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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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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침술(Urban Acupuncture)과 풍수

⊙ 청룡인 낙산이 낮고 짧은 것을 裨補하기 위해 산의 흐름과 비슷한 ‘之’字를 추가해 ‘興仁之門 ’이라고 이름 지어
⊙ 자이미 레르네르, 한의학의 침술이론을 브라질 쿠리치바시에 도입해 ‘도시침술론’ 제안
⊙ KDB생명 사옥의 코끼리상, 치킨대학의 닭석상 등도 비보풍수의 일환

김두규
1960년생.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졸업, 독일 뮌스터대 독문학·중국학·사회학 박사 / 전라북도 도시계획심의위원,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 자문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역임. 현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 《조선풍수학인의 생애와 논쟁》 《우리 풍수 이야기》 《풍수학사전》 《풍수강의》 《조선풍수, 일본을 논하다》 《국운풍수》 등 출간

글 | 김두규 우석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위원

▲ 여의도 대신증권 앞에 있던 황소상. 강세장을 상징한다.
필자의 직장은 지방, 집은 서울에 있기에 매주 서울 남부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한다. 집으로 갈 때는 터미널 건너편에 있는 ○○카드 본사 앞 승강장에서 버스를 탄다. 승강장 바로 뒤에 있는 ○○카드 앞마당에는 조각상이 하나 있다. 작가명도 작품설명도 없는 조각상이다.
 
  조각상을 보는 필자만의 편견인가? 그 조각상은 여성의 두 가랑이 사이에 있는 조개를 형상화하였다. 명백히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작품화’하였는데 그 노골적인 모습에 보기 민망하고 짜증이 난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가끔 그 조각상을 바라보지만 접근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비교적 넉넉한 공간이 있음에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회사 사옥 앞에 설치되는 조각상은 조경법규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조경물(벤치·분수·조각상 등) 가운데 하나이다. 일종의 ‘야립(野立)간판’이 될 수 있다. 야립간판은 법령이 정한 ‘미술장식품 설치’ 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으며, 건물과 터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운을 상승시키는 촉매가 되기도 한다.
 
 
  비보·진압풍수란?
 
  전통적으로 풍수에서는 이를 비보·진압(裨補·鎭壓)풍수로 분류한다. 비보풍수란 부족한 것은 보충해 주는 것을 말하며, 진압풍수는 강한 것은 눌러서 균형과 조화를 꾀하는 것을 말한다. 비보·진압풍수를 송(宋)나라 채원정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긴 것을 자르고, 짧은 것을 보완하고, 높은 것은 덜고, 낮은 것은 덧보태니 당연한 이치가 없을 수 없다. 그 출발점은 눈으로 잘 살피고, 인공의 방법으로 터를 잘 갖춤에 지나지 않지만, 그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하늘의 하는 바를 빼앗아 천명(天命)을 바꿈에 있게 되어, 사람과 하늘이 하는 일에 차이가 없게 된다.” 《발미론》
 
  비보·진압풍수를 잘하기만 하면, 비록 그것이 인위적인 행위일지라도 하늘의 하는 바와 같다는 뜻이다. 인간의 노력으로 천명을 바꿀 수 있다는 풍수의 기본정신의 다른 표현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비보·진압풍수는 고려시대에 왕성하게 실행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고려 신종 때인 1197년 산천비보도감(山川裨補都監)을 설치하여 전국적으로 비보·진압풍수를 행하게 한 것이다. 조선왕조에 이르러 묘지 풍수가 주류를 이루면서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비보·진압풍수 활동은 점차 소멸되고 마을이나 고을 차원의 비보풍수가 근근이 명맥을 유지한다. 조선조 비보·진압풍수 내용은 〈백운산 내원사 사적기(白雲山內院寺事迹記)〉(1706)에서 그 일부 내용을 엿볼 수 있다.
 
  “비유컨대 우리나라 땅은 병이 많은 사람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인물의 태어남은 이러한 산천의 기(氣)에 감응되는 것인데, 인심과 산천의 형세는 서로 닮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산천에 결함이 있는 곳은 절을 지어 보충하고, 산천이 기세가 지나친 곳은 불상으로 억제하며, 산천의 기운이 달아나는 곳은 탑을 세워 멈추게 하고, 배역하는 산천 기운은 당간을 세워 불러들이고, 해치려 드는 것은 방지하고, 다투려 드는 것은 금하며, 좋은 것은 북돋아 세우고, 길한 것은 선양케 하면, 비로소 천하가 태평해질 것입니다.”
 
