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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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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다시 짚어보는 우리 역사(40)]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교과서 서술대로 쓰면 오답(誤答)이다.

한국사 교과서, 이대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

글 | 김병헌 동국대학교 동국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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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에 실시된 제21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고급)에는 아래와 같은 문제가 출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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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예시된 빗살무늬토기, 갈돌과 갈판, 조개로 만든 장신구 등으로 보아 신석기시대 살림살이와 관련된 답을 고르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제시한 정답은 ②번이다. 하지만, 현행 교과서 서술을 살펴보면 문제가 간단치 않다.
 
금성출판사
최근 신석기 시대 유적에서 움무덤, 독무덤, 수십 명의 뼈를 함께 묻은 공동 무덤 등의 발견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22)
지학사
신석기 시대의 사회와 문화 - 시신은 독무덤이나 움무덤에 묻었으며, 화장도 행해졌다.(17)
미래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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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무덤
(경남 창녕 출토) 독무덤은 신석기 시대부터 만들어졌으며, 널무덤과 함께 철기 시대의 대표적인 무덤 양식이다.(14)
리베르스쿨
[정리해볼까요] 철기시대의 무덤 양식으로 표시(20)
비상교육
<철기의 보급과 사회 변화> 무덤 양식으로는 구덩이를 파고 시체를 나무 널에 넣어 매장한 널무덤과 두 개의 항아리를 이어서 만든 독무덤 등이 만들어졌다.(19)
천재교육
<철기의 보급과 사회 변화> 무덤으로는 널무덤과 독무덤이 있었으며, 토기는 민무늬 토기, 덧띠 토기, 검은 간토기 등이 널리 사용되었다.(18)
교학사
서술 없음
동아출판
서술 없음
 
리베르스쿨, 비상교육, 천재교육 교과서의 서술은 국편이 원하는 답을 찾는데 문제가 없다. 반면 금성출판사, 미래엔, 지학사 교과서대로라면 ③번이 정답이며, 교학사와 동아출판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은 정답을 찾을 수 없다. 교과서에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시험 주관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에 현행 교과서의 서술을 제시하고 상기 세 교과서의 서술대로 ③번을 선택했을 경우에 대한 정오(正誤) 여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한 국편의 답변이다.
 
현행 교과서에 대한 서술은 각 출판사 저자의 책임 하에 서술됩니다. 현행 교과서의 내용은 특별한 오류는 없습니다. 중국의 경우 신석기시대부터 독무덤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고, 미래엔 교과서는 그러한 사실을 서술한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청동기시대의 유적에서부터 발견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질의자께서 말씀하신 ③번은 우리나라의 실정과는 다른 오답이라고 하겠습니다.<국편 답변, 2015. 10. 16>
 
국편 답변대로라면 ‘신석기시대 독무덤의 출현’이라 한 교과서의 서술은 중국의 사실에 해당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③번을 골랐을 경우 오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의 세 교과서는 모두 우리나라의 신석기 시대 생활상을 서술한 것이기에 국편의 답변은 잘못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동기시대부터 발견되기 때문에 오답이라는 국편의 답변을 해당 출판사에 제시하고 입장을 요구했다. 오른쪽은 ‘교과서민원바로처리센터’에 올라온 미래엔 출판사의 답변이다.
 
이 답변에 따르면, ‘신석기시대부터 독무덤이 사용되었음을 서술하도록 교육부 심의과정에 명기되어 있으며, 해당 사진에서 독무덤의 설명을 교육부의 수정권고 사항에 따라 수정하였고 교육부의 승인을 받은 내용’이라 하였다. 국편의 답변과는 완전히 다르다. 독무덤과 관련하여 지학사 출판사에도 같은 질의를 보내 아래와 같은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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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무덤은 우리나라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널리 쓰이던 매장 방식이었습니다. 신석기시대의 매장 사례는 풍부하지 않지만 땅에 구덩이를 파서 묻은 움무덤(토광묘) 방식이 일반적인 가운데, 부산 동삼동 유적과 진주 상촌리 유적에서 융기문토기 또는 침선문토기의 독으로 구성된 독무덤(옹관묘)이 발견되었습니다. 다만 이 사례는 1998년 이후에 파편 형태로 발견된 것이라서 관련 지식이 널리 퍼져있지는 않으나, 신석기시대부터 독무덤의 매장 방식이 있었다는 사례로서 중요합니다.<지학사 답변, 2015. 5. 15>
 
독무덤이 발굴된 것으로 알려진 부산 동삼동 패총 전시관의 전시 도록에는 ‘독무덤이 1999년 부산 박물관의 동삼동패총 정화지역 발굴 조사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라는 소개 글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미래엔 한국사 교과서 14쪽 보조단에 ‘독무덤은 신석기 시대부터 만들어졌으며, 널무덤과 함께 철기 시대의 대표적인 무덤 양식이다.’라는 내용이, 그리고 금성출판사 한국사 교과서 22쪽 본문에 ‘최근 신석기 시대 유적에서 움무덤, 독무덤, 수십 명의 뼈를 함께 묻은 공동 무덤 등의 발견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신석기 시대에 독무덤의 매장 방식이 있었다는 것은 오류이기보다 최신의 연구 성과가 반영된 서술이라 보여 집니다.<지학사 답변, 2015. 5. 30>
 
지학사의 답변도 물론 국편의 답변과 다르다. 특히 마지막의 ‘신석기 시대에 독무덤의 매장 방식이 있었다는 것은 오류이기보다 최신의 연구 성과가 반영된 서술이라 보여 진다.’고 하였다. 당연하다. 금성출판사에서도 동일한 답변을 하였는데, 필자도 어느 교과서의 서술은 옳고 어느 교과서의 서술은 잘못이라는 것을 지적한 것이 아니다. 어느 교과서에는 신석기시대, 어느 교과서에는 철기시대로 서술하는가 하면 교학사와 동아출판처럼 아예 서술을 하지 않음으로써 한 가지 사안을 두고 출판사마다 다른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서로 다른 내용을 공부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 이를 과연 역사 인식의 다양성이라 할 수 있을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홈페이지에는 일정 급수 이상의 합격자에 한해 주어지는 각종 특전이 제시되어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2급 이상 합격자에 한해 인사혁신처에서 시행하는 5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 응시자격 부여’한다거나 각 군 사관학교 입시에서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등의 특전은 이 시험의 중요성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러한 특전의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국편에서 요구하는 일정 수주의 점수를 얻어 해당 급수의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한 문제 때문에 불합격하여 본인이 원하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거나 탈락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그만큼 중요한 시험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험에 어떤 학생은 배우지 않아서 틀리고, 어떤 학생은 서술이 달라서 틀린다면 이는 공평한 처사가 아니다.
 
역사 인식의 다양성은 학자들의 몫이지 지적으로 미성숙 상태에 있는 아이들에게 제공할 사안이 아니다. 다양한 역사 인식과 해석은 학술서에 수록될 내용이지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과서에 실어 가르칠 사안이 아니다. 다양한 역사 인식은 곧 서로 다른 역사 해석이라는 뜻이며, 이를 서로 다른 교과서에 수록한다는 것은 곧 서로 다른 학설을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이는 올바른 교육이 아니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은 차별 없이 공평하게 교육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11-10 14:03   |  수정일 : 2017-11-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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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 동국대학교 동국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동국대학교 동국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학사/석사/박사수료
동국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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