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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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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위하여

글 | 정장열 주간조선 편집장

어려서 연탄 때던 집에 살 때 어머니의 기상 시각은 연탄이 결정했습니다. 어머니는 새벽 2시든, 3시든 연탄불이 꺼질 시간에 맞춰 고단한 몸을 일으켜세운 후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그리곤 한참이 지나 찬 기운과 함께 다시 방으로 돌아오시곤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보면 어머니가 아궁이에서 꺼낸 연탄재가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코흘리개 어린 시절에는 미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고생이 없었을 듯합니다. 아무리 추운 날에도 집안의 온기를 지키기 위해 연탄집게를 들고 매일 집을 한 바퀴씩 돌던 어머니의 고행이 신성하게까지 느껴집니다.
   
   그 시절, 집안의 온기를 지키는 것 못지않게 어머니가 신경 쓰던 일이 연탄가스로부터 식구를 보호하는 일이었습니다. 방바닥에 갈라진 틈새라도 있는지 매일매일 살피는 게 일이었습니다. 열에 그을린 장판 사이로 틈새라도 보이면 좌불안석이셨습니다. 나중에 연탄가스 경보기라는 물건이 나오니까 그나마 시름을 좀 더는 표정이시더군요. 어머니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연탄가스는 식구들을 꽤 자주 괴롭혔습니다. 저도 연탄가스를 마시고 몇 차례 학교를 가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머리가 깨지듯 아프고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연탄중독증의 기억을 아직도 간직하는 연탄 세대들이 많을 겁니다.
 
최근 수능시험을 마친 젊은이들이 강원도 펜션에 놀러갔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이가 없었습니다. 21세기를 사는 그야말로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빛바랜 일산화탄소 중독증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질 않더군요. 얼마나 엉터리 같은 사고가 벌어졌는지 참담한 심경이 들 정도였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심경을 제대로 헤아릴 길이 없지만 이번에 숨진 젊은이들이 제 아들과 오버랩되더군요. 아들 역시 그들과 거의 같은 나이로, 이번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강원도로 놀러갔다 온 적이 있습니다. 친구들과의 여행에 들떠서 여행 전날부터 자기 방에 친구들을 잔뜩 불러놓곤 한잠도 자지 않고 떠들고 놀던 모습이 이번에 세상을 뜬 젊은 친구들의 마지막 사진과 겹쳐 보였습니다. 누가 앗아갔는지는 모르지만 아직 20대의 문턱도 밟지 못한 그 친구들의 시간과 가능성을 무엇과도 바꾸기 힘들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이번주 주간조선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호입니다. 매년 송년호를 만들 때마다 올해의 인물로 누구를 선정할지 머리를 싸매게 됩니다. 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20대’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습니다. ‘고군분투’라는 수식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로 상징되는 그들의 아픔이 선정 이유였지만 딱 그것만은 아닙니다. 기성세대는 잘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삶의 문법, 신산한 오늘 속에서도 자라고 있는 내일의 가능성이 20대를 올해의 인물로 밀어올렸습니다. 김효정 기자가 잘 분석했듯이 지금의 20대는 완전히 새로운 세대입니다. 온전한 IMF 이후 세대이며,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를 처음으로 접하기 시작한 세대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나갈 세상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우리의 희망입니다.
   
   독자님들 올 한 해 주간조선을 아껴주셔서 고맙습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12-28 오전 10:16:00   |  수정일 : 2018-12-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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