  비보·진압풍수는 연못·제방·당간지주·당산나무·탑·석상·문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광화문 앞의 해치 석상·경회루의 연못도 비보·진압풍수의 결과물이다. 관악산 화기가 경복궁을 위협한다고 믿어 이를 제압하기 위하여 물의 신[水神] 해치상을 맞세웠고, 경회루에 연못을 조성하였다. 진압풍수의 흔적이다.
 
  반면 속칭 동대문의 본명인 흥인지문(興仁之門)은 다른 남대문이나 돈의문과 같이 세 글자가 아닌 네 글자로서 ‘之’가 추가되었다. 흥인문이라 해도 될 것을 굳이 흥인지문이라 한 것이다. 한양의 지세는 백호인 인왕산이 더 높고 긴 반면, 청룡인 낙산은 낮고 짧다. 약한 청룡을 보충하기 위하여 산의 흐름과 비슷한 ‘之’ 자를 추가한 것이다. 비보풍수의 흔적이다. 이렇듯 비보·진압풍수는 작게는 개인 무덤에서 주택·사옥뿐만 아니라 도시 조경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되었고, 이야깃거리를 제공하였다.
 
 
  호설암의 ‘간판풍수론’
 
청나라의 巨商 호설암.
  중국에서 이를 잘 활용한 사업가는 호설암(胡雪岩·1823~1885)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12살 때 홀어머니를 떠나 항저우(杭州)의 어느 전장(錢莊·금융업체)에서 허드렛일로 세상에 나선 그는 훗날 중국 최고의 상인이 되었다. 동시대인들은 그를 ‘살아있는 재물의 신[活財神]’으로 모셨다. “정치를 하려면 모름지기 증국번(曾國藩·19세기 사상가·정치가)을, 장사를 하려거든 호설암을 배워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의 성공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풍수였다. 호설암이 풍수와 관련해 강조한 것은 세 가지이다. 첫째 적당한 위치, 둘째 깨끗하고 운치 있는 건축, 셋째 정교하고 단아한 실내장식, 이 세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고 한다. 터와 건물 그리고 인테리어, 즉 풍수 전반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부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지만, 중소상인의 입장에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것은 아니다. 호설암은 말한다.
 
  “기업이나 점포의 외관은 사람의 얼굴에 해당하기 때문에 최대한 깨끗하고 아름답게 꾸며야 한다. 이는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얼굴을 보고, 나무는 껍질을 보며, 사업의 성패는 간판을 본다.”(사원, 《상경(商經)》
 
  전형적인 비보·진압풍수의 활용이다.
 
 
  자이미 레르네르의 ‘도시침술론’
 
  비보·진압풍수의 내용물들은 고객을 유혹할 수도 내쫓을 수도 있다. 호설암의 풍수 응용은 지구 건너편 어느 건축가에 의해 되살아난다. 비보·진압풍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응용하여 세계적인 건축가 겸 행정가가 된 인물이 있다. 자이미 레르네르(Jaime Lerner)이다.
 
  무명(無名) 건축가였던 레르네르는 우연한 기회에 정치에 입문,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쿠리치바 시(市)의 시장으로 선출되었다. 그가 시장에 선출됐던 당시 쿠리치바 시는 폭발적 인구증가로 도시환경이 무너지면서 빈민가로 변해 가고 있었다. 이에 레르네르는 쿠리치바 시를 생태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동양 한의학이 말하는 침술(鍼術·Acupuncture)이론을 차용한다. 침이 몸에 작은 자극을 주어 병을 치유하듯 도시에도 최소한의 개입으로 놀라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도시침술론(Urban Acupuncture)’이다. 그는 말한다.
 
