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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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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린 유행어 ‘내로남불’...'낭만'이라는 멋진 말을 만들어낸 사람은?

글 | 신상목 전 외교관/일식당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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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쓰메 소세키 / photo by 위키피디아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로, 이중 잣대나 위선을 꼬집는 말이다.
 
여기서 멋진 사랑의 대명사인 ‘로맨스’는 중세 유럽의 문학 장르인 ‘로망(roman)’에서 유래하였다. 중세 유럽인들은 (엄숙한 설교나 딱딱한 고전古典에서 벗어나) 영웅들의 세속적인 욕망과 모험이 펼쳐지는 로망에 푹 빠졌고, 용맹한 기사가 절세의 미인과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로망스를 동경하였다.
 
이러한 달콤한 판타지를 갈구하고 동경하는 심상이 ‘로맨틱(romantic)’이고, 로맨틱한 정서를 담은 그림, 음악, 문학 등의 예술 사조가 ‘로맨티시즘(romanticism)’이다. 서양의 예술사조는 Realism-사실주의, Impressionism-인상주의, Classicism-고전주의, Abstractionism-추상주의 등으로 번역되는데, 로맨티시즘은 ‘낭만주의’로 번역된다. 낭만주의는 메이지시대 일본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가 로맨티시즘의 적당한 번역어가 없어 새로이 만든 말이라고 한다. 이 번역이 조금은 특별한 것이, 한자어 浪漫의 일본어 발음은 ‘로망(ロマン)’이다. 낭만(즉 로망)은 일본어에서는 발음과 어의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사실 한국어 ‘낭만’은 일본어 ‘浪漫(로망)’의 뉘앙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로망에 뿌리를 둔 ‘로맨틱’의 심리는 그리스•로마시대 이래 유럽 각 지역의 신화와 설화를 모티브로 하여 유럽적 맥락에서 형성된 정서이다. 동양에는 낯선 정서이고, 따라서 그에 딱 들어맞는 일본의 (또는 한국의) 고유어가 존재하기도 어렵다.
그 낯선 심리의 정체를 조금이라도 본래의 어감에 접근시키기 위해 음감(音感)까지도 고려한 소세키의 섬세함이 ‘로망(浪漫)’이라는 절묘한 신조어를 일본어 사전에 더했고, 그 말이 다시 한국어 사전에 ‘낭만’으로 옮겨왔다.
 
내로남불 같은 비틀린 신조어 말고, ‘지적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말들로 우리의 언어생활이 더욱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10-13 10:28   |  수정일 : 2017-10-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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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신상목 전 외교관/일식당 운영

1996년 제 30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에 근무하며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핵안보정상회의 의전과장 등 주요보직을 역임했다. 2012년 일식 우동에 반해 외무부를 퇴직하고 현재 기리야마 우동집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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