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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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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적극적으로 맞으면 죄악일까?… 열심히 살았다면 삶에도 미련이 남을까?

글 | 진세훈 진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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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선방에서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다.
 
선방의 정진시간에는 민들레 꽃씨가 떨어지는 소리가 천둥번개 치는 소리같이 들리는 사람도 있다. 침 삼키는 소리도 주변 사람의 공부에 방해가 될까 해서 침을 조금씩 조금씩 목 안으로 흘러 넣어 소리 나지 않게 침을 삼키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전생 때문이든 현생 때문이든 자신의 정신세계의 낡은 틀을 가지고 어떻게 생긴 것인지도 전혀 모르는 새로운 더 나은 틀을 만들어 넣고, 그 새 틀을 기반으로 어떻게 생긴 것인지도 모르는 더 나은, 그리고 전혀 또 새로운 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끝없이 반복해야 하니, 그 순간순간의 정신적인 집중력이 무한대로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생활을 1년에 9개월 이상 매일 8시간이상 꾸준히 한 분들 중에는 연세가 너무 많이 들어 선방 올라가는 계단 옆의 난간을 두 손으로 잡고 부들부들 떨며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매일 오르내리며 새벽 3시 30부터 한 시간도 놓치지 않으려 공부하는 분들이 있다.
 
나이 드신 그런 분들 중에 공부에 매진하다, 이제는 더 이상 정신력만으로 버틸 수 없다고 생각되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가진 돈을 몽땅 털어 같이 공부하는 (도반)동료들에게 별미를 대접한다. 또 어느 날 자신의 입던 옷과 소지품을 남김없이 모두 주변에 필요한 분들에게 나누어 준 뒤, 공부를 중단하고 집으로 가는 분들이 있다.
 
그럴 때 주변 나이든 분 중에 한분이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집으로 떠나는 친구에게 회충약을 손에 쥐어준다. ‘나도 곧 따를 테니, 잘 가라고~~.’
 
가진 돈을 전부 털어서 동료들에게 별미를 대접하는 것은 그동안 도반들 도움으로 공부 잘했으니 고맙다는 인사이고, 가진 옷이나 소지품을 주변에 모두 나누어주는 것은 내가 죽고 나면 남은 옷과 소지품을 모두 불태워야 하니 내가 살았을 때 나누어 줘서 옷이나 소지품이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회충약을 손에 쥐어주는 것은 이런 분들이 공부를 못할 정도면 곡기를 끊고 단식을 해서 죽음을 앞당기는 데(삶에 집착하면 자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용하라는 의미다. 이는 단식의 마지막쯤에 속이 뒤틀리는 때를 회충이 요동쳐서 아픈 것이라고 생각해서 도반의 마지막 길에 고통이 조금이라도 줄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주는 것이란다.
 
이렇게 떠난 분들은 대개 1~2주 후에는 부고가 날아오기 마련이다.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 날에는 선방 전체가 공부를 쉬고, 마지막 가는 길에 예로서 인사를 한다.
 
게으르고 되는대로 살았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적극적으로 또 열심히 살았다면, 이제 떠나야 할 때, 즉 삶을 정리 할 때가 되었을 때는 죽는 것도 떠나는 것도 열심히 적극적으로 맞이할 필요가 있다.
 
젊을 때는 떠나고 죽는 것이 무섭고 안타깝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사고라고 여겨졌지만, 나이 들고 보면 죽는 것이 아픈 것보다 또 외롭다는 것보다 훨씬 덜 힘들다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된다.
 
병원에서는 이렇게들 말한다. “삶이 가장 아름다울 때, 스스로 갈 때를 알아 몸과 마음을 정리하고 평안한 모습으로 떠나는 삶”이라고.
 
긴 병치레에 자식과 부인을 포함한 가족이 육체와 돈에 지쳐 마음이 먼저 떠나면 사랑을 기대할 수 없는 간병인의 출퇴근 교대로 하루하루 연명하면서, 참새 한 마리 날아와 주지 않는 낡은 전봇대 전깃줄 같이 주렁주렁 호스를 달고 혼수상태로 숨만 쉬고 있는 것보다 행복할거라고 생각한다. 행복이라는 것이 죽음의 순간에도 있기만 하다면 그렇다는 거다.
 
적극적으로 맞이하는 죽음이 소극적, 수동적인 삶보다 훨씬 가치 있을지 모른다. 이런 마음이 생사가 없다는 뜻의 첫걸음일까?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5-08 08:13   |  수정일 : 2018-05-0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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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훈 진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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