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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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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수없이 많은 결정의 순간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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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일보DB

인생은
BD사이의 C라는 말이 실감난다. Birth(탄생)Death(죽음) 사이의 Choice(선택)를 뜻한다. 선택이라는 결정은 하루에도 수십 아니 수백 또는 수천 번의 상황으로 다가온다. 물론 어떤 결정이 인생의 방향을 바꿀 정도로 중요한 것인지는 결정하는 사람도 아니,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리고 보면 필자 역시 인생에서 수많은 결정의 순간이 있었고 작지만 의미 있는 순간이 있었다.
 
먼저 고교에서의 계열 선택이 떠오른다. 문과냐 이과냐는 무척이나 고민스런 문제였다. 글을 읽는 독자 역시 마찬가지였으리라. 필자의 경우 황당한 동기에서 결정했다. 중학교까지 전교 1등을 했던 필자는 고교에 진학해 선의의 경쟁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가 문과를 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과로 정했다. 사실 필자의 장래 희망은 의사였다. 그러나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가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남지만 그때의 결정이 우연이라기보다 계시, 운명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두 번째는 대학의 선택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욕심일지 모르지만 가능하면 최고의 학과에 진학하고 싶었다. 그런데 확신이 없었다. 안전한 학과에 진학하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재수를 각오하고 법대에다 원서를 냈다. 과감하게 지원하였고 운 좋게 합격했다. 지금도 가끔 지적받는, 이유 없는 자신감의 기초가 되는 행운까지 맛보게 되었다. 스스로의 용기에 대한 과분한 보답 같기도 하다.
 
미국유학 시절의 일이다. 기왕의 유학길이니 미국문화를 제대로 알고 싶었다. 룸메이트도 미국인으로 정하고 싶었다. 그렇게 만난 이가 공교롭게도 미국인 여대생이었다. 그 학생은 필자의 이야기를 듣고 학교까지 자신의 차로 등하교시켜 주겠다고 친절한 제안까지 했다. 어쩌면 너무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미국의 룸메이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 친구가 여자 룸메이트와 생활을 우려하며 한국에서 이상한 소문이 날수도 있다는 등 부정적으로 말해 영 신경이 쓰였다. 할 수 없이 포기하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혼자 아파트에서 지내는 것이 아니라 미국 학생들과 같이 룸메이트를 했다면 좀 더 미국문화에 친숙했을지 모르겠다.
 
미국 뉴욕의 로펌에서 변호사 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뉴욕사무실 뿐만 아니라 워싱턴DC 사무실로 옮겨 좀 더 일해도 좋다는 승인을 로펌 경영진으로부터 마침내 받아냈다. 필자가 재직하던 로펌은 컬럼비아 법대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로펌 중 하나였고 톱10 로펌 중의 하나였다. 또 주미 한국대사관의 자문변호사 사무실로 지정되어 국내 및 국제적으로 여러 가지 유익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가족이었다. 향수병에 걸린 아내가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종용했다. 당시 신혼초인 데다가 아내 태도가 워낙 강경했다. 필자로선 새로운 기회의 상실뿐만이 아니라 워싱턴DC 사무실로 이전을 도와준 분들까지 난처하게 만드는 등 설상가상의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아내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서초동에서 법인을 운영하던 필자는 비교적 운영이 잘되기는 했으나 규모의 경제에 대한 욕심이 났다. 주위의 조언도 마찬가지였다. 강북의 법률사무소와 합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사무실을 합친 이후 문제가 생겼다. 주로 혼자서 업무 결정을 하던 필자에게 다소 이질적인 다른 법률사무소의 환경 내지 문화가 아주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게 느껴졌다. 나아가 필자의 의욕을 완전히 떨어드릴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각하였다. 그간 지시만 했지, 수평적논의에 익숙지 않았던 필자에게는 그냥 이상한 사람이고 아웃사이더로 비쳐졌다.
그래서 결별하고자 마음을 먹었는데 문제는 필자가 진행하여 온 핵심 업무가 결별시 새로운 인가가 불가능하도록 갑자기 법 규정이 개정되었다. 그 업무를 중단하게 되면 필자 사무실로서는 기본적인 운영조차 어려울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니 포기할 수도, 추진할 수도 없이 그냥 엉거주춤하게 시간만 낭비하게 되었다. 외도라고 할까, 본연의 변호사 업무보다 자연스럽게 다른 관련 업무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최고경영자 과정, 외국 학위과정, 서울법대 박사과정, 칼럼쓰기, 방송출연, 강연, 그리고 변협과 대한특허변호사 활동 등등으로 대외활동을 활발히 했다. 나름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얻고 잃은 것을 따지면 궁극적으로는 거의 제로인 셈이었다. 그때 유불리를 떠나 과감하게 새로 시작하였으면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당시에 과감하게 결단을 하였다면 필자의 로펌을 좀 더 알차게 키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역시 또 다른 결정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고집대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당당하게 대응해, 만약 성공을 하게 되면 큰 결과물이 나오겠지만 실패하면 필자가 감당할 불이익이 너무 크다.
주위에서는 너무 고집을 피우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당당하게 정면 대응하는 짜릿함에 마음과 몸을 던지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에 따른 엄청난 불이익을 생각하면 고집 피울 것이 아니라 그저 적당히 타협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무엇이 옳은 선택일까. 무식한 용기와 절제된 균형감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어떻게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어느 곳에다 방점을 둘까.
결과는 그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어차피 운칠복삼(운이 70% 복이 30%)일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생각난다. 지금까지 나름 잠정 결론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나중에 덜 후회하는 길이라는 가르침만이 귓가에 울릴 뿐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9-01-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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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KAIST 겸직 교수
⊙ 55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美 보스턴대 국제금융법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 법과대학 LL.M.
⊙ 사법시험 합격(24회), 환경부·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금융위 자금세탁방지정책위원, 미국 뉴욕주 Paul, Weiss 변호사,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 산하 지식재산활용전문위원장 역임. 現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대한중재인협회 수석 부협회장(PRESIDENT EL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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