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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변호사의 문화예술과 법

포항지진 관련 집단 소송과 법적 이슈

민관합동 프로젝트에서 정부의 법적 책임 명확해야 한다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3-21 10:06

▲ 지열발전소의 전경: 수 키로미터의 지하에 물을 넣고 지열로 데운 다음 그 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한다.
그간 자연재해로만 알고 있었던 2017년 포항에서 일어난 강도 5.4의 지진은 지열발전소에 의하여 유발된 것이라는 실로 놀라운 조사결과를 정부조사단이 내놓았다. 지열발전은 지하 수 km에 물을 넣고 이를 지열로 데운 다음 그 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얻는 것을 말한다. 

지진의 발생원인이 지열발전소라는 근거는 일련의 지열 작업 과정에서 가해진 주입압력과 주입량의 상세자료를 분석 계산한 결과 지열 발생의 시공간적 분포와 이 지진이 상호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이 지진으로 인하여 수백 명의 인명피해와 건물 파손 등 850억 원의 물적 손해를 비롯하여 이재민만 해도 1,800여 명 이상이 발생하였다. 지금도 200여 명은 지역 공공시설의 텐트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강도가 큰 이 지진 전에도 무려 63개의 작은 지진이 발생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열발전소의 건설과 관련하여 지진의 발생 위험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공공연한 사실이다. 참고로 2006년 스위스 로잔에서는 지열발전소 시추 6일 만에 3.4의 지진이 발생하여 지열발전사업이 영구 중단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포항시민 수천 명의 피해자가 정부와 지열발전소의 사업자인 주식회사 넥스지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한다. 앞으로 상당수의 포항시민도 이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의사표시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주식회사 넥스지오가 현재 법정관리 중에 있어 달리 변제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관련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도 아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배상능력에서 달리 문제가 없는 정부가 이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항이다. 건물파손 등 물적 피해, 정신적 고통 그리고 지진에 의한 전반적인 부동산의 시가하락 등을 감안하면 실제 손해배상액은 천문학적인 수치에 육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과연 이 지진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있을 것인가? 이 지열발전소 사업은 2010년에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사업이라는 이름의 정부지원 연구개발사업으로써 정부자금 195억 원이 투입된 민관 합동사업이다. 법리해석상 해당 사업자로 선정된 주식회사 넥스지오가 정부로부터 공무를 위탁받아 시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정부의 법적 책임부분은 크게 복잡하지 아니하다. 이 경우는 국가배상법이 적용되어 정부의 법적 책임을 추궁할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정부의 고의 또는 과실, 위법한 행위, 실손해의 발생 그리고 위법한 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주장. 입증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정부로서도 반박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비록 지열발전 사업이 정부 지원 연구개발사업이고 또한 정부의 자금이 투입되기는 하였지만 이 지열발전 사업은 별도의 민간 사업자가 선정되어 이 사업시행자가 이를 자신의 책임과 리스크하에 독자적으로 수행하여 왔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단지 투자자 내지 주주에 불과하여 현행법상 이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된 손해에 대하여 달리 직접 법적 책임을 지지는 아니한다는 주장이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이건 사고에 대하여 정부는 법적 책임이 없다는 반론이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이 사업의 진행 과정에 대한 관리 감독도 한국에너지기술 평가원에서 진행하여 왔을 뿐 정부가 달리 직접적으로 관리 감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논의는 앞으로 정부지원 연구 개발사업의 성격, 정부자금의 투입 시 등 제반 단계에서 사업자와의 약정 등 그리고 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정부의 사업에 대한 관여와 참여 정도 및 그 태양 등등의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좀 더 명확해 질 것이다. 어쨌든 정부가 정부지원 연구개발사업으로 정하여 정부자금도 투입하고 나아가 실제로 사업추진이 정부 주도 하에 이루어져 온 것은 어느 정도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건 지열발전사업의 주도적인 역할을 정부가 담당하였다고 볼 여지는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단순한 투자자 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관여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하여 그 책임을 전적으로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해석은 일반 법 원칙 및 상식에도 부합할 것이다. 다만 각론에 들어가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파악 및 관련 증거의 수집 및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에 기초하여 법원을 제대로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입증하여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 건과 연관된 관련 법 제도 전반을 검토하면서 문제가 되는 법 제도는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미국식 집단 소송제도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집단적 소송제도의 문제점은 피해를 입은 개개인이 각자 별도의 개별소송을 반드시 제기하여야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상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하여 미국의 집단소송제도는 대표단이 소송에서 이기면 달리 개별적으로 별도 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더라도 사고로 피해를 입은 점만 소명되면 모든 피해자들이 동일한 조건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도 집단 소송제도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집단소송의 개념과 그 효과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과감하게 불식시킬 시점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에도 이같은 유사한 피해가 일어났고 또한 이 지진 전에 63회의 작은 지진이 일어났음에도 이에 대한 적정한 모니터링과 분석 및 이에 따른 대응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보면 사업시행자뿐만이 아니라 정부 입장에서도 상당한 정도의 중대한 과실이 있었을 개연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반복적이고 거의 악의에 가까운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할 필요성이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고의 또는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불법행위에 대하여 실손해뿐 만이 아니라 추가적인 징벌적인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고 있다. 이와 같이 무거운 배상책임의 부과는 향후 유사한 불법행위를 차단하는 데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원에서의 실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도 그 배상금액을 좀더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산정 금액 등에 있어서 대폭적인 증액이 요구된다.

