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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흔의 재(嶺) 너머 이야기

'평점테러' 당한 <인천상륙작전>이 예매율 1위를 달리는 까닭은?

글 | 이상흔 조선pub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2016-07-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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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한 장면.

개봉 첫날인 어젯밤(27일) 늦게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보았다. 밤늦은 시간인데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고 대부분이 20~30대 젊은이들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개봉도 하기 전부터 포털 사이트에서 소위 전문가 그룹이라는 사람들로부터 ‘평점테러’(3점)부터 당했다.
 
이들이 올린 영화 감상평은 ‘2016년 판 <똘이장군>’ ‘멸공의 촛불’, ‘겉멋 상륙, 작렬’, ‘리암 니슨 이름 봐서 별 한개 추가’, ‘시대가 뒤로 가니 영화도 역행한다’, ‘반공주의와 영웅주의로 범벅된, 맥아더에게 바치는 헌사’ 등이다. 
 
평점 3점이라는 것은 만들다가 만 영화가 아닌 담에야 전문가 그룹에서 나오기 어려운 평점이지만, 이들은 ‘반공영화’라는 딱지를 붙여 조롱에 가까운 평점을 준 것이다. 이와 반대로 직접 영화를 본 관람객은 9점대에 가까운 높은 평점을 매기고 있다. 관람객의 평을 요약하면 “재미있다”“감동적이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개봉직후 예매율 1위를 차지, 흥행돌풍을 일으킨 <부산행>을 압도했다.
 
필자가 봤을 때 영화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모든 배우가 자기의 역할을 충실하게 표현했고, 특별하게 튀거나 거슬리는 장면이 없었다. 영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미국의 유명 배우 리암 니슨의 맥아더 장군 역할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영화에서 딱 필요한 만큼만 등장했지만, 그는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요 배역이었다.
 
전투장면을 포함한 영화의 외적인 완성도도 무척 높았다. 사실 이 영화를 만든 이재한 감독은 이미 2010년 <포화 속으로>라는 6·25 전쟁 영화를 내놓은 적이 있다. 6·25 당시 낙동강 방어선 최동쪽에서 벌어진 포항전투에 투입된 71명의 학도병 이야기를 그린 영화였다.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근래 우리 영화계에서 거의 처음으로 6·25 세대의 희생에 대한 감사를 그린 영화로 기록될 정도로 모험적인 영화였다.  그만큼 우리 영화계가 좌파코드에 지배당하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포화 속으로>는 당시 아무도 기억하지 않던 군번 없는 학도병 이야기를 다룬 감동적인 영화였지만, 완성도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특히 당시 군사적 상황이나 전투장면의 고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보는 내내 뭔가 목에 걸린듯한 느낌을 받았고, 마지막의 감동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과도한 상황설정과 전투장면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
 
이재한 감독의 이번 <인천상륙작전>은 과연 같은 감독이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전투장면이 실감 났고 카메라 기술도 현란했다. 대규모 상륙작전을 표현한 그래픽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해전>의 어설픈 그래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영화를 본 필자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한국판 전쟁영화의 공식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는 필자가 1998년에 나온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받았던 그런 느낌과 비슷했다. 성조기와 애국심으로 대변되는 미국 전쟁영화의 익숙한 공식을 드디어 우리 영화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동안 6·25 전쟁이나 남북문제를 다룬 영화가 몇 편 있었지만, 감독들은 전쟁을 일으킨 이념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을 하면서, ‘우리는 하나다’라는 부분에서는 병적일 정도로 집착해 왔다. 전쟁영화에서 나라를 지켜준 세대에 대한 존경심과 고마움을 찾는 것은 그야말로 사치에 가까웠다. 오히려 애국심을 별 가치없는 일로 치부하거나, 소위 반미(反美)·반전(反戰) 코드가 영화계 전반을 지배해 왔다.
 
실례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국군을 거의 학살자 수준으로 그려 놓았다. 심지어 이 영화는 “이 전쟁 누가 이기면 어때” “사상이 형제끼리 총질할 만큼 중요해”라는 병사들의 대사를 통해 김일성 공산집단으로부터 자유를 지킨 전쟁을 졸지에 누가 이겨도 상관없는 무의미한 내전(內戰)처럼 그려 놓았다. 이 영화를 본 한 소년병 출신 참전자는 당시 필자와 인터뷰에서 “참전 당사자들이 엄연하게 살아 있는데도 6·25를 이렇게 호도해도 되는가”하며 분노했다.
 
이 때문에 필자는 우리나라 감독들이 조국을 지킨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리면 ‘꼰대 감독’ 혹은 ‘수구 꼴통’ 소리를 듣고, 그 반대로 표현하면 ‘진보 지식인’으로 포장되는 그들만의 문화 속에 살거나, 아니면 영화에서 반전(反戰)을 강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이 아닌지 궁금해 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전쟁영화의 안방을 점령해오던 좌파코드가 더 이상 주류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연평해전>에서 이미 입증되었다. 
 
<인천상륙작전>에서는 중요한 장면마다 태극기도 보이고, 우리가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명확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전투에 참전한 군인들이 보인 순수한 애국심을 잘 표현했는데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당시 어린 나이에 수많은 젊은들이 조국을 지키겠다는 애국심에 불타 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반공영화’라는 딱지가 붙었다면 이 영화가 차지한 현대판 훈장이라고 할 만하다.
 
<연평해전>에 이어 <인천상륙작전>까지 흥행에 성공하면 앞으로 전쟁영화 뿐 아니라 우리 영화계 전반에서 주요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예감이 든다. 자녀들과 같이 보면 좋을 영화다.
 
[이상흔 기자]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6-07-28 08:50   |  수정일 : 2016-09-0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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