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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의 못다한 이야기

어둠 속 사람들

글 | 엄상익 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1-04 09:07

▲ / photo by TV조선 <시그널> 캡처본
화면에는 예전의 명화 ‘만추’에 나오는 여배우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우수가 깃든 아름다운 눈동자였다. 슬라이드 영상같이 또 다른 장면이 나왔다. 수영복을 입은 날씬한 몸매의 그녀가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에서 물보라를 튀기며 행복이 담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런 여배우가 갑자기 은막에서 사라진 후 25년 만에 괴물이 되어 나타났다. 이빨이 빠져 함몰된 입 주위를 새빨간 루즈로 칠하고 눈썹도 숯덩어리를 달아놓은 어릿광대 같았다. 혼자 산다는 그녀의 행동은 기괴했다.
 
아침마다 카트를 끌고 마트에 가서 여러 사람이 먹을 음식을 샀다. 마트의 구석에 있는 탁자에 혼자 앉아 음식을 마구 먹었다. 마치 탁자 앞 의자에 다른 존재가 앉아 같이 먹는 것 같이 그 앞에 음식을 놓고 먹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른 편의점에 들려 또 떡이랑 햄버거를 사서 창문 앞 가로대 앞에 앉아 우걱우걱 먹고 있는 모습이었다. 오전에만 6인분의 음식을 사서 혼자 앉아 뱉어내면서도 또 먹었다. 어떤 사람이 그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려고 할 때였다.
 
“앉지 마세요”
 
그녀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사람이 어리둥절 하자 그녀는 “의자에 앉아 있는 신들이 보이지 않아요?”라고 따졌다. 그녀의 눈에는 유령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상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녀의 아파트는 일년전에 이미 물과 전기가 끊겼다. 어두컴컴한 그 안은 거대한 더러운 쓰레기 더미 자체였다. 썩은 음식들은 바퀴벌레와 구더기들의 서식처였고 그 집에서 흘러나오는 살인적인 냄새가 이웃으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귀신이 들린다는 게 저런 것일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십여년 전 이상한 살인범의 변호를 맡은 적이 있었다. 그 남자는 박수무당이었다. 감옥에 찾아간 나에게 그는 귀신들린 자신의 인생을 고백했다. 나의 기억속 대충의 내용은 이랬다. 소년시절 그는 공동묘지 옆에 있는 논에서 일했다고 했다. 비가오고 우중충한 날씨면 묘지에서 우는 소리들이 들렸다고 했다. 어느 날 그는 자기도 모르는 이상한 힘에 끌려 태백산으로 갔고 굿당에서 일을 해 주면서 살았다고 했다. 그는 거기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에게 붙은 귀신을 떼어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비닐하우스의 구석을 어둠 컴컴하게 만든 후 신당을 차려놓고 살았다. 어느 날 그 집을 이따금씩 드나들던 여자가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그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내게 끝까지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죄판결이 선고될 때 그는 음습한 집에 혼자 살면서 신당을 차려놓고 있었다. 어느 날 그 집에 이따금씩 드나들던 여자가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그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내게 끝까지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죄판결이 선고될 때 그는 재판장에게 덤벼들어 여러 명의 교도관들이 그를 제압하느라고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나는 그에게 다른 존재가 그에게로 들어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기 경험을 얘기해 주었다. 한번은 길을 가는 데 어린 여자아이가 혼자 울면서 서 있더라는 것이다. 불쌍해 보이는 그 아이의 손을 잡고 데리고 가는데 길가에 떡 장사가 보여 떡을 하나 사서 그 아이에게 주었다고 했다. 그리고 둘이서 한참을 걷고 있는데 아이는 어느새 없어지고 그가 혼자서 떡을 맛있게 먹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서 그 속의 어떤 존재가 그를 도구로 사용해서 살인을 했을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성경을 보면 예수가 더러운 영들을 쫓아내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군대귀신은 수많은 존재들이 인간 속에 있다고 고백한다. 예수는 일곱 귀신이 든 여자를 구하기도 한다. 인간의 내면은 빛과 어둠, 성령과 악령이 공존하는 드넓은 우주 공간인 것 같다. 깨끗한 영혼인 성령을 내면에 채워야 건강한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엄상익 변호사


등록일 : 2019-01-04 09:07   |  수정일 : 2019-01-0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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