  “나는 도시에도 의술이 지닌 마법 같은 힘을 어느 정도 발휘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많은 도시가 병들어 있고 그중 어떤 도시는 거의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도시침술》)
 
  조명·조각상·음악·흐르는 물·나무·탑 등이 모두 침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침은 어디에 놓는가? 풍수와 한의학에서 말하는 혈(穴)에다 놓는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혈 이름은 대부분 대우주인 자연에서 따왔다. 소우주인 인체에도 산맥과 수맥처럼 기가 흘러가는 곳이 있기 마련인데 그 멈추는 곳이 혈이다. 기의 흐름이 순조로우면 건강하지만, 원활치 못할 때 병이 생긴다. 침은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풍수에서 말하는 혈도 마찬가지이다.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병든 산천이 되며, 그 땅 위에 살아가는 사람 역시 삶이 힘들어진다. 이를 치유하기 위한 것이 비보·진압풍수이며, 레르네르의 ‘도시침술론’과 같은 내용이다. 비보·진압풍수의 흔적이 해방 이후 우리나라 사옥들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코끼리 석상으로 백호를 누른다?
 
KDB생명타워 빌딩의 코끼리상. 서쪽의 백호를 누르기 위한 비보풍수의 소산이다.
  용산구 동자동 ‘KDB생명타워’에는 준공 직후 한 마리의 코끼리 석상이 세워졌다. 사옥이 서쪽을 바라보면 불길하다는 ‘풍수 곡해(曲解)’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쪽을 사신사(四神砂) 가운데 백호(白虎)로 오해한 것이다. 사신사에서 말하는 백호는 주산(主山)을 기준으로 우측에 있는 산을 말하지, 절대방위인 서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백호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흰 호랑이이다. 흰색은 오행(五行)상 금(金)에 해당되며, 금은 쇠를 상징하기도 한다. 따라서 흰 호랑이[백호]는 강철과 같은 호랑이다. 호랑이 가운데에서도 가장 무섭다. 이 무서운 호랑이가 건물을 노려보니 회사가 잘될 수 없을 것이라는 속설에서 이를 제압하기 위해 코끼리 석상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행상 ‘金’을 쇠[鐵]로 보기도 하지만 문자 그대로 금(gold)으로 보기도 한다. 서향이 좋을 수도 있다. 50년 넘게 서울의 주요 사옥의 입지 흐름을 관찰한 세계적인 모자왕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은 “전통적으로 서울에서 한국의 큰 기업이 동쪽으로 가지 않고 서쪽으로 가야 성공했다”라고 술회한다. 따라서 서향 건물이 회사운에 결코 나쁘지 않다.
 
  2013년 필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코끼리 석상이 분명 하나만 있었다. 그런데 금년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변화가 있었다. 3마리의 코끼리 석상이 더 생겼다.
 
  생김새로 보건대 코끼리 가족과 같다. 한 마리 코끼리로 서쪽의 흰 호랑이를 감당하지 못하여 코끼리 석상을 추가하였을까? 그렇다면 회사 건물과 건물주가 터에 대해 겁을 먹고 있거나 불안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차라리 외로운 아빠 코끼리가 짝을 만나고 자녀를 얻어 가족을 꾸렸듯, 사옥의 운명도 그와 같이 갈 것이라고 스토리텔링함이 더 낫지 않을까? 코끼리 석상만 있고 아무런 안내 표지판이 없다. 궁금하다.
 
  여의도에는 지난해까지 두 마리의 황소상이 지근거리에 있었다. 한 마리는 금융투자협회 본관(‘금투센터’) 앞에, 다른 한 마리는 대신증권 사옥 앞에 자리하면서, 서로 자기네 황소상이 더 힘이 세다며 은근한 경쟁관계에 있었다. 금투센터 앞의 황소상은 앞의 코끼리 석상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설명이 없다. 대신증권 사옥의 황소상 앞에는 친절한 설명문이 있어 그 연유를 알 수 있다. “황우(黃牛)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증시 강세장을 뜻하는 불마켓(Bull Market)을 상징한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 증권맨과 고객들이 황우를 만지면서 강세장을 기원하는 토테미즘(Totemism)의 대상이 되었다.”
 
