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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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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 그리고 죽어버린 양심과 아직 살아있는 양심

"도둑질이 성공했을 때 오는 그 쾌감을 즐긴다고나 할까. 남의 집에 침투해서 일을 보고 다시 골목으로 나와 걸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말도 못해요.”

글 | 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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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는 오십대 초의 부부와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있었다. 남편은 몸이 아파 퇴직을 했고 가난하게 사는 가정이었다. 취직한 지 얼마 안 되는 딸이 받는 월급이 생활에 큰 보탬이 된다고 했다. 그 부인이 얼마 전 식당에서 겪은 이런 일을 내게 얘기했다.
  
  “모처럼 식구 세 명이 해물탕 집에 외식을 하러 갔어요. 자리에 앉으려고 하니까 바닥에 손님이 놓고 간 최신형 스마트 폰이 보이는 거예요. 순간 그게 몇십만 원의 돈으로 보였죠. 가족 셋이 동시에 욕심이 났어요. 딸이 하는 말이 유심칩을 제거하면 추적이 불가능하니까 가져가도 된다는 거야. 그래서 아버지가 그 스마트 폰을 주머니에 슬쩍 집어넣었어요.”
  
  그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웃으면서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종업원이 해물탕을 가져와 상 위에 있는 가스테이블에 올리고 그게 막 보글보글 끓기 시작할 때였어요. 어떤 남자가 식당 안으로 들어오더니 우리 자리 옆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스마트 폰을 찾는 거예요. 그 순간부터 우리 세 식구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셋 다 얼굴이 하얘지고 심장이 밖으로 튀어져 나올 것 같이 쿵쿵 뛰었죠. 그 남자가 우리 표정을 보고 당장 알아챘을 거예요. 그 남자가 우리를 보면서 ‘혹시 여기서 스마트 폰 못 보셨어요?’라고 묻는 거예요. 남편이 당황해서 ‘어, 없는데요’ 하고 말까지 더듬으면서 허둥대는 거예요. 그 남자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카운터로 확인하러 가더라구요. 해물탕이고 뭐고 맛도 없어지고 세 식구가 혼이 빠져서 그 해물탕 집에서 도망을 나왔어요. 뒤에서 그 사람이 우리 세 사람 머리채를 잡아 끌 것 같더라구요. 간신히 근처에 있는 우체통까지 가서 그 스마트 폰을 집어넣고 나 살려라 하고 도망쳤죠. 도둑질이 그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 난 심장마비 걸려 죽는 줄 알았어요.”
  
  그게 범죄의 유혹을 쉽게 받는 보통 사람들의 형태중의 하나인 것 같다. 변호사를 하면서 많은 절도범들을 만났다. 도둑질에 이력이 난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한번은 모텔에 묵다가 방 안에서 마음에 드는 정말 예쁜 선풍기를 봤어요. 제가 돈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전자대리점에서 충분히 살 수도 있었죠. 그런데 도둑질을 하는 게 제 경우에는 꼭 돈이 없어서 하는 게 아니예요. 도둑질 하는 순간의 스릴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있어요. 그 선풍기를 졈퍼 안에 넣고 그 모텔의 문을 나가려고 하면 분명히 걸려요. 그래서 궁리를 하다가 그 선풍기를 품고 모텔방 창문으로 통해 줄을 타고 내려왔어요. 저는 성공하는 그런 순간을 즐기는 겁니다.”
  
  그는 또다른 자신의 도둑질 사례를 소개했다.
  
  “한번은 남의 집 안방에 들어가 장롱을 뒤져 패물들을 찾아 가지고 나오는데 대문 앞에서 그 집 주인여자와 마주친 거예요. 저는 그 순간 훔쳤던 패물들을 그 여자 손에 얼른 쥐어주면서 죄송하다고 하고 그 집을 나왔어요. 제가 일에 실패한 거죠. 며칠 후 그 집에 다시 들어갔어요. 그리고 그 패물들을 찾아 걸리지 않고 나왔어요. 제가 즐기는 건 그런 순간 이예요. 도둑질이 성공했을 때 오는 그 쾌감을 즐긴다고나 할까. 남의 집에 침투해서 일을 보고 다시 골목으로 나와 걸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말도 못해요.”
  
  양심도 죽어버린 양심과 아직 살아있는 양심이 있다. 주위에 보면 악마의 발톱에 잡혀 죽어버린 영혼이 참 많다. 죄의식이 전혀 없다. 근처에 있는 약한 여자들을 유린해 금단의 열매를 훔친 경우가 속속 뉴스에 나오고 있다. 그들도 걸리지 않는 스릴을 느낄지도 모른다. 미투운동이 사회에 번지고 있다. 사회의 오염된 곳에서 나오는 악취를 없애려는 깨끗한 물결이었으면 좋겠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등록일 : 2018-03-09 08:54   |  수정일 : 2018-03-0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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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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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빈  ( 2018-10-14 )  답글보이기 찬성 : 1 반대 : 2
미투운동의 현재 2018.10.
나는 30년 40년전의 일을 가지고 미투운동이라고 나서는 사람들을 경멸한다.
그 당시에 경찰에 신고를 못하였으면 대수롭지 않았거나, 그 당시의 사회 규범으로는 큰 죄가 안되었거나 아니면 입을 다뭄으로서 얻는 사회적 경제적 이득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을 반세기 가까운 이제와서 미투운동이라 나서는 것은 비겁하고 비천한 성품이라 생각한다. 입을 다물고 있어서 논문통과가 되고, 입을 다울고 있어서 배역을 얻고, 잠자리의 대가로 승진을 한다. 이를 악물고 저항했던 이들은 밀려나 도태되었는데 그간 비겁한 굴종으로 이런 사람들을 넘어서 살아온 뒤 미투운동을 한다. 동정은 가나 찬성은 못 할 일이다.
양예원이란 여자를 생각한다. 간사함이 사람을 죽이고도 부끄럼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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