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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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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의 슬기로운 퇴사생활 (3) 나는 실패하는 내가 좋다

글 | 이슬기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 걱정 없이》, 《댄싱 위드 파파》 작가

나의 사랑스러운 첫 조카 채희는 오늘도 용감하게 실패를 더하고 있다. 고개를 가눌 수 있던 날로부터 끊임없이 뒤집기 연습을 하다 힘이 빠지면 바닥에 코를 박고 버둥거렸다. 하지만 한 달 새 왼쪽과 오른쪽 모든 방향의 뒤집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되더니, 이제는 작은 두 팔로 몸을 앞으로 밀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고 귀여운 얼굴로 그렇게나 진지한 표정을 하고서!

채희는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 실패의 두려움보다 가능성의 즐거움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짓궂은 장난꾸러기 이모 역할을 맡은 나는, 아주 몰래, 동생이 보지 않는 틈을 타 6개월이 갓 지난 조카에게 난도 높은 게임을 제안한다. 작은 콧방울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져, 그녀가 맞게 될 환희를 빼앗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스타트!

첫 번째 게임, 모자 벗기!
두 번째 게임, 방석 위에 앉기!
세 번째 게임, 두 다리로 오래 버티기!


그래, 이 표정이다.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얼굴을 덮고 있던 커다란 모자를 스스로 벗게 되었을 때, 균형 잡기 어려운 푹신한 방석 위를 오뚝이처럼 움직이다 드디어 균형을 잡게 되었을 때, 그리고 잠깐이지만 몸을 지탱해주던 타인의 두 손에서 벗어나 두 팔을 양옆으로 뻗고, 두 다리에 힘을 꽉 주어 혼자 서게 되었을 때, 채희는 ‘해내고 말았어!’ 하고 세상에서 가장 뿌듯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나는 의도된 실패를 사랑한다. 그것이 ‘현재의 나’에서 ‘내가 바라는 나’로 성장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패와 성공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긴장감과 짜릿함은 어떤 놀이기구보다도 더 스릴 넘친다. 이 즐거움에 매료된 덕분에, 발 사이즈보다 낮은 토익 점수를 가지고 있었지만 하와이로 교환학생을 갈 수 있었고, 춤이라곤 출처를 알 수 없는 엇박자의 몸 흔들기가 최선이었지만 미국 극단의 연극배우가 될 수 있었고, 엑셀에 얼굴이 파랗게 질린 회사원이었지만 금요일 밤에는 힙한 파티기획자가 되었으며, 첫 전자책 댓글로 방금 산 커피를 쏟아버린 씁쓸함이라는 악플을 받았지만 지금은 출판사에서 함께 작업하길 바라는 4권의 책을 쓴 작가가 되었다.

원하는 것을 요술 방망이를 휘두르듯 뚝딱 가질 수는 없었다.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상황은 시시때때로 찾아왔고, 수만 번 방법을 고민해보아도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은 답이 찾아올 때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야만 했다. 밤잠도 못 자도록 처참하게 괴롭히는 ‘내가 바라는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 적도 많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비슷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알게 된 비밀 덕분에 오히려 이러한 클라이맥스를 기쁘게 맞이하게 되었다. 괴로움과 슬픔이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을 지나면, 실패라고 생각했던 그 경험이 나를 가보지 않은 다음 단계로 안내한다는 것을 말이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면 절대 걸을 수 없다. 넘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작이 가벼워진다. 나는 실패하는 내가 좋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부끄러움을 끌어안은 나를 사랑한다.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심장 벌떡거리는 나를 지지한다. 내 작은 두 발로 더 많은 미지의 세계를 모험하고 싶다.

한동안 잠잠했던 ‘내가 바라는 나’가 찾아와 마음을 두드린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북소리를 따라 모험을 떠나보시겠습니까?”

Yes or No 버튼 앞에 서서 이번에는 어떤 게임인지 살펴본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두 가지 문제에, 난도도 상향 조정되었다. 솔직히 말해 곧바로 버튼을 누르진 못했다. 선택을 미루고 미루다, 안정을 추구하는 슬기가 좋아하는 여행도 선물하고, 밤새도록 미드 몰아보기 시청을 도와주면서 어떤 선택을 할지 눈치채지 못하게 만든 다음, 일을 저질러 버렸다. 무지하게 어려울 거란 예상에 쫄깃해진 심장을 부여잡고, 긴장감과 무서움에 한쪽 눈만 살포시 뜬 채로 Yes 버튼을 꾸욱.

글쓴이 이슬기는 한때 회사원이었다.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아보겠다고 다짐한 이후, 숱한 실험을 통해 평생 하고 싶은 것 두 가지를 찾았다.
하나는 글쓰기, 또 하나는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돕는 일이다. 내일이 궁금한 삶을 살며, 직장인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액션 랩’을 운영 중이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 걱정 없이》, 《댄싱 위드 파파》를 썼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8-02 18:03   |  수정일 : 2018-08-0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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