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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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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과의 행복한 만남

“인생의 고통은 자기의 인생을 아름답게 하기 위함입니다.”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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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이 서울 대치2동 성당에서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시>에 대해 특강을 하고 있다.

시인 겸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정호승 시인이 오늘 성당에서 강연회를 하시는데 오겠느냐는 것이었다. 필자는 스스럼없이 가겠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은 후에 스케줄을 보니 다행히 일정이 없었다. 있었다고 하더라도 후배와의 약속을 지켰을 것이다.
필자는 그간 영국시인 예이츠의 아름다움은 영원한 기쁨이라는 문구에 감동을 받은 이후 시작(詩作)에 관심을 가졌었다. 또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이란 시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았었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 정호승 시인의 시 <산산조각>의 마지막 행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라는 구절이 필자의 마음을 강하게 때렸었다. 이후 정호승 시인의 시세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렵고 추상적이라는 시에 대한 편견도 조금씩 사라졌다. 필자도 틈틈이 시를 쓰며 올해 22편을 발표하고 국영문 시집을 내는 호기도 부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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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
처음 간 성당은 필자에게 낯설게 느껴졌다. 예정 시간보다 10분 늦게 강연이 시작됐다. 10분의 기다림이 1시간처럼 느껴졌다. 강연주제는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시였다. 시인은 69세라는 나이가 어울리지 않게 얼굴은 청년(?)이었다. 목소리도 맑고 청명했다. 아무래도 자유롭게 살아온 시인의 삶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았다.
강연은 의외로 감동적이었다. 간간히 자신의 시를 PPT 화면으로 보여주며 청중을 감동시켰다. 무엇보다 뭉클하게 만든 것은 어머니 심장에 관한 우화였다. 소개하자면 이렇다.
 
한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이 한 남자에게 이렇게 요구했다. “당신 어머니의 심장을 가져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하겠다.” 여인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아들은 어머니 심장을 도려냈다. 그 심장을 들고 여인에게 달려가다가 돌 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땅바닥에 구르는 심장. 그 심장이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얘야, 어디 다치지 않았니?” 자신의 심장을 도려낸 아들에게 심장(어머니)은 그래도 아들 걱정을 한 것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필자는 얘야, 어디 다치지 않았니?”라는 대목에서 그냥 울었다. 그렇다. 그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필자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어머니의 심장을 도려내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필자의 어머니는 5년 전 돌아가셨고 후배의 어머니는 20년 전에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그리움과 회한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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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를 확대한 모습이다. 탕자를 안은 아버지의 두 손이 다르다.

시인은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라는 그림을 PPT로 보여주었다. 그림 속 탕자는 고통의 세월을 지나온 듯 발바닥에 깊은 상처가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였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감싸 안았다. 그림 속 아버지는 왼손과 오른손이 달랐다. 오른손은 아주 부드럽고 곱디고운 어머니 손의 형상이었다. 반면 왼손은 투박하고 두꺼운 아버지의 형상이었다. 시인은 두 손을 확대해 보여주었다. 보통사람들이 놓치는 장면을 시인은 세세하게 관찰한 것이었다.
필자의 눈길을 끄는 문구는 괴테가 한 말인 색채는 빛의 고통이라는 구절이었다. 정호승 시인은 이 구절로 <스테인드글라스>라는 시를 썼다.
 
늦은 오후
성당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
높은 창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저녁햇살이
내 앞에 눈부시다
모든 색채가 빛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나 아직 알 수 없으나
스테인드글라스가
조각조각난 유리로 만들어진 까닭을
이제 알겠다
내가 산산조각난 까닭도
이제 알겠다
- 정호승 시인의 시 <스테인드글라스> 전문
 
인생의 고통은 자기의 인생을 아름답게 하기 위함이라는 시인의 말씀이 너무 와 닿았다. ‘영원한 삶을 구하니 성자가 손바닥에 가시를 주었다는 성경 말씀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였다.
시인은 또 자신이 겪었던 미움과 용서에 대해 고백했다.
자신에게 재산상 손실을 입힌 지인을 용서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평소 알던 신부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살게 되기를 바라지 마세요.”
시인은 평소 미워하고 용서하라는 신부님 말씀과 달라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다시 신부님께 그 의미를 여쭈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인생에 진정한 사랑을 깨닫기 위해선 미움과 증오가 필요합니다라고.
시인이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문득 신부님 말씀을 떠올랐다. 그리고 밖은 대낮인데 별이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별은 존재하지만 안 보일 뿐이다. 별을 보기 위해선 밤하늘이라는 어둠을 통과해야 한다. 그제야 신부님 말씀을 시인은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남을 용서하라. 남을 용서하지 않으면 당신이 죽는다. 인생의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용서라는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안 된다.”
 
1시간 20여분의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어쩌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필자에게는 소중하고 삶의 고통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값진 시간이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12-12 16:24   |  수정일 : 2018-12-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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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KAIST 겸직 교수
⊙ 55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美 보스턴대 국제금융법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 법과대학 LL.M.
⊙ 사법시험 합격(24회), 환경부·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금융위 자금세탁방지정책위원, 미국 뉴욕주 Paul, Weiss 변호사,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 산하 지식재산활용전문위원장 역임. 現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대한중재인협회 수석 부협회장(PRESIDENT EL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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