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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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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패턴

글 | 정장렬 주간조선 편집장

세간의 뜨거운 관심사로 등장한 손혜원 의원 ‘목포 투기’ 논란 와중에 손 의원을 옹호하는 ‘고상한’ 말을 들었습니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뇌의 패턴’이라는 개념으로 손 의원이 투기를 한 게 아니라고 옹호하더군요. 황씨는 “손 의원의 뇌에 장착된 패턴은 사회적으로 건전하다”며 “걱정은, 이 사회의 모든 일이 돈벌이와 관련돼 있다는 패턴의 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요지는 손 의원이 아니라 손 의원을 투기꾼으로 보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겁니다. 뇌 패턴이라는 어려운 말을 써서 그렇지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황씨의 뇌는 건전할지 모르지만 황씨 탓에 느닷없이 뇌 이상자들이 돼버린 사람들이 꽤 많을 듯합니다.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는 손 의원은 황씨의 옹호가 반가웠던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일면식도 없는 황교익 선생님, 제 뇌까지 파악하고 계시네요..ㅠ”라고 적었더군요.

‘패턴’이라는 용어는 실제 뇌과학에서 쓰이는 용어입니다. 인간의 뇌는 어떤 정보를 받아들일 때 그와 관련된 과거의 정보를 찾아내 연결합니다. 예컨대 아이에게 ‘병원에 가자’고 하면 아이의 뇌는 ‘아프다’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병원은 위험하다’는 정보가 입력됩니다. 이게 반복되면서 뇌에 패턴으로 장착이 됩니다. 이 패턴 때문에 병원에 가자는 말만 나오면 자동적으로 아이는 떼를 쓰게 됩니다.
   
패턴은 신년이면 자주 등장하는 ‘작심삼일’이라는 말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사람의 뇌는 즐겁거나 신나는 일을 하면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이 물질이 행복감의 원천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새해 결심은 보통 평소에 하지 않던 일들을 대상으로 삼습니다. 낯선 일들을 하면서 도파민이 분비되기 위해서는 쾌락의 새로운 경로가 뇌에 새겨져야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패턴, 새로운 경로가 새겨지기 전에 대개 다 나가떨어집니다. 이미 뇌에 새겨진 과거의 달콤한 경로를 잊지 못하고 이전의 패턴으로 돌아간다는 말입니다. 올해도 이미 작심삼일을 경험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테지만 작심삼일은 우리 뇌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위안을 드립니다.
   
황교익씨의 주장에 근거하면 저의 뇌 패턴 역시 건전하지 못합니다. 평생 기자로 살아온 패턴이 뇌에 새겨져서인지 손 의원을 자꾸 의심의 눈초리로 봅니다. 목포 ‘문화재 거리’가 등록문화재가 되기 1년5개월 전부터 가족과 지인 등 명의로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1.5㎞ 구역 안에 건물 9채를 사들였다는 사실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자꾸 의심을 만들어냅니다. 더욱이 손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였다는 사실까지 떠올리면 더욱 의심이 짙어집니다. 제 뇌의 패턴이 아무래도 문제 같습니다.
   
황씨가 ‘그럴 사람이 아니다’는 언급 외에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서 손 의원의 뇌 패턴이 건전한 이유도 잘 모르겠습니다. 목포를 살리기 위해 큰 결단을 한 건지, 투기를 한 건지 앞으로 따져봐야겠지만 손 의원의 뇌 패턴에서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부동산을 잇달아 사들이는 패턴 말입니다. 아마 손 의원의 뇌에서는 그럴 때 도파민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것 같습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9-01-25 11:01   |  수정일 : 2019-01-2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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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빈  ( 2019-02-04 )  답글보이기 찬성 : 0 반대 : 0
황가는 그냥 황씨라고 언급해 주십시요. 패턴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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