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메뉴

칼럼 | 사회
  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무조건 법대로 처벌… 차라리 AI가 수사와 재판을 하면 어떨까?

글 | 박상융 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

본문이미지
조선DB

남편이 실직당했다. 치매로 누워계시는 시어머니와 초등학교 다니는 두 딸을 위해 어렵게 치킨집을 열었다. 혼자서 주방에서 닭을 튀기고 맥주를 판다. 그런데 어떤 손님이 통닭과 맥주를 시킨 후 돈을 내지 않았다. 무전취식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와서 손님에게 돈을 지급하라고 하니 손님이 자신은 미성년자라고 한다. 미성년자에게 맥주를 팔았으니 청소년 보호법 위반으로 업주가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파출소는 청소년인 미성년자에게 술을 먹었다는 확인서를 받은 후 업주를 경찰서로 연행, 청소년 보호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벌금과 함께 시청에 통보하니 영업정지 처분이 내린다. 어렵게 빚을 얻어 통닭집을 차렸는데 영업정지 처분에 벌금을 내야 하니 가족들이 길거리로 몰리게 되었다.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맥주를 팔 때 미성년자라는 것을 인식할 만한 고의가 없어 무혐의 처분을 해보자고 했다. 아니면 형사입건하지 않고 즉결심판에 회부 벌금 10만 원 구형을 하자고 했다. 그러면 형사입건되지 않으니 시청에 행정 처분하라고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법 규정은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일까. 돈 안 내고 맥주를 주문한 사람이 나쁘지 맥주를 주문한 손님을 상대로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은 주인이 나쁜가. 대한민국에서 음식점 하는 사람들이 과연 모든 손님에게 신분증 검사를 하고 맥주를 판매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그보다도 업주의 딱한 사정을 들었다면 과연 법 규정대로 처벌하고 행정처분까지 하는 것이 옳은 걸일까.
 
젊은 시절 연예를 하여 아이를 낳았는데 남편이 도주하여 미혼모가 되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래방 도우미와 속칭 티켓다방에서 차 배달을 하게 되었다. 경찰의 암행 단속에 걸려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처벌을 받을까 봐 두려워 체포과정에서 창문을 뛰어내려 투신 사망했다.
 
과연 이러한 경우에까지 형사입건하고 처벌하여야 할까. 정작 처벌받아야 할 사람은 도우미와 티켓다방 종업원을 부른 사람들과 그들을 이용해 알선료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는 사람이 아닐까.
 
법 집행을 하면서 우리는 과연 이러한 사람들의 딱한 사정을 생각하면서 수사를 할까. 신빙성이 떨어지는 제보를 통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한참 잘나가는 신생기술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컴퓨터 등 회사 영업자료를 가지고 가고 회사관계자도 소환한다. 관련 업체에 소문이 나서 영업도 안 되고 주문도 끊기고 대출도 안 된다.
 
압수수색 분석과정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수사가 종결되었다. 그 과정에서 입은 재산상, 영업상 손해와 피해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과거 쓰레기만두사건과 관련하여 선량한 만두 제조업자들이 폐업되고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줬는가.
 
청소년 시절 과수원에서 친구의 꼬임에 빠져 과일을 훔쳤다가 붙잡혀 특수절도로 입건한 전력 때문에 경찰공무원이 되지 못하는 현실. 70대 중반의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여의고 자식들이 마련한 돈으로 유사성행위를 받다가 성매매방지법 위반으로 형사입건되는 현실. 병든 딸과 치매 걸린 어머니의 생계를 위해 출장마사지영업을 하는 여성을 성매매방지법으로 입건, 처벌하는 현실. 80대 반지하 방에 사는 할머니가 파지를 줍다가 절도범으로 몰려 현행범체포, 입건되는 현실을 보면서 과연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살려야 할 자를 죽이고 죽여야 할 자를 살리는 법 집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차라리 AI 인공지능이 수사와 재판을 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5-11 15:32   |  수정일 : 2018-05-11 15:46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칼럼니스트 사진

박상융 변호사

1965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1993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 경찰청 마약·지능범죄수사과장, 경기지방청 수사과장,
서울 양천·평택·동두천·김포·대전중부·논산경찰서 등 서장 역임

5건
독자 리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병곤  ( 2018-05-13 )  답글보이기 찬성 : 4 반대 : 2
한참 전,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 닥터 지바고에 그런 장면 나오지요. 모스크바의 모든 사람이 다 저러면 남아날 담장이 없다." 소련 공산혁명을 배경으로 정치장교가 되어 있던 지바고의 배다른 형의 대사입니다. 법하시는 분들이 상기해 봐야 할 대사이고,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법을 다룰 사람으로서는 부적합한 겁니다. 그건 여러번 말하지만 선생님도 마찬가지에요.
이병곤  ( 2018-05-13 )  답글보이기 찬성 : 3 반대 : 2
선생님 같은 분이 바로 "법에 충실해야 한다며 법을 붕괴시키고 있는 사람"입니다. 법에 정했기 때문에 [청소년 시절 과수원에서 친구의 꼬임에 빠져 과일을 훔쳤다가 붙잡혀 특수절도로 입건한 전력 때문에 경찰공무원이 되지 못하는 현실. 70대 중반의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여의고 자식들이 마련한 돈으로 유사성행위를 받다가 성매매방지법 위반으로 형사입건되는 현실. 병든 딸과 치매 걸린 어머니의 생계를 위해 출장마사지영업을 하는 여성을 성매매방지법으로 입건, 처벌하는 현실. 80대 반지하 방에 사는 할머니가 파지를 줍다가 절도범으로 몰려 현행범체포, 입건되는 현실]이 있는 것입니다. 판단은 법에 나온 글자에 충실하게 해야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에게 다른 길을 알아봐주는 게 합리적일 것입니다.
안현진  ( 2018-05-12 )  답글보이기 찬성 : 18 반대 : 0
AI재판도입을 환영한다. 국회의원이란 자들이 헌법을 위반 탄핵을 했으면 판사란 자는 당연히 각하, 또는 기각판결을 해야 함에도 촛불반란을 인정 도장을 찍어줬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런 자질없는 판사들 보다는 AI재판을......
이숙진  ( 2018-05-12 )  답글보이기 찬성 : 7 반대 : 0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사법부와 경찰은 법을 글자로만 이해할 줄 아는거 같다.
이제야  ( 2018-05-11 )  답글보이기 찬성 : 13 반대 : 1
그런 생각을...우리에게 필요한건 "동일범죄에 동일형량"이란 책 한권이지, 판.검.변호사가 아님은 역사와 사회가 반증하고 있지 않는가? 세월이 지난뒤에 종전의 법에 의해 판결받은 중죄인이 바뀐정권에선 애국자로 법에 의해 판결되어 보상받고 추앙받는게 법이 맞는거냐? 악법도 법이라며- 법이니깐 순종해야 한다며- 독배를 마시고 위대한 생을 마감한 소크라테스가 저세상에서 통곡한다.
맨위로

하단메뉴

개인정보 취급방침독자센터취재제보광고문의조선뉴스프레스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