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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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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위해 마지막 댄스는 남겨두세요.

글 | 이경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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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an dance-every dance with the guy
Who gives you the eye, let him hold you tight
(당신에게 눈길을 주는 누구와도 함께 춤을 추세요. 그에게 꼭 안겨 있어도 됩니다.)
얼마 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삽입된 곡 ‘Save the Last Dance for Me’의 도입부다. 경쾌하고 밝고 신나는 음악이다.
하지만 가사에 귀를 기울이고 듣는다면 조금 의아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You can smile-every smile for the man
Who held your hand neath the pale moon light
(창백한 달빛 아래 당신의 손을 잡고 이끄는 사람에게 웃어줘도 괜찮아요)
But don't forget who's takin' you home
And in whose arms you're gonna be
So darlin' save the last dance for me
(하지만, 오 사랑하는 이여, 잊지마세요. 당신을 집으로 데려다 줄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당신이 안길 사람이 누구인지.)
남자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춤을 추는 한 여자가 있다.
우주를 유영하는 빛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여자의 모습 뒤로 휠체어에 앉아 그녀를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말한다.
남자들과 춤을 춰라. 손도 잡고 안겨도 된다. 하지만 마지막엔 나에게 안겨야 한다.
참으로 달콤하면서도 가슴 어디로 훅이 날아오는 듯한 씁쓸함이 깃든 노래다.
이 노래는 1960년 닥 포머스(Doc Pomus)와 모트 슈만(Mort Shuman)이 만든 노래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심하게 앓은 닥 포머스는 목발과 휠체어에 의존해야 했지만 매우 왕성한 활동을 하는 뮤지션이었다.
닥은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결혼식 초대장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 윌리버크 (Willi Burke)와의 결혼식을 떠올리면서 3년 전 그날을 기억해낸다.
브로드웨이 배우면서 댄서였던 아내 윌리와 얼마나 행복한 춤을 추고 싶었음에도 딕은 휠체어를 벗어날 수 없었다. 닥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녀가 다른 남자들에 둘러싸여 춤추는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보는 것.
그러리란 걸 짐작하고 닥은 결혼식 전에 신부 윌리에게 당부의 말을 했었다.
Oh I know that the musics fine
Like sparklin' wine, go and have your fun
Laugh and sing.
(저도 음악이 얼마나 좋은지 알아요. 마치 스파클링 와인같죠. 가서 즐기세요.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세요.)
자신의 결혼식 초대장을 발견한 닥은 단숨에 노랫말을 써 내려갔는데, 그때 신부에게 들여주었던 그 말이 결국 3년 후 노래가 되었다.
원곡은 1953년 결성한 미국의 두왑·소울 보컬그룹 드리프터스(The Drifters) 2기 멤버의 1960년 버전이지만, 밥 잘 사주는.... 이 드라마에서 접한 곡은 ‘다이 하드’ 시리즈의 액션스타 블루스 윌리스(Bruce Willis) 버전이다.
윌리스는 앨범을 두 장이나 낸 ‘가수’다. 해외 유명 음악 정보 사이트 올뮤직엔 윌리스가 팝과 록 장르의 음악인으로 분류돼 있다고 한다. 그는 1987년 1집 ‘더 리턴 오브 더 브루노’를 냈으며 수록곡 ‘리스펙트 유어셀프’로 빌보드 싱글 차트 5위까지 차지한 화려한 이력의 보유자다.
이 노래를 부른 윌리스의 서툰 듯하면서도 어수룩한 발음이 노래를 더 진정성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행복한 춤을 추는 한 여자를 지켜보는, 함께 춤 출 수 없는 애절함이 더 강하게 와 닿는 느낌이다.
닥 포머스는 영원히 윌리의 춤 파트너가 되지 못할 것을 잘 알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춤을 계속 추게 해주고 싶어했다는 게 노래에서 충분히 느껴진다. 그게 바로 사랑이다. 사랑하는 상대를 배려하고 나의 초라함이나 처절함은 내가 감수하겠다는 마음. 물론 이번에도 을의 마음이다.
Cause don`t forget who`s taking you home
And in whose arm`s you`re gonna be
So darlin save the last dance for me
(잊지마세요. 누가 당신을 집으로 데려갈지, 그리고 누구의 품에 안길지, 그러니까 사랑하는 이여, 마지막 춤은 나를 위해 남겨주세요.)
닥 포머스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사랑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그래서 ‘Save the Last Dance for Me’라는 멋진 노래를 만든 것이다. 사랑에 더 감동하고 사랑에 더 우는 자가 그 사랑의 주인이다. 갑은 모르는, ‘을’만이 아는 사랑의 세상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6-15 18:07   |  수정일 : 2018-06-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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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이경희 소설가

2016년 중앙일보에 장편소설 '제8요일의남자'를 연재했으며 단편소설 '작약' '연의기록' ‘전생을 기억하는 여자’ 등 다수를 발표했다.

국회의장단 기획관을 지냈으며, 일간지 문화부 기자, 경기도 공무원교육원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예술치유 에세이 '마음아 이제 놓아줄게', JTBC드라마 원작소설 '품위있는그녀 1,2' 를 출간했고 현재 에브리북에 소설 '엘리자베스 캐츠아이'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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