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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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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여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 어디까지 보호 받을 수 있나?

글 |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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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hoto by YTN 캡쳐본
어떤 래퍼가 성폭행혐의로 신고를 당했다. 여성 피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가해자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경찰에 112신고를 했다. 한편 가해자는 ‘강간이 아니라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여자를 강간한 경우에는 형법상 준강간죄로 처벌받게 된다. 그런데 다른 성범죄와 달라서 준강간죄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상당한 공방이 벌어지게 된다.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범죄다. 형법 제299조에 규정되어 있다. 준강간죄는 강간죄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원래 준강간죄는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여자를 간음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심신상실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커피에 수면제를 타서 여자에게 먹인 다음 잠들게 하고 의식이 없는 여자를 간음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마약을 복용하게 한 다음 간음하는 것은 의식이 있는 것이므로 준강간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최음제를 먹인 다음 간음하는 경우도 준강간죄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술에 취한 상태는 형법상 심신상실로 보지 않고, 심신미약의 정도로 본다. 싸움사건에서 가해자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 변명을 해도 법원에서는 이른바 심신상실의 상태에서의 행위로 보지 않는다.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형법상 처벌되지 않는다. 그러나 심신미약의 상태에서의 행위는 형의 감경사유에 해당하며, 처벌대상이 된다.
 
강간죄에 있어서 술에 취한 여자를 심신상실의 상태로 볼 것인지 하는 문제는 매우 어렵다. 결국 간음 당시에 여자에게 의식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강간죄와 준강간죄는 여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즉, 여자의 자유의사에 따른 성관계가 아닌 경우, 상대 남자를 처벌하는 것인데, 술에 취한 여자는 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에 없었고, 그래서 남자는 여자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강제로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문제는 두 사람만이 있는 상황에서 성관계 시 여자의 심신상태, 즉 의식이 있었느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술을 많이 마셔서 취한 상태의 여자는 사실 사물의 변별능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남자가 성관계를 하는지 여부도 희미하게 기억할 뿐이다.
 
판단능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상대 남자가 자신의 남편이나 애인인 것으로 착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다보면 가해자로서는 여자가 정상적인 의식이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고, 여자가 가해자를 거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성관계에 동의하는 것으로 착각할 소지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준강간죄에 있어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와 그 당시 상황에서 성관계를 원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대체로 피해자의 진술에 무게를 두고 가해자를 형사처벌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새도 젊은 사람들이 클럽에서 처음 만나 함께 술을 마시고 모텔을 가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런데 술에 취해 모텔에 가서 잠만 자려고 했는데, 여자가 자는 사이에 남자가 일방적으로 강간을 했다거나, 강간을 하려다 미수에 그쳤다거나, 강제로 추행을 했다고 문제를 삼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아직도 일부 어리석은 남자들은 20~30년 전 생각을 하고, 술에 취한 여자를 건드리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분별없는 행동을 한다. 그러나 술에 취한 여자를 강간하거나 추행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성범죄다. 구속되거나 실형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가 생기면, 여자는 분명히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당한 것이고, 술에 취해 반항도 할 수 없었고, 남자의 강간행위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한다. 반면에 남자는 말로만, 여자가 의식이 있었고,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자가 자유의사에 기해, 사물변별력이 있는 상태에서 남자의 성관계요구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입장에서 피해 여성이 술에 취해 모텔까지 따라가거나, 남자의 집에 와서 잠을 잤다고 하는 것은 피해자의 성적 관리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술에 취해 자고 있는 여자를 간음하지 않는 것은 기대가능성이 없다거나, 형법적 책임이 감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재 법원과 검찰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아무리 여자가 술에 취했다고 해도 성적 자기결정권은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남자는 이러한 형법의 정신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남자와 여자의 성관계는 심신이 정상적인 상태에 있을 것을 전제로 하고, 완전한 자유의사에 기한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이런 법을 모르고 술에 취한 여자와 성관계를 하면 곧 바로 감방에 가게 되는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4-26 09:54   |  수정일 : 2018-04-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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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경희대학교 법과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했음
Seoul National University에서 법학과 졸업 전공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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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한  ( 2018-05-02 )  답글보이기 찬성 : 7 반대 : 6
여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은 남자도 마찬가지이지만 술이 가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 아닌가?
이병곤  ( 2018-04-27 )  답글보이기 찬성 : 2 반대 : 4
술 취했든 취하지 않았든, 여자는 잠재적 꽃뱀이다. 건드리지 말지어다.
      답글보이기  이기사를  ( 2018-05-02 )  찬성 : 1 반대 : 0
me too들이 혐오한다. 안건들면 걔들이 직업을 잃게 되걸랑.
논리상으로  ( 2018-04-27 )  답글보이기 찬성 : 3 반대 : 2
술에취한 여자와 성관계를해서 남자가 감방에 가야한다면, 그 여자가 술에서 깨어냐면 그 남자도 감방에서 나와야 되는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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