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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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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범위와 한계

글 |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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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자기결정권의 범위와 한계
 
오늘날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용어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 특히 성범죄와 관련하여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매우 중요한 key word가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학계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한 연구는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형법적 측면에서 이에 관한 연구성과는 대단히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특히 검찰이나 법원에서 성범죄를 수사 또는 재판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검토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문제를 단순히 헌법 또는 여성학 등에서 추상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성범죄를 종전의 낡은 사고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안타깝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자신이 원하는 성생활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에 동의하는 다른 사람과 이를 함께 할 것을 결정할 권리를 의미한다. 소극적으로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사람과의 성관계를 거부할 자유에 관한 권리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은 위와 같이 설명되고, 정의되는 것이지만, 이러한 권리가 성범죄와 관련하여 어떤 연관성을 가지느냐에 관해서는 매우 불분명하고 부정확한 상황이다.
 
우리 형법은 2012년 12월 성범죄에 관한 획기적인 개정을 하였다.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바꾸었다. 강간 또는 강제추행을 친고죄에서 비친고죄로 바꾸었다.
 
종래 형법학계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은 별로 논의가 되지 않았다. 이 개념은 1990년대 초 비로소 우리 사회에 소개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성범죄에 관한 개정방향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직은 이러한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권리에 대한 개념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성범죄에 대한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인식되는 내용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단적으로 예전에는 강간과 추행의 죄를 형법전에서 <정조에 관한 죄>라고 독립한 장을 만들어 편제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간죄는 여자의 정조를 지키기 위한 범죄, 여자의 성을 침해하는 범죄로 형법학자들이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5년 형법을 개정하면서, <정조에 관한 죄>라는 제목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로 바꾸었다. 그러니까 1953년 형법을 제정할 때부터 1995년까지는 우리 형법이 강간죄를 여자의 정조를 보호하기 위한 범죄로 인식하였고, 침해되는 보호법익도 여자의 정조 또는 여자의 성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 후 우리 형법은 강간죄를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로 이해하고, 여성 뿐 아니라,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남성도 강간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그렇다면 현재의 성범죄에 대한 가벌성의 평가 및 법정형이나 선고형이 성범죄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비추어 적정한지는 다시 따져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취지에서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대해서는 그 법정형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강제추행죄를 적용함에 있어서 우리 대법원은 폭행의 개념을 매우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길을 가다가 겨울에 두꺼운 옷을 입은 여자의 히프를 가볍게 만져도 강제추행죄를 적용하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다. 그에 따라 다른 형법상 폭행죄와 비교할 때 법의 적용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결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겨울에 외투를 입은 남성의 히프를 다른 남성이 한번 만졌다고 가정할 때, 이러한 강제추행죄와 남성이 다른 남성의 히프를 주먹으로 한번 세게 쳤다고 했을 때에 적용되는 폭행죄와 비교해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 피해자의 거부의사 또는 거부행동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성범죄에 있어서는 단 둘이 있는 공간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오직 피해자의 진술만에 의존해서 형사처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성관계는 단순히 육체적인 신체접촉 및 마찰행위뿐 아니라, 감정의 변화가 동반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거부의사의 객관적 표출은 매우 불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회성의 성관계가 아닌, 계속적으로 반복된 성관계에 있어서 <거부의사>의 인정 여부는 매우 어려운 사실판단의 문제로 귀착된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인권이다. 따라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침해하는 사람은 법에 의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유하고 행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의 거부의사 또는 거부행동의 표현을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오해하도록 하고, 무조건 성범죄로 처벌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남용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피해자의 인권뿐 아니라 가해자의 인권도 보장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4-11 10:14   |  수정일 : 2018-04-1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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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

경희대학교 법과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했음
Seoul National University에서 법학과 졸업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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