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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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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이 처자식들에게 "아프면 안 된다"고 당부하는 이유는?

글 | 정채관 박사(교육학) 조선pub 칼럼니스트/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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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전경.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은 곧 대한민국 발전 전략"이라며, "수도권 과밀 해소와 자립형 지방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실현"한다고 외친다.

   경제 부처에서 일하는 선배가 과천에서 세종으로 출퇴근하다가 2년 만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같은 직장 동료와 세종에 방을 구했다. 2년 장거리 출퇴근 끝에 얻은 건, 허리 디스크 증세와 만성 피로. 있던 병이 악화된 게 아니라, 없던 병이 생겼다. 

   없는 살림에 세종에 방을 따로 구해야 했고, 전쟁통도 아닌데 이산가족으로 살아야 했다. 그 후 4년. 막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자, 학교 앞에 작은 원룸 하나 얻어주고 형수가 곧 세종으로 내려온단다. 정년까지 한 6~7년 남았다. 이후 계속 세종에 살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처자식 데리고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면 두촌리로 이사한 지 3주째다. 영국 유학할 때 10년 넘게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시골 생활에 익숙하다. 하지만 영국의 시골과 우리나라의 시골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데 걸리는 시간은 3주면 충분했다.  

   시골의 사전적인 의미는 도시에서 떨어진 지역이다. 도시보다 인구가 적고 인공적인 개발이 덜 돼 자연을 접하기 쉬운 곳이라고 한다. 아침에 창문을 열면 향기로운 숲 냄새가 나고 평화로운 새소리에 잠을 깨는 자연 친화적인 곳을 상상한다.

   시골이 아직 인공적인 개발이 덜 되었으니 도시보다 조금 더 자연 친화적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 사는 시골이 천연 생태계 보전을 위해 국가에서 개발을 막고 입장을 금지하는 자연보호구역은 아니지 않나.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이 우리나라의 발전 전략이란다.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이런 게 실현된다고 한다. 영국 시골과 우리나라의 시골의 가장 큰 차이는 우리나라 시골은 처자식과 함께 살기 어려운 곳이라는 점이다.

   큰 애가 32개월, 둘째가 11개월이다. 밤이든 낮이든 애가 열이 나면 긴장한다. 자기 전에 집사람에게 신신당부한다. 아프면 안 된다. 애가 아프면, 부모가 힘들어지고, 부모가 아프면 애들이 힘들어진다. 근처에 새벽에 뛰어갈 수 있는 병원 응급실도 없다. 무조건 아프면 안 된다.

   내가 돈이 없어 아이를 병원에 못 보내는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부터 의료시설을 지원받아야 하는 GDP 1,000달러 미만의 최빈국도 아니다. 언제까지 집사람과 아이에게 아프면 안 된다고 말하며 가슴 졸이고 살아야 할지. 영국 시골에 살 때 이런 황당한 걱정은 안 했다.

   시골로 이사한 지 3주째다. 이러다 뭔 일 생기면, 처자식을 '진짜' 도시로 보내고 나 혼자 자연보호구역 같은 충북혁신도시에 살 각오를 한다. 살만한 곳을 만들어 놓고 가서 살라고 해야지, 많이 내려와 살면 살만한 곳을 만들어주겠다는 시답지 않은 말장난은 이제 그만해라.

   니가 가라, '혁신' 도시.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3-22 09:40   |  수정일 : 2018-03-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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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정채관 박사

⊙ 정채관 박사(교육학). 현역만기제대. 영국 버밍엄대(공학학사), 영국 워릭대(이학석사), 워릭대(교육학박사). 버밍엄대 한인학생회 부회장, 워릭대 한인학생회장, 영국 코벤트리 한인회장. 月刊朝鮮 영국통신원·전문가칼럼니스트.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선임연구원, 연세대 영어영문과·교육대학원 시간강사, 인하대 영어교육과 강의교수, 버밍엄대 영어과 외부교수.

⊙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과정·교과서본부 부연구위원. 영국 English Today(Cambridge University Press, SSCI) 편집위원, 한국영어학회 부편집위원장 겸 연구상임이사, 한국영어교육학회 연구이사. 조선뉴스프레스 교육칼럼니스트 [정채관 박사의 영국 & 영어 이야기]. 저서 「한 눈에 들어오는 이공계 영어기술글쓰기(2007)」, 「코퍼스 언어학 입문(2012)」, 「2020 한국초중등교육의 향방과 과제: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2013)」,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교육정책, 교육과정, 교과서(2015)」, 「원자력 영어: 핵심 용어 및 실제 용례(2016)」, 「코퍼스 언어학 연구(2017.8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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