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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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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60불 주고 산 첫번째 차가 그립다!

자동차로 본 우리 가족 이민사

글 | 조화유 재미 작가, 영어교재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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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본 우리 가족 이민사
 
1973년 7월29일은 필자가 미국 유학을 위해 혼자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하와이를 거쳐 미국 본토에 도착한 날이다. 아내와 두 아이(아들과 딸)은 6개월 후 뒤따라왔다.
 
미국에서는 자동차가 신발이다. 더구나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중소 도시에서는 자가용 차가 없으면 꼼짝을 할수 없는게 미국이다. 나는 유학생이어서 학교 캠퍼스 안에 있는 학생용 아파트에 들어가 살았기 때문에 처음 6개월은 그럭저럭 차 없이 견뎠으나 가족이 온 뒤에는 차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1974년 여름 첫 차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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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60불 주고 산 고물차

바로 위 사진이 그 차다. 1965년에 나온 Mercury Monterey란 큰 차인데 미시간 주의 디트로이트 근처에서 샀다. 어느 주유소 백인 주인의 부인이 타던 차라는데, 이미 8만 마일(약 13만km) 가까이 뛴 고물차였으므로 단돈 60불을 주고 샀다. 이 차가 새 차였다면 당시 4000불 정도는 줘야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부품 몇개 갈고, 중고 타이어 하나 사 끼우고, 엔진 오일 가는 것 등에 약 90여불이 더 들어가 결국 첫 차 마련에 150여불을 쓴 셈이 되었다. 당시 다섯 살, 세 살이던 우리 아들과 딸은 한국서는 꿈도 꾸지 못할 자가용 생겼다고 무척이나 좋아했다.
 
첫 차를 산지 1년만에 우리는 L.A.로 이사를 가게 되어 이 차를 팔았다. 한국인 미국 대학 교수가 부인이 샤핑하러 갈때만 쓸거라며 80불에 샀다. 60불에 사서 80불에 팔았으니 20불 남은 장사였다고 해야 하나?
 
L.A.에 가서는 다른 고물차를 300불 주고 샀다, 1965년형 Oldsmobile Cutlass라는 뚜껑을 열 수 있는(convertible) 중형차였다, 이 차는 한국인 자동차 정비 기술자가 타다가 팔려고 내놓은 것인데, 시운전을 하던 중 뒤따라오던 차에 추돌을 당해 뒷 밤퍼가 좀 쭈구려졌다. 상대방 운전자는 미국 흑인 여자였는데, 그녀가 가입한 보험사 직원이 나와 보더니 나에게 수리비 368불을 계산해 주었다. 그래서 차값 300불을 제하고도 68불이 더 생긴 셈이 되었다. 내 차를 뒤에서 박은 그 여자가 얼마나 고마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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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비용을 아끼려고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네 식구기 차안에서 잠을 잤다. 1974년형 Impala 뒷 창문 아래서 자고 있는 네살난 딸.

L.A,에서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한 나는 1975년 봄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미시간으로 되돌아갔다. 거기서 1974년형 Chevy Impala 대형차를 4000불에 월부로 샀다.(위 사진) 그러나 미시간에서도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다시 L.A.로 되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미시간 주에서 워싱턴 D.C.로 가서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남서쪽으로 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갔다. 테너시주에서 친구 집에 들려 하룻밤 신세를 지고, 그 다음 부터는 계속 밤에는 샤핑센터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차 안에서 네 식구가 잤다. 주머니엔 단돈 300여불 밖에 없었으므로 숙박비를 아끼려고 그랬다. 마침 여름이고 또 차가 커서 차 안에서 네 식구가 잘 수 있었다. 몸이 가냘픈 딸 아이는 뒷 유리창 밑에 들어가 잤다. 가난해서 자동차로 거의 1주일 동안 대륙횡단을 한 덕분에 Grand Canyon, Las Vegas 등에 들려 관광은 많이 했다.

L.A.에 되돌아와 Impala를 3년 동안 56,000 마일 달리고, 1978년 9월에 네번째 차 1978년형 Ford Thunderbird를 7500불 주고 샀다. 타던 차 Impala를 1200불로 쳐서 trade in하고 (헌 차를 새차 값의 일부로 쳐주는 것) 나머지 6,300불은 월부로 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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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캐딜랙

다섯번 째 차는 1981년형 Cadillac Fleetwood 하늘색 대형차를 23,000불에 월부로 섰다. 캐릴랙이 비싸긴 하지만 아내와 세 아이(미국에서 막내 아들 출생)를 태우고 다닐 차였으므로 나는 좀 무리를 해도 크고 든든한 차를 샀다. 이 캐딜랙은 5년쯤 탔는데 한번은 집사람이 몰고 가다 L.A. downtown freeway에서 트럭과 옆을 살짝 부딛치는 접촉사고를 당해 팔아버리고 같은 싸이즈의 1986년형 Cadillac Brougham을 에 샀다. 이번엔 검은색 차인데 먼저 캐딜랙보다 조금 더 고급형이었다. 우리의 여섯번째 차다.
 
