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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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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이의 신발 장난

글 |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요즘 저학년 학생들이 신발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 같아요. 신발장의 신발이 자꾸 없어지거나 뒤섞여 있는 일이 많아요. 심지어 교사용 신발장까지도요. 저도 실내화를 두 번 분실했어요. 유치원 아이 신발이 교사용 신발장에 와 있는가 하면 체육관 신발장에 가 있기도 해요.”
   
   교직원 회의시간, 유치원 교사의 이야기에 다른 교사들의 제보가 빗발쳤다. 2학년 변 교사의 신발은 교장선생님 신발장에서 찾았고, 1학년 김 교사는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갈 때 제자리에 있지 않은 신발 때문에 아수라장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나는 ‘아차!’ 싶었다. 최근 우석이가 여학생의 반짝이 구두와 성인용 슬리퍼를 신고 장난치는 모습들이 떠올랐다. 열 살 우석이는 언어-뇌병변 2급의 선천적 장애아동이다. 입학 당시 말을 하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작은 체구임에도 친구들의 얼굴을 때리는 문제행동 때문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보호관심 1호 학생이었다. 부모님도 우석이가 일반 초등학교에서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도전하는 마음으로 큰 결심 끝에 통합교육의 문을 두드리셨다.
   
   걱정은 기우였다. 우석이는 친구들을 좋아하는 데다 눈치가 빨라 시키지 않아도 우는 친구가 있으면 휴지를 가져다 눈물을 닦아주고, 무거운 우유통을 들고 가는 친구가 있으면 손잡이 한 칸을 나눠 잡는 마음이 큰 아이였다. 우석이가 올해로 3학년이 되었다. 지적 수준이 5세 정도여서 학습 참여는 어렵지만 간단한 사물의 이름 정도는 알아듣고 가져오는 심부름도 하고 대답도 할 수 있게 되어 착석 시간이 이전보다 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우석이가 최근 들어 이전엔 하지 않던 신발 장난을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했다. 우석이가 다른 친구들의 신발을 신고 있으면 교사는 주인을 찾기 위해 신발을 들고 반마다 다녀야 했다. 이름이 쓰인 신발은 금방 주인을 찾았다. 그 순간 우석이는 두 손을 번쩍 들고 고개를 숙인다. 우석이도 자기 때문에 발생한 심각한 상황을 아는 눈치였다. 반복되는 지도와 훈계에도 우석이의 신발 사랑은 계속되었고 방과후 장애전담어린이집에서도 신발장의 신발을 섞어놓았다.
   
   나는 우석이를 위해 다양한 교육 방법을 써 보았다. 신발장의 정리된 사진을 찍어두고 우석이가 마음대로 신발을 꺼내 놀 수 있게도 해봤지만 문제행동은 줄어들지 않았다. 급기야 학생들에게 ‘내 물건은 내가 잘 챙기자’는 학생생활지도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학생들은 자신의 물건마다 이름을 쓰고, 현관을 지날 때마다 자신의 신발이 신발장에 잘 있는지 확인하게 되었다. 처음엔 우석이에 대한 원망 섞인 이야기도 나왔지만 생각주머니가 작은 우석이가 일부러 하는 행동이 아닌 것을 이해하고 각자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후 교사와 학생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물건을 잘 챙겨서 학급에서 생활지도하기가 쉽다고 했다. 새 학습자료를 나눠주면 1학년 학생들끼리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간다. “정훈아! 이름 안 쓰면 우석이 형이 너 물건 어디 숨겨.” 나는 ‘왜 우석이 형이 우리 학교에 다녀서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지?’라는 생각 대신 우석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동받았다.
   
   중증장애학생 우석이는 일반학교에서의 통합교육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비장애학생들은 우석이를 통해 배우는 것도 많았다. 우석이를 보살펴주고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보는 예쁜 마음의 눈을 갖게 해 주고 다름을 이해하게 되어 생각과 마음이 더 큰 아이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7-06-16 08:45   |  수정일 : 2017-06-1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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