  토테미즘은 비보풍수의 다른 표현이다. 그런데 2017년 말 대신증권이 중구로 이전하면서 그 황소상은 사라졌다. 새로 이전한 사옥 앞에는 LOVE 자가 새겨진 일명 ‘러브상’이 세워졌다. 아무래도 증권회사의 이미지에는 황소상이 더 적절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괴테상과 삼전도비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부근에 있는 괴테상과 삼전도비. 괴테상은 삼전도비에 대한 진압풍수의 의미가 있다.
  ‘제2롯데월드’ 잔디밭에는 독일이 배출한 세계적 작가 괴테상이 서 있다. 독일문화원도 아닌 잠실에 웬 괴테상인가 궁금하다. ‘롯데’라는 회사명의 기원을 밝힘과 동시에 롯데라는 기업의 감성적 이미지를 드러내고자 함이라고 롯데 측은 말한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감수성 예민한 청년 베르테르가 19살 아가씨 샤롯데(Charlotte: Lotte)와의 이루지 못할 사랑에 대한 번민을 그린 소설이다.
 
  샤롯데는 이국땅 일본에서 고학하던 문학청년 신격호(辛格浩·현 롯데총괄회장)의 우상이었다. 훗날 그가 회사를 차렸을 때 샤롯데를 잊지 못하여 회사명을 ‘롯데’라 하였다. ‘롯데’는 일본에서 큰 기업이 되었다. 1960년대 박정희(朴正熙) 당시 대통령은 근대화와 산업화를 위해 외국자본 유치가 절실하였다. 이때 박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일본에서 번 돈을 국내에 투자한 것이 지금의 한국 롯데이다.
 
  그로부터 50년 후 한국 롯데는 세계 5위의 마천루 제2롯데월드(123층, 555m)를 지었다. 그리고 ‘롯데’의 기원을 밝히려 괴테상을 그 앞에 세웠다. 서비스업을 주종으로 하는 롯데는 세계적 문호 괴테의 이미지를 차용함으로써 ‘문화기업’임을 홍보하려는 의도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괴테상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근거리에 삼전도비(三田渡碑)가 있다. 지난해 개봉됐던 영화 〈남한산성〉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삼전도비이다. 공식명칭은 ‘대청황제공덕비(大淸皇帝功德碑)’이다. 비문은 중국·만주·몽고문자로 쓰였다. 한글은 없다. 그들(중국·몽고·만주족)에게 조선은 나라도 아니었다. 이후 몇백 년 동안 조선은 청나라 앞에 꼼짝도 못한다. 치욕의 진압풍수 흔적이다.
 
  수백 년 후 지근거리에 괴테상이 세워졌다. 괴테상 앞에는 한글·영어·중국어·독일어 등 4개 국어로 롯데의 내력을 설명하고 있다. 롯데가 세운 괴테상은 중국·만주·몽고문자로 쓰인 삼전도비에 대해서 이제는 한국이 더 이상 치욕의 약소국가가 아닌 세계 경제대국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진압풍수가 되고 있다.
 
 
  동양 최대의 닭석상
 
치킨대학 입구에 서 있는 동양 최대의 닭석상.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천 ‘치킨대학(BBQ 연수원)’ 입구에는 동양 최대의 닭석상이 세워져 있다. 치킨대학 앞산 ‘저명산’(猪鳴山·멧돼지 우는 산)과 우측 산 너머 ‘암캥이산’이 자리하는데, 그 삼각 지점에 치킨대학 터가 들어섰다. 풍수상 ‘삼수부동격(三獸不動格)’이 되는데, 이를 스토리텔링화하였다는 BBQ 관계자의 설명이다.
 
  “돼지↔고양이↔닭, 이 세 짐승이 긴장 속에 균형을 유지하는 기운생동의 터이면서 동시에 황금닭이 알을 품는 형국[金鷄抱卵形]임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닭석상을 동양 최고로 화려하게 만든 데에는 풍수적 이유 말고도, 장차 BBQ가 치킨업계에서 동양 최고의 기업이 될 것이라는 염원이 담겼다. 특히 BBQ가 관심을 기울였던 부분은 미래 시장으로서 중국이다. 중국인들은 닭을 특히 좋아하는데, 중국의 땅모양이 닭모양과 닮아서이기도 하지만, 금계(金鷄)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이곳을 찾는 중국인들과 외국인들을 위해 자세한 설명문까지 붙여 놓았다.”
 
  실제로 닭석상 아래 한글·영어·중국어로 된 설명문이 있는데, 그 내용 중에는 ‘금계포란’과 같은 풍수 용어가 언급되고 있다. 중국어 설명문 마지막은 “좋은 운이 계속 이어지고, 재물이 강물처럼 흐르고, 크나큰 기쁨이 끊이지 않아라(好运连连,财源滚滚,大喜不斷)”라고 적혀 있다. 실제로 풍수를 신봉하는 중국인들은 이 문장과 닭석상을 매우 좋아하여 이곳이 포토존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전형적인 비보풍수의 현장이다.
 