그 다음 일곱번째 차가 이번에 팔려간 그 차다. 1995년에 4만9천불 주고 샀는데 가끔 oil change만 해주고 무려 22년을 탔다. 나의 자동차에 대한 상식은 거의 zero 상태라 엔진 오일만 갈아주면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정비 스케쥴에 따라 부품도 갈아주지 않고 무식하게 휘발유만 넣고 계속 몰고 다닌 탓에 주행거리 15만 마일이 넘어서자 여기 저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두 달 전 부터는 발동이 잘 걸리지 않았다. 처음엔 배터리 문제인가 해서 새것으로 갈았으나 며칠 가다 또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았다. 몇 번을 crank up해야 겨우 사동이 걸리더니 마침내 시동이 아주 걸리지 않았다. odometer(오다미터/주행거리판)에 155,576마일(약25만 킬로)이 나타난 작년 7월 8일이었다.
 
탱크 같이 든든하던 그 차가 우리 식구에겐 정말 고마운 차였다. L.A.에서 4년, 워싱턴에서 18년, 도합 22년을 탄 차, 사고라곤 1999년 워싱턴에서 소형차와 옆을 약간 스친 것 뿐이었다. 그 때 소형차는 많이 찌그러졌으나 우리 차는 멀쩡했다. 그만큼 강한 철판으로 만들어진 차체였다. 그래서 한번도 body shop에 갈 필요가 없었다. 이 차 안에만 들어가 앉으면 안정감이 들고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모든 움직이는 것에는 수명이 있는 법, 그렇게 든든하던 그 차도 22년만에 우리 곁을 떠났다. 단돈 1500불에 그 차를 인수한 새 주인이 잘 정비만 하면 몇 년은 더 인간에게 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잘 가거라, 정든 차야!
그 차를 떠나보내는 날 내 눈엔 정말 눈물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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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 우리집 앞에 세워둔 차 2대. 검은차가 최근 판 것이고 은색차가 현재 타고 다니는 차다.

위 사진은 22년 동안 탄 헌 차와 이번에 새로 산 차를 우리집 앞에 나란히 세우고 찍은 것인데 검은색 차가 팔려간 헌 차이고 은빛 차가 새로 산 차다. 같은 자동차 회사가 만든 이 두 차의 이름을 독자 여러분들이 한번 맞춰보시기를...

2018년 7월 워싱턴에서 조화유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7-13 08:50   |  수정일 : 2018-07-1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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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조화유 재미 작가, 영어교재 저술가

조화유 (曺和裕 / W.Y. JOH)

경남 거창 출생. 부산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조선일보 기자로 일하다가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Western Michigan University 대학원에서 韓美관계사를 연구한 뒤 미국에 정착했다.

도미 전 응시한 TOEFL에서 어휘 및 작문 부문 세계 최고점수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1970년엔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흉일”이 당선, 문단에 데뷔했다. 1998년 문학작품집 “이것이 정말 내가 쓰고 싶었던 글들이다”를 냈고, 2010년엔 두 번째 작품집 “전쟁과 사랑”을 출간했다. 이 작품집에 실린 단편 “다대포에서 생긴 일”은 한국비평문학회가 “2003년의 문제소설”로 선정하였고, 이 소설을 직접 영어로 다시 쓴 Heaven Knows What Happened at Dadaepo는 amazon.com에서 eBook으로도 나왔다.

미주동포들을 위해 쓴 “미국생활영어” 전10권은 1990년대 조선일보사가 “이것이 미국영어다” 전10권으로 재출간, 국내에서만 100만부 이상 보급되었고, 중국, 대만, 일본에서도 각각 그 나라 글로 번역 출판되었다. 1996~7년에는 “레미제라블” “파리의 노틀담”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어스 씨이저” “왕자와 거지” 등 세계명작을 한영대역 만화로 재구성하여 조선일보에 연재하기도 했다.
현재 워싱턴 교외에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메일 johbook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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