가시나카이(東支那海)라고 한다.
 
시모다 온천의 해안은 석양이 아름다운 곳으로 일본의 ‘아름다운 석양 100선’에 올라 있기도 하다.
 
여관 종업원의 말처럼 지는 해의 움직임은 우리네 인생처럼 무척 빨랐다. 필자는 태양이 수평선 아래로 잠길 때까지 열심히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태양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주변에 먹구름이 끼면 진가를 발휘할 수 없는 법이다.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주변관리를 잘해야 자신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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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마을의 석양(4)

일찍이 아담스미스(Adm Smith, 1723-1790)는 <도덕 감정론>(박세일·민병국 譯)에서 “질서 있고 번영하는 사회 상태는 인간에게 유쾌감을 준다. 인간은 그러한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얻는다. 반대로 사회의 무질서와 혼란은 인간의 반감의 대상이 된다. 인간은 그러한 상태를 창출하려는 모든 것에 대하여 격분을 느낀다”고 했다.
 
<국부론>을 통해 경제가 무엇인지를 세상 사람들에게 일깨운 아담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는 ‘도덕적 세계 현상’의 가르침을 역설했다.
 
필자는 도덕적 권능이 뿌리를 내려 격분이 없는 유쾌한 사회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면서 강줄기를 따라 여관으로 돌아갔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6-12-13 09:55   |  수정일 : 2016-12-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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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전 팬택전무(기획홍보실장)

동국대 행정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석사)/인하대 언론정보학과대학원 박사(수료).
육군 중위(ROTC 11기)/한국전력/대우건설 문화홍보실장(상무)/팬택 기획홍보실장(전무)/경희대 겸임교수 역임.

현재 JSI파트너스 대표/ 부동산신문 발행인(www.renews.co.kr)
저서:홍보, 머리로 뛰어라/현해탄 波高 저편에/홍보는 위기관리다/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

기타:월간조선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 215회연재/수필가, 소설가(문학저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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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효  ( 2016-12-13 )  답글보이기 찬성 : 3 반대 : 0
함께 여행한 듯 생생한 느낌이 전해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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