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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융 변호사의 이것이 문제다

#미투, 법치국가·민주국가에 걸맞는 수사와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미투사건을 대하는 또 다른 시선

글 | 박상융 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 2018-03-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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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범시민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지지발언을 하며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 및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조선DB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를 기점으로 검찰, 정치, 예술, 학계 등으로 '미투사건'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언론은 경찰의 조사도 시작되기 전에 이미 폭로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도한다. 거기에 더해 경찰도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의 경우에도 ‘상습혐의’를 적용, 수사를 하겠다고 한다. 
 
대통령, 경찰청장도 미투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고 있다. 여론은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가 관련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하거나, 피해자에게 사과한 경우도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라며 가해당사자로 지목된 사람을 비판한다. 
 
수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그가 몸담았던 조직, 사회, 나아가 그가 사랑했던 가족들로부터 소외되는 것 같다. 탤런트이자 교수인 조민기 씨와 그리고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그들의 지인들은 혹시 가해자와 관련 있는 사람처럼 비칠 까봐서 조문도 주춤하고 쓸쓸히 장례식을 마쳤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언론도 연일 흥미 위주로 경쟁적으로 사건을 폭로하고 TV에 나온 패널들도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낸다. 이런 분위기는 수사에 영향을 주고 수사관계자들도 일방적으로 피해자의 주장만 맹신, 가해자의 해명 사실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을 수 있다. “구속해야 한다”,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야 한다”라는 등의 거침없고 거친 표현들이 수사기관과 사법기관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폭로한 사실이 대부분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사실 관계에 대한 명확한 조사와 검증이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론은 가해자가 이를 부인하고 반성도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파렴치범으로 몰아세운다. 이미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실제 수감만 되어 있지 않을 뿐 사실상 그가 몸담았던 직장, 조직, 사회, 가족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되어 물리적, 정신적으로 수감된 상태에 빠지게 된다.  
 
법치국가의 조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법치국가이다. 아무리 파렴치범이라도 정당한 법절차에 의해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 표현의 자유도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 이전에 무죄추정의 원칙을 통한 공정하게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수사도 하기 이전에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파렴치범이고, 구속되어야 하고, 중형을 선고받아야 되는 것처럼 보도된다. 피해자가 폭로한 사실을 평소 전혀 모르고 있던 가해자의 가족은 또 다른 피해자일 수도 있다. 자신들이 사랑하고 존경해왔던 남편과 아버지가 한순간에 가해자로 몰리게 되면서 가족 또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철저히 고립되기 때문이다.
 
수사와 재판도 언론보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가해자의 해명도 청취하여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조사과정에서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의 가족들에게 2차, 3차 피해가 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여야 한다. 
 
여론에 편승하여 도주나 증거인멸우려가 없어 구속할 필요가 없는 사람을 도주나 증거인멸우려가 있다는 억지 증거를 내세워서 구속하거나, 여론에 편승하는 수사나 재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말과 펜으로도 얼마든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필자는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당일 교부받은 영장 사실에는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전혀 없음에도 수사기관은 말도 되지 않는 이유를 들어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고, 서류에 의존하여 영장을 심사하는 판사는 그대로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자신에게 적용된 범죄사실이 억울한데도 불구하고 구속이 되면 이를 제대로 해명할 기회가 없어진다. 피고인과 검사가 무기평등의 원칙이 아닌 검사우위의 원칙에서 재판이 시작되고, 검사가 유죄의 입증이 아닌 피고인이 무죄의 입증을 하여야 한다. 
 
지금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수사와 엄벌을 통한 성폭력, 성추행재발대책보다는 재발하지 않도록 어떻게 법과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가에 있다. 피해자가 마음 놓고 신고를 하도록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와 가해자의 접근조치 차단, 그리고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예방교육과 교육·사회·문화 분위기 조성이 그것이다. 
 
자칫 미투사건 폭로가 우리 사회에 팽배한 성폭력, 성추행 근절보다는 남성과 여성의 편 가르기, 경직된 직장분위기 조성 등 부작용으로 흐르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껏 성희롱예방교육은 직원들에게만 실시되었을 뿐 사회지도층에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육도 집체교육으로 이론식 교육에 치우쳐 무엇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적었다. 그래서 친근감의 표현에서 한 행위인데 왜 성희롱, 성추행에 해당되는지 모른다는 사람도 많았다. 성희롱, 성추행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여야 하는데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행동이 부족했다.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대책이 나와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늘 경찰, 검찰의 수사와 엄한 처벌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을 고쳐야 한다. 총과 칼로서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말과 펜으로도 얼마든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보도도 그리고 방송에 출연하는 패널들도 늘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선진법치국가, 민주국가로서 미투사건을 대하는 보도와 수사도 그렇게 해나갔으면 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박상융 변호사

1965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1993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 경찰청 마약·지능범죄수사과장, 경기지방청 수사과장,
서울 양천·평택·동두천·김포·대전중부·논산경찰서 등 서장 역임

등록일 : 2018-03-19 16:08   |  수정일 : 2018-03-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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