 
  청계천 ‘스프링(Spring)’ 탑
 
청계천의 스프링 탑은 허공을 찌르는 모습이 풍수적으로 좋지 않아 비보풍수 차원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청계천 복원과 함께 들어선 ‘스프링’ 탑(동아일보 본사 앞, 청계천 물길의 시작 지점)은 그 건립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다. 미국의 세계적 팝아트 작가인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으로 2006년 세워졌다.
 
  당시 제작자 선정·조각상 모양·제작비용 등을 두고 찬반이 격렬했다. 제작비용이 무려 340만 달러(34억원)였던 것도 문제였다. 탑의 의미에 대해서는 ‘20m 높이의 나선형 다슬기 모양으로, 역동적이고 수직적인 느낌을 주어 복개된 청계천의 샘솟는 모양과 도시 서울의 발전을 상징한다”고 올덴버그는 설명하였다. 그러나 당시 국내 일부 예술가들은 ‘허공을 뾰족하게 찌르는 모습’, ‘똥 싼 모습’, ‘비비 꼬이는 꽈배기 모양’ 등으로 비난하기도 하면서, 청계천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하였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스프링’은 풍수적으로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흐르기 시작한 청계천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물고기와 새들이 모여들었고, 천변에는 수생(水生)식물들이 우거져 갔다. 그러나 ‘스프링’ 탑은 늘 혼자 있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뾰족한 탑은 첨살(尖煞)이 되어 사람들뿐만 아니라 주변 건물들을 찌르고 있다. 풍수에서 지극히 꺼리는 바이다. 전통적 비보·진압풍수나 레르네르의 도시침술적 관점에서 이를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까?
 
  과거 조선조 한양 물길의 시작점[得水處]은 인왕산과 북악산 골짜기였다. 산 아래 바위틈에서 샘이 솟고, 그 샘은 실개천이 되어 청계천으로 모이고 다시 한강이란 큰 강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실개천이 복개가 되어 더 이상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스프링’ 탑이 있는 곳이 현재 청계천의 득수처(得水處・발원지)가 된다.
 
  득수처, 즉 물길의 시작을 풍수적으로 어떻게 형상화해야 할까? 산에는 나무가 있고, 나무 아래 바위틈에서 물이 솟는다. 이를 그대로 재현하면 된다. 소나무 몇 그루를 심고 그 아래 너럭바위 네댓 개를 놓으면 된다. 왜 소나무와 너럭바위인가?
 
  비용 면에서도 아무리 비싸도 몇억 원이면 낙락장송 몇 그루를 이식할 수 있고, 몇백만 원이면 좋은 너럭바위를 구할 수 있다.
 
  이것은 전통적 비보풍수의 방법이기도 하지만, 소나무[松]와 바위[岩]는 십장생(十長生)에 포함된다. 십장생은 중국에 없는 우리 고유의 신앙이다. 경복궁 자경전 굴뚝에도 십장생이 새겨져 있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그 세워진 내력을 소개하기에 좋다. ‘스프링’ 탑 주변에 소나무와 너럭바위를 놓고, 그 자세한 설명문을 붙여 놓는다. 그리고 경복궁 자경전에 가서 꼭 벽화 속의 십장생을 구경할 것을 권한다. 한국 풍수가 어떻게 도시침술로 거듭나고 있는지를 보여 줄 기회가 된다.
 
  《도시침술》의 저자 레르네르는 “도시가 만남의 장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며, 대단한 명소가 없는 도시도 나무를 심으면 극적으로 바뀌기에 나무 심기가 좋은 도시침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청계천의 ‘스프링’ 탑이 있는 곳에 해당되는 말이다. 여름에는 그늘을 찾아 사람들의 쉼터와 만남의 장소가 될 것이고, 겨울에는 소나무에 소복이 덮인 설경 또한 사람들에게 자연미를 제공할 것이다. 좀 더 욕심을 부려 작은 정자 하나를 만들어도 좋다. 한국의 전통적 비보풍수의 현대적 활용이자 진정한 도시침술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6-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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