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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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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종묘제례를 지켜보고...아쉬운 점 5가지는?

천년을 내려온 유교문화의 정수(精髓)

글·사진 | 이상흔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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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국가 중 우리만이 유일하게 종묘대제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의 제례를 바탕으로 수년 전 공자 제사를 부활했다./조선DB

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년 5월 첫째 일요일 개최되는 종묘제례(宗廟祭禮)에 참석을 하는 편입니다. 종묘제례는 1년에 한 번 열리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행사입니다. 종묘제례가 해를 거듭할수록 진행에 질서가 잡히고,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종묘제례는 유교 정신문화와 고도로 발달한 유교의례 문화의 진수(眞髓)를 보여주는 우리 문화유산의 정수(精髓)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종묘제례는 난장판 그 자체였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최악의 종묘제례는 2004년이었습니다. 당시 종묘 앞 공원은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성인가요 음악이 울리는 가운데 몇몇 나이 든 여자와 노인들이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종묘 정전에 들어가자, 앞쪽 몇 줄만 앉아서 제례를 제대로 참관할 수 있을 뿐 뒤쪽에서는 전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종묘는 마당 뒤쪽이 약간 기울여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앉아 있지 않으면 뒤쪽에 있는 사람은 앞쪽에 서 있는 사람 머리밖에 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서로 잘 보려고 앞쪽 사람들이 일어서자 뒤쪽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앞사람 뒤통수 외에는 없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제례가 진행 중인데 아이들은 소란스럽게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공간만 보이면 깔개를 들이밀고 자리 차지하기 바빴습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뛰어다녀도 이곳이 제사를 지내는 장소라는 것을 일러주는 부모는 없었습니다.
 
주최 측도 종묘가 역대 선왕(先王)에게 제사를 지내는 엄숙한 장소라고 각인시키는 안내 방송을 하지 않았고, 제멋대로 차려입은 젊은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를 치켜들며 사진 찍기에 정신이 팔렸습니다. 일반 가정집에서 제사를 지내도 두 손을 모으고, 입을 다물고 경건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명색이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제사를 드리는 마당이 도떼기시장보다 더 요란스러웠습니다. 심지어 제사를 지내는 데 한구석에 돗자리 깔고 김밥 등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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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에 들어가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해 밖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두었다. 앞으로는 좀 더 많은 스크린이 필요해 보인다.

2005년부터 달라지기 시작한 종묘제례
 
이처럼 난장판 종묘제례가 2005년부터는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2004년 종묘제례를 혹독하게 비판한 것이 한몫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거나 2005년부터 주최 측이 질서유지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안내원들이 종묘에 들어가는 사람마다 가슴에 ‘종묘대제’라는 리본을 달도록 했습니다. 종묘 경내에 들어서자 안내원들이 정전으로 향하는 복판 돌길인 ‘신로(神路)’에 사람들이 함부로 올라서지 못하도록 통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임금도 함부로 올라서지 못하던 신로를 관람객이 함부로 걷는 것은 아이들이 할아버지 제사상에 걸터앉는 것과 다름없는 무례한 행위입니다. 2005년 이후로 비록 종묘제례 당일에 한했지만, 관람객들이 신로를 함부로 걷는 모습은 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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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길인 신로를 따라 관광객이 걷지 못하도록 안내하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방문객들은 이 곳이 역대 임금의 혼백을 모신 신성한 곳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 안내문은 일년내내 상시로 세워둬야 한다.

협소한 관람장소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습니다. 그동안 정전 앞 마당(월대)에 제관들과 관람객들이 마구 뒤섞여서 행사를 진행했는데, 수년 전부터는 정전 마당 주위에 임시 관람석을 별도로 설치해서 이런 문제를 막았습니다. 특히 제사가 진행되는 정전 안쪽은 관람석 통제를 엄격하게 해서 질서를 유지했습니다. 대신 정전 안에 입장하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해 정전 바깥 야외 공간에 대형 스크린도 설치해서 제사 진행과정을 자세하게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관람객들이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제례에 같이 참여하는 주체라는 것을 인식시킨 것입니다. 관람객들을 제례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진행자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종묘제례에는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등 여러 제관 들이 정전 뜰에 엎드려 역대 선왕들의 신주를 향해 절을 올리는 ‘국궁사배(鞠躬四拜)’라는 절차가 여러 차례 진행됩니다. 이때 관람객(참반인)들도 국궁사배를 하는 순서가 있는데, 사회자가 같이 예를 표하라고 방송을 하지 않으면 대부분이 그냥 멀뚱멀뚱 앉아 있게 됩니다.
 