또한 소송물의 소가와 연계되어 있는 현행 인지대 제도도 이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건의 경우는 수많은 포항지역의 피해자들이 관여되어 있어서 손해배상액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에 따라 인지대 부담 역시 크게 증대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지나치게 높은 소송인지료 부담은 피해자들의 소송제기에 상당한 부담과 장애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이라는 기본권의 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건의 경우 위법한 행위와 실손해액과의 인과관계 등 부분에서 많은 논쟁이 예상되어진다. 그렇다면 법관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사실인정 및 법리 판단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과 부담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법관의 지나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하여서라도 사실인정과 법리적용을 이원화한 국민참여재판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향후에 제도개선을 통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좀 더 활성화하여 사실인정과 법리적용에 있어서 좀더 일반 법원칙과 상식에 충실한 사법절차의 보장이 요구된다.

이건과 같이 다수의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는 미국의 법무부가 다수의 피해자를 위하여 공익적 차원에서 제기하는 대표소송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건의 경우는 피고가 정부이므로 법무부가 원고입장에서 이 사건에 관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 정부차원에서 법무부서의 인력을 대폭적으로 증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수 피해자집단 소송을 지원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향후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법무부와 법무부서에서 각자 피해자를 대표하는 대표소송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차원에서 다수 피해자를 위한 대표소송을 제기하고 나아가 소송결과물을 피해자들에게 분배하는 차원의 공익 대표소송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고와 관계되는 정부 내 정책 및 실무 담당자들의 과실여부 등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이에 따른 엄중한 민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재발 방지를 위하여서도 반드시 엄정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번 건과 같이 해당 사업시행자가 파산되는 경우 등에 대비하여 실효성이 있는 피해구제를 위하여 보험 등을 강제하는 법제도도 아울러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 사고와 관련하여 현행 법제도상 미흡할 뿐만이 아니라 제도개선이 필요한 점 등에 대하여 극히 피상적으로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물론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는 않겠지만 피해자 구제의 실효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차제에 이번 사안을 교훈삼아 현행 법 제도의 전반적인 문제점 등을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재정비함으로써 사법시스템과 사법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일대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와 소망을 가져 본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김승열 법률큐레이터,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KAIST 겸직 교수
⊙ 55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美 보스턴대 국제금융법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 법과대학 LL.M.
⊙ 사법시험 합격(24회), 환경부·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금융위 자금세탁방지정책위원, 미국 뉴욕주 Paul, Weiss 변호사,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 산하 지식재산활용전문위원장 역임. 現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대한중재인협회 수석 부협회장(PRESIDENT ELEC)

등록일 : 2019-03-21 10:06   |  수정일 : 2019-03-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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