이번 종묘제례 때는 사회자가 참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허리를 숙이며 절을 하도록 안내했고, 많은 이들이 지시를 따랐습니다. 제례에 일반 관람객들이 동참하는 것과 그냥 관광객처럼 쳐다보고 있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자신들이 선왕들의 신위에 절을 하기 전까지는 단순히 놀러 온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절을 하고 난 후에는 종묘의 신성함을 다시한번 생각하고, 선왕들의 혼백과 함께 한다는 일체감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관람객들이 행사에 동참하지 않으면, 제관들만 세트장에서 마치 연기를 펼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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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례뿐 아니라, 제례 때 추는 춤인 팔일무(舞)의 원형을 보유한 세계 유일의 나라다. 조선왕조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오늘날 이 춤을 실제가 아닌 문헌에서나 만나 보았을 것이다. /조선DB

보완할 점
 
올해 종묘제례는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는 주고 싶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점이 몇 가지 눈에 띄었습니다.
 
첫째, 종묘제례에 대한 홍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부처님오신날이나 크리스마스 때 한두 달 전부터 시내 곳곳에서 등(燈) 탑을 세우고 불을 밝혀 알리는 것과 비교하면, 종묘제례는 사실상 아무런 홍보를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대도시에 중요한 장소 몇 군데라도 현수막을 걸어 종묘제례가 있다는 것을 알렸으면 합니다.
 
둘째, 점점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데, 정전 안쪽의 장소는 어차피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외부에 대형 스크린 수를 늘려서 최소한 그날 일부러 종묘를 찾은 사람들만이라도 더 많이 제례를 볼 수 있게 했으면 합니다. 아니면 아예 종묘 바깥 공원에 천막과 의자를 두고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셋째, 제례 도중 관광객을 위해 별도의 장내 아나운서를 두고 제례상황을 중계하는데, 이들의 지나친 중계로 제례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설명을 해주는 것은 좋지만, 특히 제례악이 울려 퍼질 때마다 아나운서들이 종묘제례에 대해 설명을 하니, 웅장한 제례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례악의 경우 다른 장내 마이크 소리와 비교하면 너무 작아 음악이 잘 들리지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넷째, 보통 종묘제례 행사 때 참석하는 최고위 관리는 문화재청장인데, 올해는 그나마 청장이 아니라, 그 아래 직급에서 축사를 담당했습니다. 행사의 중요성과 상징성에 비하면 문화재청장도 저는 격이 너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총리와 정부 및 여야 주요 인사들이 참여해서 우리 정신문화에 대한 예의를 갖추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섯째, 종묘제례 시작 전에 어가행렬이 진행되는데, 올해의 어가행렬은 예전보다 너무 초라했습니다. 하려면 제대로 하고, 어정쩡하게 하려면 그냥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1년에 한번하는 건데, 어가행렬을 제대로 꾸미고 홍보해서 궁중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관광상품의 하나로 발전시켰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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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어가행렬은 초라하게 진행되어 관광객들에게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위에 언급한 정도만 개선해도 더 멋진 종묘제례가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조선시대 종묘는  그 앞에 말을 타고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신성하게 관리되던 곳입니다. 평소에도 관람객들이 역대 선왕들에게 간단하게 참배를 할 공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종묘 경내에 그런 시설을 만들기가 곤란하면 밖에 새롭게 조성된 광장 한편에 향이라도 피울 작은 공간이라도 만들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말
 
주말 서울 시내를 돌아보며 느낀 몇 가지
 
1. 경복궁 수문장 복장 중에 밀집 갓(전립 혹은 벙거지)이 몹시 없어 보인다. 현재 수문장 복장은 두 가지 형태로 운영된다. 덕수궁 수문장의 경우 조선 중후기 이후의 복장이고, 경복궁은 조선 전기 복장을 따른다. 하지만, 아무리 조선 전기라고 해도 군사들이 밀집으로 만든 갓을 썼을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다. 조선은 모자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관모가 다양하게 발달한 나라다. 무엇보다 밀집 소재의 갓이 현재 화려한 수문장 복장이나 장신구 등과 영 어울리지 않는다. 좀 더 고급 소재로 바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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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장들이 쓰고 있는 밀집 갓이 너무 빈약해 보여 여타 복장과 구색이 맞지 않고, 왕궁을 지키는 군대의 품위가 묻어 나지 않는다.

2. 종묘 주변 복원공사를 하며, 새롭게 하천을 복원했는데, 이왕이면 물이 흐르는 구조로 만들었으면 한다. 현재처럼 고인형태는 물이 금방 썩고 지저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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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하천을 조성하는 데, 돈을 좀 더 들여 물이 좀 흐르도록 하고, 연꽃도 피고 물고기가 살 수 있도록 조성했으면 한다. 고인 물은 벌써 보기에도 더러워 보인다. 이는 종묘뿐 아니라, 다른 궁궐도 마찬가지다.

3 조계사와 인사동을 연결하는 여러 갈래의 전통길 조성이 필요해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창덕궁 앞길 전체를 전주 한옥 거리처럼 만드는 장기 프로젝트를 시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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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와 인사동이 전통거리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으면 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6-05-02 14:59   |  수정일 : 2016-05-0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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